돈가가 상승기류를 탔다. 전국 14개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 평균가격(지육, 박피기준)이 지난 10일 kg당 3천원대로 재진입에 성공한 이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13일에는 3천1백54원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돈가는 지육 kg당 2천5백원대까지 떨어졌던 지난달 중순 ‘바닥’을 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돈가 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는 상황이다. ■오르는 일만 남았다? 지난 9월 27일 14개 도매시장의 평균가격은 전일보다 kg당 1백40원이 하락하며 3천원대가 무너졌다. 무려 1년여만의 일이다. 더구나 추석직후 하락폭이 커지며 지난달 20일에는 2천5백원대까지 떨어져 양돈농가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으나 이를 기점으로 상승세로 반전,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면서 한달보름새에 3천원대로 복귀하기에 이르렀다. 이에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2~3년의 돈가추세를 감안할 때 충분히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을 보이며 “지난 10월 중순 돈가가 바닥을 쳤다고 보면 될 것”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출하량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예년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다 여전히 생산성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정규성 축산유통연구소장은 “소비가 원활하지는 않지만 돼지출하의 증가세가 다소 주춤한 데다 김장철이라는 계절적 수요도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특히 양돈업계 최대 관심사였던 미국산 쇠고기수입재개에 따른 여파도 생각보다 미미, 돈가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최성현 대한양돈협회 지도팀장은 “당분간은 검역조건이 까다로워 미산쇠고기 수입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국내돈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해도 큰폭의 가격변동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영철 정P&C 연구소장은 “수입돈육 재고량이 적지 않은 실정”이라며 “국내산 공급 부족분과 비례해 자급률도 매년 하락, 수입돈육에 의한 시장잠식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국내산 돈가에 제동장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황을 감안할 때 돈가는 이달에 kg당 3천1백~3천2백원선에서 소폭의 등락을 거듭하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kg당 1백~2백원정도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이승민 대상팜스코 영업지원팀장은 “할인점들의 과당경쟁으로 인한 피해가 육가공업계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는 만큼 농가소득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4천원도 가능” 주목할 것은 전문가들 모두 올해수준은 아니더라도 내년 상반기까지 돈가의 강세를 이어질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민승기 천하제일사료 양돈PM은 “겨울철 양돈장 소모성질병이 올해와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할 때 내년 돼지 출하량은 올해의 105%선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그렇다고 해도 국내산 고급육의 부족현상이 단기간내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더구나 수년간의 돈가 추세가 내년에도 그대로 적용, 구정직후 일시적인 하락세를 보이다 다시 반등해 6월까지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러한 분석에는 내년 상반기까지 미국산수입육이 국내산 돈가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나름대로의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으로 넘어가며 3천2백~3천4백원선에서 새해를 시작, 6월에 이르러서는 돈가가 최고 정점에 이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서는 4천원대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도 조심스럽게 제시되고 있다. ■“천당과 지옥 오간다” 하지만 하반기로 접어들면서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성현 부장은 “지난 9월 모돈 사육두수가 사상최대인 1백·10만두에 육박했다”며 “이는 내년 상반기 이후 돈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기에 지금까지와는 달리 미국산쇠고기의 위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년 하반기 돈가전망을 어둡게 하는 주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승민 팀장도 “미국산 쇠고기에 의한 시장잠식 정도가 클수록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점차 확산될 것”이라며 “수입돈육의 시장잠식 역시 가속화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승기 부장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수입의 여파로 돈육수입량이 다소 감소할 가능성이 크지만 국내 돈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않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이로인해 내년 한해 돈가 전망은 상반기에 대한 기대에 불구하고 올해보다 2백원 정도가 낮은 kg당 평균 3천3백~3천4백원선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영철 소장은 “구제역이 발생할 경우 소비감소에 따른 돈가폭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반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재발시엔 가금육의 대체육으로서 돈육소비가 증가, 의외의 상황이 전개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