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일선축협의 살림살이가 옛날 같지가 않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한계사업장이나 비수익성 고정자산을 매각하며 인력감축과 함께 각종 경비절감을 위해 허리끈을 졸라매는 모습은 마치 IMF관리체제 당시의 우리 경제를 연상케 한다. 이와 같은 자구노력은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어 속모르는 입장에서는 “인심 사납다”는 소리도 할만 하다. 그러나 부실조합 합병방안이 나오면서 많은 축협인들이 자신들의 자구노력에 회의를 품고 있다.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어차피 합병이라는 소용돌이에 빠져 조합이 없어질텐데 먹을 것 못먹고, 인심마저 잃는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합병논의는 결과적으로 모처럼의 자구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일선축협 합병은 해당조합에 일정기간 자구노력을 통한 자력갱생의 기회를 주고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 조합에 한해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합병문제는 원칙과 기준, 예상되는 문제점등을 공론화해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선축협 합병문제가 우선적으로 자력갱생의 기회를 주고 그 결과에 따라 처리해야 할 당위성과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현실적 이유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농협중앙회의 역할 측면이다. 농협중앙회가 일선축협의 부실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농·축협중앙회가 합쳐 통합농협이 된만큼 통합중앙회는 회원축협을 지도하고 법테두리내에서 감독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런데 결과론이라 할수도 있겠지만 단위농협에 대해서는 수년전부터 통합이후의 상황에 대비할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에 따른 지도를 했으면서 일선축협에 대해서는 늦게 들어온 식구라고 일체의 지도·지원도, 자구노력을 기울일수 있는 시간도 주지 않은채 합병외에 대안이 없다고 한다면 형평성 시비를 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실여건도 그렇다. 부실조합을 합병하는데는 막대한 비용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비용조달이 말처럼 쉬운게 아니다. 또 이번에 합병권고를 받은 조합들은 부실규모가 워낙 큰 조합의 경우 향후 경영진단 결과와 자구노력 정도를 검토한후 처리방법을 모색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그렇다면 부실규모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우리만 피를 보느냐”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강조되는 것은 축협의 경우 최소한 기초자치단체인 시·군단위로 조직되어 있어 합병을 추진하는데는 “왜 우리 군이 다른 군에 얹혀 살아야 되느냐”는 식의 정서적 요인이 많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부실조합에 대한 합병논의가 시작되자 일부 지역에서 자치단체까지 ‘축협살리기’에 나서고 있는 사례는 시군단위 조합간 합병에는 원초적 지역정서가 개입할 수밖에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요소를 간과한채 무리하게 합병작업이 진행된다면 지역간 또는 축산인들간의 대립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어쨌든 부실은 해소되어야 한다. 하지만 부실을 해소하는 방법은 삼세번도 아닌 단 한번이라도 자력갱생의 기회를 먼저 준후 그 결과가 미진할 경우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이유들을 감안할 때 그 길이 가장 무리없는 부실조합 대책이라고 믿는다. 사족(蛇足)일는지 모르겠으나 부실한 일선축협에 대해 자력갱생의 기회를 주고 각종 경영지원을 통해 이를 뒷받침해준다면 통합과정의 앙금을 해소하는데도 도움이 될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