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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화우산업을 통해본 한우산업의 미래-3/ 조석진 영남대 교수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1.05.21 11:4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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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본의 경험과 한우산업의 미래

이상에서 쇠고기 수입자유화 이후 일본 화우산업의 동향과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그 같은 일본의 경험이 한우산업의 미래를 위해 시사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하 이 문제를 중심으로 검토한다.

◇ 수입자유화에 따른 쇠고기시장의 판도변화

2001년의 쇠고기 수입자유화에 따라 금후 예상되는 쇠고기시장의 판도변화는 다음 네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수입자유화 초기에 수입육은 유우육과의 대체는 물론 한우고기 중.저급육과의 대체도 부분적으로 성립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쇠고기 수입자유화에 따라 한우고기는 수입육과의 품질경쟁을 피하기 위한 육질고급화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유우육은 수입육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짐에 따라 가격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그로 인한 낙농가의 소득감소가 예상된다.
둘째, 한우고기의 육질차별화가 순조롭게 진전될 경우 한우고기는 기본적으로 수입육 및 유우육과의 품질경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우고기의 육질차별화가 지연되면 상당기간 수입육, 유우육 및 저급한우고기 간의 경쟁관계가 불가피 하게 되어 한우산업의 축소균형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다.
셋째, 수입육이 점차 유우육을 대체함에 따라 낙농가는 한우와의 교잡종(F1)을 생산함으로써 수입육과의 품질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이는 유우육이 낙농부문의 부산물이란 측면에서 쇠고기 수입자유화에 따른 국내가격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생산을 지속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 경우 생산된 F1은 한우고기의 저급육과의 대체도 가능하다. 그 같은 측면에서도 한우는 수입육 뿐 아니라 대내적으로 F1과의 경쟁을 위해서도 장기적으로 육질고급화가 불가피하다.
넷째, 장기적으로 한우고기의 개발수입까지를 염두에 둔다면 수입육은 유우육 및 F1뿐 아니라 한우고기와의 완전대체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한우고기는 육질뿐 아니라 안전성, 신선도 등을 고려한 유통과정의 일관적 위생관리를 통해 수입육과의 차별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출국의 입장에서 볼 때 한우고기의 개발수입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므로 실제로 개발수입이 실시된다하더라도 그 양은 한정될 것이다.


◇ 쇠고기 수입자유화 이후의 과제

위의 분석결과 및 일본의 경험을 감안할 때 쇠고기 수입자유화 이후 한우산업의 생산기반유지를 위해서는,
첫째, 수입육과의 품질경쟁을 피할 수 있는 한우고기의 육질고급화가 절실하며, 이를 위해 개량사업을 포함한 지원조직의 강화 및 여건조성이 절실하다.
둘째, 생산비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의 향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송아지생산비절감을 위한 현실성 있는 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셋째, 유통구조개선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우고기유통의 일관적 위생관리, 냉장 부분육유통의 조기정착 및 유통과정의 투명성확보를 통한 신뢰구축이 요구된다.
넷째,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의 도입을 통해 한우산업을 포함한 축산업의 종합정보인프라구축을 통한 유통의 효율화가 절실하다.
다섯째, 한우농가의 경영마인드확립을 통한 자구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한우번식기반유지를 위한 Green Box(보조허용정책)의 개발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하 이들 문제를 중심으로 간략히 검토하기로 한다.

