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와 FTA 등 각종 대외협상 속에서 우리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으로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축산업 경쟁력 제고의 또 다른 모범답안이 될 수 있는 도축장 경쟁력 강화는 해마다 악화되는 경영실태를 볼 때 아득히 멀게만 보이기도 한다. 이번엔 해외로 눈을 돌려 축산선진국에서의 도축장 경영사례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 보자. 2? 지금 축산선진국에서는 -해외사례를 통해본 도축산업 ◆각국 사례 덴마크는 대한민국의 약43%에 지나지 않는 협소한 국토면적과 5백30만이라는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연간 돼지 도축두수는 우리나라의 170%에 해당하는 2천2백만 두에 이른다. 이와 같은 생산량 차이에도 불구하고 덴마크의 도축장 개수는 14개뿐이다. 시간당 5백50마리의 돼지 도축물량을 자랑하는 이들 도축장들은 생산량의 약85%를 수출하고 있는 축산강국 덴마크의 핵심적 경쟁력이다. 이들 도축장들은 2개의 조합, 데니쉬크라운과 티칸의 주도 아래 도축가공 기술에 있어서도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갖추고 있다. 덴마크의 모든 도축장들은 이들 조합이 소유하고 있으며 직접 운영한다. 14개 도축장중 11개를 소유 및 운영하고 있는 데니쉬크라운은 전라인의 자동화 체계를 갖춤은 물론 계류에서 도축, 가공, 출하에 이르기까지 단계별 차단관리 등 철저한 위생관리로 신뢰성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각 라인마다 평균 4명 이상의 수의사 및 전문인력이 배치돼 있다. 덴마크에서의 식육관련 산업 종사자는 최고로 각광받는 직업이다. 또한 덴마크에는 식육과 관련된 모든 연구를 총괄하는 DMRI(Denmark Meat Research Institute: 덴마크육류연구소)가 제시하는 방대한 양의 연구실적들이 현장에 접목돼 도축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1954년 설립된 이래 DMRI는 도축가공관련 기술에 있어서만 덴마크 특허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했고, 데니쉬크라운과 티칸의 기술적인 자문부터 시작해 운영전반에 대한 지도, 즉 컨설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경우 도축가공장은 팩커라 불리는 육류가공업체들이 모두 소유하고 있다. 카길, 타이슨푸드를 필두로 한 팩커들은 사료원료 재배와 유통에서부터 육류의 최종 가공 및 포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산관련 기반을 점유하고 있는 거대산업체다. 이들 팩커들은 생산자협회를 통해 미국 정부에 무역을 비롯한 각종 정부정책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러한 정부와의 공조 하에 미국의 도축산업은 전체 육류산업과 함께 발달돼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행정구역 마다 도축장 개수를 한정하는 한편 가축을 출하하면 해당 행정구역 내에서만 도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해 놓았다. 또 우리나라와 돈가가 비슷하다는 점에서 도축 수수료를 비교할 때 2~3배 가량 차이난다. 이동에 따르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방지함은 물론 도축장 경영에 있어서도 합리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도축산업이 다져져야 축산업이 큰다 이들 축산강국들과 우리나라의 도축산업을 단순비교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불성설이다. 특히 유럽과 북미지역은 육식 위주의 막대한 소비량이 뒷받침돼 축산업에 있어 오래된 전통과 축적된 기술적 노하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차치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이들 나라들에 있어 축산업의 중심에는 도축산업이 있고, 발달된 도축시설과 기술적 노하우 체계화된 시스템을 이룬 배경에는 정부와 일선기업 및 기업형조합의 막대한 지원과 배려가 있다는 점이다. 한 점의 고기가 식탁에 올라 소비되기까지 거치는 과정은 그 나라 실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높은 품질의 육류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찾게 하기 위해 수많은 나라들이 투하하고 있는 막대한 자본과 집약적 기술을 고려할 때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의 축산업 수준격차는 바로 도축장에서부터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도영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