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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도축산업, 돌파구는 있는가?

고비용 투자·작업량 부족 ‘적자행진’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11.15 10:4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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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은 어느 때보다 축산물의 위생·안전성을 가장 중요한 선택적 기준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를 위한 가장 중추적 역할로 손꼽히는 도축과정에서의 위생·안전성 확립은 곧바로 우리 축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도축산업의 현실은 위생문제에만 전념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형편’이다.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국내 도축산업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편을 알아보기로 한다.

①이대로는 안 된다 -국내 도축산업의 현주소

◆휴폐업 실태를 통해 본 도축산업 현황
“시설불량을 이유로 벌금처벌과 영업정지 등을 세 차례 받았더니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설비도입을 하고, HACCP 인증을 받았지만, 나날이 줄어가는 작업물량을 확보하기는 역부족 이었다”
지난 5월 폐업신고를 한 강원도 소재 모 도축장 대표 A씨의 말이다. 그는 2003년부터 도축장 HACCP인증이 의무화되면서 경영상태를 따져 봤을 때 합리적이지 못함에도 도축업을 계속 영위하기 위한 방편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20억원 가량의 부채를 끌어들여 모두 도축가공 관련 장비와 시설을 교체하는데 투자했다. 그러나 설립한지 수십 년이 지나 외관부터가 양호하지 못한 이 도축장에선 다른 곳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만으로 ‘위생성’을 피력하기는 역부족이었다는 것. 게다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의 국내 도축물량은 A씨의 도축장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대출이자도 못내는 형국이 돼 버렸다. 여기에 같은 시·군내에 2개나 존재하는 다른 도축장과도 적은 물량이나마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벌여야 했고, 이렇듯 무리한 경쟁은 곧바로 무리한 도축수수료 인하로 이어졌다. 2년간 사투를 벌였지만, 장기간의 종업원 임금체불을 비롯해 각종 공과세 지급도 어려워지자 A씨는 결국 폐업신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비단 A씨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현재 전국에는 84개의 도축시설이 있지만, 이중 10여군데가 휴폐업 또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들 휴폐업 도축장들이 파국으로 치닫게 된 배경에는 공통적으로 무리한 설비도입과 지속적으로 감소한 작업물량이 이를 지탱해주지 못했던 요인이 들어있다.
경기 북부의 한 도축장에서 근무하는 B씨는 “소 한 마리를 도축하는데 받는 요금이 13만원인데 각종공과금과 대행료 7만원을 빼면 6만원만 도축장사용료로 남는다. 이마저 도축장에서 냉장설비를 비롯한 시설가동을 위해 사용하는 엄청난 전기료를 비롯해 인건비, 폐기물처리비 등으로 제하면 사실상 영업이익을 내는 곳이 많지 않다”라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을 경우 업주의 사업자등록은 소멸되지만, 해당 도축장이 받은 '도축업 허가'는 여전히 유효해 경영주만 바뀐 채 영업이 지속된다는 것. 결국 도축장 숫자는 줄지 않은 채 악순환만 이어지는 셈이다.

◆축산업계 안팎에서 바라본 도축산업의 위상
한국축산물위생처리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도축장 평균가동률은 돼지가 40% 가량, 소 20% 미만에 그치고 있다.
한·칠레FTA체결 이후 2004년부터 돼지도축두수는 연간 1백만두씩 감소, 도축업계는 끊임없이 정부주도에 의한 구조조정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막상 이를 관리감독하는 지자체에서는 전국적으로 2개의 도축장 신설을 허가한 상황.
게다가 정부가 위생적인 축산물공급을 위해 생산부터 도축·가공·판매까지 종합적으로 처리하는 일관시스템을 갖춘 도축가공장으로 90년대 중반부터 건립한 LPC(축산물종합처리장)마저 경영난 속에서 내년으로 다가온 초기시설에 투입된 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는 상황이라는 것이 도축업계의 후문이다.
이렇듯 어려운 도축산업의 현실 속에서도 소비자들이 도축장내 위생 및 안전성 확립에 요구하는 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 이향기 부회장은 “HACCP인증을 계기로 국내 도축시설의 위생수준이 상당히 향상됐다고 평가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도축가공라인에서의 위생안전성 확립 노력이 더욱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도영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