<육질고급화를 통한 브랜드육생산>

2000년 현재 국내에는 94개의 한우 브랜드육이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1995년 현재 일본의 브랜드육이 149개임을 감안할 때 이는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한우브랜드육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브랜드육의 성립조건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일본의 전통적인 고베규(神戶牛)나 마쯔자카규(松阪牛)와 함께 최근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히다규(飛彈牛)"의 생성과정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기후현(岐阜縣)의 유명브랜드인 히다규(飛 牛)를 탄생시킨 것은 1981년에 일본의 유명한 송아지산지인 다지마(但馬)로부터 1천만엔에 도입한 安福號라는 1두의 종모우이다. 그러나 이 종모우를 구입하기 위해 기후현은 安福號의 5대에 걸친 혈통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후 이를 폐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12년 동안 인공수정을 통해 2만 8천 두의 우수한 송아지를 생산했으며, 그로부터 30두의 종모우와 3천두의 종빈우를 선발했고, 번식용 송아지는 최고 400만엔에 거래되는 기록을 남겼다. 그 결과 安福號는 히다규(飛 牛)라는 브랜드를 탄생시킴과 아울러 1993년에 사망하기까지 12년간 무려 75억엔의 직접적인경제적 가치를 남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安福號는 사망 후에도 냉동정액 및 우수한 후손을 통해 기후현의 화우산업에 상당한 무형의 부가가치를 창출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 같은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기후현 축산기술센타와 농협의 긴밀한 협조체계가 있었으며, 궁극적으로 安福號는 기후현의 화우산업뿐 아니라 기후현 전체 경제에도 상당한 공헌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브랜드화는 송아지생산차별화에서 출발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한우개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착실히 추진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산비절감>

한우산업의 경쟁력제고를 위한 육질고급화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그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비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향상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번식농가의 송아지생산비절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1999년 현재 번식농가의 경영비에서 차지하는 사료비의 비중이 73.2%이며, 그 중 농후사료비가 52.1%에 달한다. 따라서 송아지생산비절감을 위해서는 조사료 중심의 방목을 통한 생산체계확립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제주도를 포함해 집단적인 초지조성이 가능한 지역을 송아지생산기로 활용함과 아울러 논 뒷 그루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한우산업의 규모별 두수비율 (단위: 천두, %)

(주) *: 사육규모 기준의 변경으로 2000년 3월 현재 통계임.
자료: 축협조사월보, 축협중앙회.

둘째, 비육경영의 합리화를 통한 생산비절감이다. 그러나 1999년 현재 비육농가 경영비의 90.8%가 송아지(47.5%) 및 사료비(43.3%)이며, 사료비 중 37.1%는 농후사료비이다. 따라서 비육농가의 생산비절감을 위해서는 일관경영체계의 도입을 통한 송아지비용절감 또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생산비절감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그 경우 전자는 번식과 비육의 기술체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경영 내 일관경영"이 반드시 용이하지만은 않다. 따라서 지역여건을 감안하여 "지역 내 일관경영"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규모화를 통한 생산비절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표 3-1 >에서 알 수 있듯이 최소한 50두 이상을 사육해야 하며, 금후 규모화의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유통구조개선>

한우고기의 유통구조개선을 위해서는,
첫째, 도축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전 유통과정에 대한 일관적인 위생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LPC(축산물종합처리장)의 정상화 및 HACCP제도의 조기정착을 통한 냉장 부분육유통 시스템의 확립이 절실하다. 그러나 2001년 3월 현재 전국의 도축장 178개소 중 HACCP 제도가 적용되고 있는 곳은 12개소에 불과하다.
둘째, 생우를 포함한 수입육의 둔갑판매를 방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제시되어야 한다. 2000년 말 현재 전국에는 48,395개소의 정육점이 존재하며, 매장면적이 10평 미만인 경우가 82%에 달할 만큼 영세하다. 따라서 필요한 소득확보를 위해 둔갑판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금후 정육점의 규모화 근대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셋째, 생산된 고급육의 판로확보를 위한 유통채널의 다양화, 유통정보의 공유 및 물류의 효율화를 위한 유통인프라구축이 필요하다.
넷째, 쇠고기무역의 국제화에 따른 광우병, 구제역, O-157 등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을 한우고기에 대한 신뢰구축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한우농가 및 유통관련 종사자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술한 유통과정의 일관적 위생관리와 함께 육류유통의 추적가능성(traceability) 확보가 절실하다. 더욱이 수입육에 대한 구분판매제도가 WTO 규정위반이란 최종 판정결과에 따라 금후 한우고기, 국내산 육우 및 수입육이 동일 매장에서 판매될 경우 둔갑판매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한우고기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다. 그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품종, 출생국, 사육자 및 가공자를 명시하는 "육류패스포트제도"의 실시를 엄격히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정보기술(IT)의 활용을 통한 축산업의 종합정보인프라구축>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유통과정의 효율화를 위해 정보기술의 적극적인 활용과 이를 위한 축산관련 종합정보인프라의 구축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의 축산관련 종합 정보망인 LIN(www.lin.go.jp)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즉 LIN은 축산과 관련한 정책, 제도, 기술, 가격, 경영, 컨설팅 및 관련단체 등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놓은 종합정보망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따라서 축산과 관련한 폭 넓은 정보를 단시간에 얻을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다. 금후 국내에도 그 같은 축산관련 종합정보망의 구축이 매우 절실하다.

