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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계계열화업계 구조조정 신호탄인가-<상>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1.05.16 16: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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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의 신호탄인가.
육계계열화업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대연식품의 마니커 인수와 한강식품의 한일농원과 전략적제휴(사실상 인수)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계육업계 내부에서 본격적인 사세확장 추진과 이를위한 도계장과 종계장의 인수 및 신설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계약사육농가를 확보하려는 계열주체간에 쟁탈전도 그 어느때 보다 후끈 달아올라『정도를 지나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중 최근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바로 (주)체리부로식품(대표 김인식).
올들어 불과 반년이 채 가기도 전에 경남 구미소재 신화산업과 중원농장의 인수를 전격 성사시킨데 이어 최근에는 장성도계장까지 경매를 통해 낙찰받아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체리부로 식품은 신화산업의 경우 내년 중반까지 라인증설과 이전을 통해 일일 5만수(8시간 작업기준)규모로 시설을 확대하고 장성도계장도 점차 같은 규모로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이러한 계획이 모두 실현될 경우 체리부로는 기존의 진천 도계장과 함께 모두 15만수에 달하는 도계능력을 확보하게 되는데 이는 하림에 이어 육계계열화업계에서 부동의 2위자리를 지키고 있는 (주)마니커에 육박하는 것이다.
특히 중원농장은 경영정상화를 통해 자체 공급은 물론 외부에 대한 종계 공급에도 본격나선다는 방침아래 일부계열화업체들에 대해 거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원은 부도에 사태가 나기 이전인 지난 "98년 에이비안 품종으로 한 때 국내 종계시장의 23%를 점유하기도 했었다.
한편 국내 최대의 육계계열화업체인 (주)하림은 최근 경북 상주와 경남 함안에 도계장 건설을 추진, 영남 지역에서의 본격적인 계열화사업 전개를 예고하고 있다.
이들 도계장은 각각 일일처리능력이 현재 웬만한 계열업체들의 능력을 넘어선 최대 10만수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동두천 공장의 가공부문을 경산공장으로 이전 통합한 (주)마니커는 동두천공장을 전용도계장화 하고 증설을 통해 일일 10만수규모로 처리능력을 확대, 용인공장과 합쳐 일일 도계작업규모가 15만여수 정도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마니커는 경산공장의 지리적 위치에 따른 물류비 부담이 크다는 판단아래, 현재 대구 소재 일부 도계장과의 협력체계를 갖추고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한 계약사육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동우의 경우 1년전부터 기존의 도계장외에 일일 7만수 처리규모의 삼계라인 설치를 완료하고 가동에 돌입했으며 (주)화인코리아는 육계라인증설은 포기했으나 대규모 오리종합처리장 건설을 눈앞에 두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밖에 일부 계열업체들의 경우 도계장 건설이나 인수라는 표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대기업계열의 식자재 회사와 OEM 방식을 통한 닭고기 생산을 추진하는 등 정중동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농협의 목우촌계육가공공장도 자체 의사와는 관계없이 일부 조합의 공장인수설이 외부로부터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추세에 대해 업계전문가들은 『각 회사별로 그 목적에 차이가 있기는 하나 상당수 업체들은 오는 2003년 전작업장에 대한 HACCP의무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하고 있다.
다시말해 현재 전국의 60여개에 달하는 도계장 가운데 시설 개선과 보완만으로 HACCP 인증을 획득할 수 있는 곳은 10여개 계열화업체를 포함해 20개를 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사전 거점 확보를 통해 이들의 도태이후 발생하는 공백을 차지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계열화업계의 구조조정과 판도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그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못하면서도 『업계 1∼2위를 점유하고 있는 하림과 마니커를 제외한 나머지 8개 정도의 계열업체가 비슷한 규모로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현재의 계열화업계구도가 앞으로는 3∼4개의 대형업체가 시장을 주도하고 나머지는 자생력 보다는 이들기업과 협력체제로 유지되거나 대형식자재회사에 OEM 형태로 의존하는 군소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해 왔다.
이런 분석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축산물 소비와 수급동향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온 광우병과 구제역 파동에 따른 닭고기 소비증가와 국내에서는 올초폭설 및 질병에 따른 계약농가 확보의 어려움을 기폭제로 표면화 된 것이다.
물론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곧바로 이러한 전망으로 직결될 지는 의문이다. 다만 계열업체들간에 규모확대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볼수 있다.
이에대해 해당업체들은 공통적으로 『규모확장은 어디까지나 시장공급량에 비해 육계사육능력이나 생산규모가 포화상태에 달하거나 부재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전제, 『결코 어떤 업계 판도변화나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것이 아니다』라며 그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업계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굳이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계열주체 대표가 『굳이 의식 하지 않았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대형화는 자연적인 흐름이며 이미 예상돼 있던 것 아니냐』고 밝힌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규모확장에 나서고 있는 또다른 업체의 관계자도 『그동안 규모확대가 되지 않으면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경영진을 비롯 회사내부에 팽배해져 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은 추세에 동참하지 못할 경우 영원한 3류로 처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