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사육 농민들은 호주산 생우수입을 생존권 문제로 보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이처럼 반발하고 있는 것은 1980년대초 무분별한 생우도입으로 한우산업이 사실상 붕괴되었던 당시의 악몽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동수조합장은 호주산 생우 1차분의 농가입식이 시도되던 지난 4일과 5일 꼬박 이틀밤을 한우를 사육하는 조합원들과 함께 뜬눈으로 지새웠다. 지난 6일 생우입식농가가 있는 경주시 건천읍 모량리 동네어귀에서 면도도 하지 못한 듯 초췌한 모습으로 만난 이조합장은 한우사육 농민들의 가슴은 그야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기껏해야 1년에 8천두정도 들여오는 것 가지고 뭘 그러느냐는 시선이 없지 않습니다만 그건 한우농민들의 심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입니다. 한해동안 10만두도 넘는 물량이 수입된적도 엄연히 있었는데 농민들이 그걸 어떻게 수용할수 있겠습니까.” 이조합장은 한우농민들의 반발이 단순히 수입생우에 대한 거부감 때문만은 아니라고 역설했다. 이번 생우수입을 계기로 제2 제3의 시도가 뒤따를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한우산업은 그야말로 큰일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젖소고기나 수입육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음에도 동네정육점이나 음식점에서는 모두 한우고기만(?) 취급하는 상황에서 6개월이상 사육하면 국내산 육우로 인정되는 수입생우가 한우고기로 둔갑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이조합장은 농민들에겐 전염병문제도 큰 걱정거리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수입된 생우에서 제1종 전염병인 불루텅이 발견된 사실은 한우농가에는 한마디로 충격이라는 것이다. “광우병과 구제역 때문에 농민들은 경제적으로 많은 손실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자고나면 구제역방역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입된 생우에서 국제수역사무국이 리스트A로 분류한 전염병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걱정이 안되겠습니까.” 경주지역 한우농민이나 유통업계는 누가 나서지도 않았지만 수입생우를 사육하는 농민의 소는 사지도 팔지도 말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한 이조합장은 “농가대표로서 밤샘 농성을 하는 조합원들에게 국밥 한그릇씩외에 달리 도움을 줄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몇 번씩 되뇌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심근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