<생산농가의 자구노력>

수입자유화 하에서는 정책의 시장개입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으며, 오로지 시장원리가 작용한다. 그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생산농가의 자구노력이 수반되지 않는 어떤 정책도 실효를 거둘 수 없다. 그 같은 의미에서 한우농가는 경영합리화를 위한 다음과 같은 자구노력을 요구받고 있다.
첫째, 경영목표의 설정과 이의 실현을 위한 경영의 계수(係數)관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기장(記帳)이 필요하며, 생산자는 시장여건의 변화에 따른 합리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경영의 외부화(outsourcing)를 통해 노동제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사료생산, 우사 내의 톱밥교체 등 노동집약적인 작업의 외부화를 통해 규모확대에 따른 노동제약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이제 한우농가는 더 이상 생산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생산과 함께 유통 및 외식부문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영농조합 또는 한우조합 형태의 조직화가 필요하며, 아울러 지역축협과 지방정부의 협조체제 구축이 중요하다. 그러나 협동조합 통합 이후 축산경제대표의 위상약화, 도지부 축산팀장의 한계성 및 지역축협의 부실화로 이들 축산관련 주체의 한우산업발전을 위한 역할분담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같은 상황에서 자연발생적으로 탄생한 것이 "대구.경북한우협동조합"이며, 금후 귀추가 주목된다.
넷째, 협동조합통합 이후 2분화 된 채 운영되고 있는 농협과 축협의 한우고기유통을 축협으로 일원화시켜 통합 이전에 구축된 축협의 한우전문점에 대한 소비자신뢰를 회복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진행중인 WTO 협상결과에 따라서는 현재의 쇠고기에 대한 관세인하 및 한국에 대한 개도국대우의 박탈에 따른 최소허용보조(de minimis)의 대폭적인 감축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은 이미 1996년에 선진국클럽이라 할 수 있는 OECD에 가입하였다. 따라서 비록 UR 협상에서 개도국지위를 확보하였다 해도 이를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최근 중국의 WTO 가입과 관련하여 미국이 개도국대우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그 같은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 쌀에 대해서만 실시되고 있는 Green Box 정책에 속하는 직불제도를 확대함과 아울러 한우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2000년부터 일본이 실시하고 있는 중산간지역에 대한 직불제도에 있어서의 축산관련부분에 대한 내용 및 EU가 현재 실시하고 있는 환경 및 조건불리지역과 관련한 Green Box(잠정적허용보조)에 대해서도 그 도입가능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4. 맺음말

1993년의 UR 협상결과에 따라 올 해부터 쇠고기 및 생우의 수입자유화가 실시되었다. 그 결과 지난 3월 16일 호주산 생우수입이 처음 이루어짐에 따라 이에 대한 한우농가의 우려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시작일 뿐 금후 생우와 쇠고기의 수입증가는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한우농가는 국제화에 따른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수입육 및 수입생우와의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생우수입에 있어서 일본은 수입자유화 직후인 1992년에 2만 3천두가 수입되었으나 1999년 현재는 1만 3천두로 감소함에 따라 거의 문제시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시장여건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분간 수입생우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냉정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수입자유화 하에서 한우산업의 경쟁력제고를 통한 생산기반유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농가와 정책의 성실한 역할분담이 중요하다. 그 경우 한우정책은 일본이 겪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며, 성공한 정책은 선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우산업은 쌀과 함께 토지이용형농업의 기간생산부문이란"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필요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우농가 또한 한우사육이 더 이상 투기가 아니며, 정상이윤을 목표로 철저한 경영마인드를 확립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