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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형의 ‘황소 발자욱’<34회> / 제3부 내 인생에 승부를 걸었던 사건들(13)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6.12.13 10: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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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축산업 등록·허가제를 집행하라(2)

축산업등록·허가업체의 어미돼지두수 조사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현장을 2~3일간 점검한 결과 각 시·도에서는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돼지사육농가에서는 조사를 나간다고 통보를 하고 현장에 가도 아무도 없어 조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또한 경영자가 있는 농장은 조사를 거부하기 일쑤여서 지역사회에서 서로 얼굴을 알면서 지내는 공무원으로서는 강력하게 추진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출장에서 돌아와 여러 가지 추진방법을 검토한 끝에 누구도 생각할 수 없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기로 했다.
내가 직접 현장에 나가 규정대로 법을 집행하며 누구도 변명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하겠다고 마음을 다졌다. 그 후 경기도 고 전기영 과장에게 부탁해 경기도 또는 군의 축산관계직원을 20명을 지원받았다.
현장에는 경기도 과장과 축산관련 직원 20명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대학교 선배이신 고 전기영 과장께서는 무슨 일인데 나에게까지 비밀로 하고 사람만 차출해달라고 하느냐고 묻기에 나는 우리나라에서 돼지사육규모가 가장 큰 용인의 H양돈농장과 이천의 H양돈농장의 어미돼지두수를 전수조사하려 한다고 대답을 하니 고개를 갸우뚱 하시면서 결과를 처리 하는데 문제가 없겠느냐고 걱정을 하시는 것이었다.
이미 일은 시작됐으니 꼭 성공해야 한다고 대답을 드린 후 전기영 과장은 이천의 H양돈농장, 나는 용인의 H양돈농장으로 투입토록 역할을 분담시켰다. 농림부 직원과 도 직원을 반반으로 나누어 같이 현장으로 가면서 조사방법과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처리방법 및 조사를 마치고는 반듯이 책임자의 서명을 받아 오도록 숙지시켰다. 현장 축산법규정에 따라 어미돼지 전두수 조사 공문을 제시하자 농가들도 아무런 대응 없이 조사에 협조했다. 그러나 가끔 조사하는 사람에 따라 “어미돼지냐” “아니다” 하면서 입씨름이 오고 같지만 돼지의 혈통증명서를 대조해가며 두수를 세다보니 순조롭게 일이 진행 돼 오전 12시 이전에 일을 마칠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용인의 H농장은 사육두수가 어미돼지와 새끼돼지를 합해서 4만5천두 내외,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이천의 H농장은 사육두수가 4만두 수준으로서 어미돼지 초과 사육두수는 각각 250두와 200두로 확인이 됐다. 이천에서 도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하고 목적한 모든 일을 무사히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 날 즉시 조사결과와 처분방법을 작성해 결재를 올리니 우선 먼저 축산국장이 장관이 결재를 하실까? 걱정이 된다면서 서명을 하면서 장관에게 설명을 잘 드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차관보와 차관의 서명을 받아 오후 늦게 장관에게 보고를 드리는 가운데 장관께서는 “이 과장 그런데 경기도 화성군에서 군 장성 출신으로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 조금 전에 전화를 해 등록두수가 50두인데 50두가 많은 두수를 기르고 있는 것으로 적발 됐다며 고민을 하는데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며 물으시는 것이었다. 나는 그 분을 도와 드리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딱 잘라 말씀을 드리니 장관께서는 조사 결과에도 결재를 하시면서 알았으니 잘하라는 당부 말씀까지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 화성군에서 초과두수 50두가 적발된 농장은 농림부 직원이 도 직원과 같이 오전 10시경에 조사를 하러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거부해 2~3시간을 출입문에서 기다리다 결국 다른 빈 창고에 감춘 어미돼지 50두를 발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