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원재를 통과할 때 지리산의 아침은 늘 그렇듯이 새벽안개를 가르며 긴장감을 놓지지 않고 핸들을 움켜쥐고 있었다. 안개! 그것은 그랬다. 세상의 추한 것을 적절히 위장해줄 수 있는 대자연이 갖고 있는 일종의 무기였다. 세상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면 소리없이 사라지고 다시금 나타나는..... 그래서 새벽안개를 좋아했는데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되지 않지만 일과의 관련을 갖지 않고서는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전주에서 몸을 맡긴 공항리무진버스는 여의도 63빌딩과 김포공항을 거쳐 인천국제공항까지 정확히 4시간 30분이 경과하고 나서야 나를 토해냈다. 이륙하는 비행기에서 바라보는 인천공항은 서해군도와 오밀조밀 아름답게 어울어진 분위기 좋은 자태를 드러내 보였다. 반면 심양은 만주대벌판의 중심답게 바둑판의 평면과 같이 대패로 밀어 놓은 듯이 수평선상에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지금 그 벌판은 모두 밭으로 활용되어 황토빛의 바다와 같았다. 심양공항에는 많은 종업원이 단순한 노동에 종사하고 있었는 데 20살 정도의 앳된 모습이 많았고 그들이 하는 일이란 화장실에서 수시로 마른 걸레로 튄 물방울 닦아내기, 복도나 로비 귀퉁이에 서 있다가 바닥 청소하기 등 중국정부가 많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려는 노력을 한눈에 알아 차릴 수 있었다. 인천에서 심양까지 1시간 40분이 걸렸고 심양에서 오후 5시 20분에 탑승하고 1시간만에 연변 조선족 자치주 연길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연변은 연길시, 용정시 등 8개시로 구성되어 있고 인구는 2백만명이며 한족이 70%, 조선족이 30%로써 우리민족이 중국내에서 가장 많이 살고 있었고 그 다음은 흑룡강성이며 조선족과 한족과의 결혼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젊은이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연변의 조선족중에서 1/4은 연변을 떠나 한국에 체류하고 있고 특히 농촌에서 젊은 사람들이 대처나 한국으로 이탈하는 경향이 고조되어 중국농촌 역시 고령화가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어 갈 것으로 생각되었고 농촌총각 장가들기 어려운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연변의 대표적인 중점육성축종은 돼지와 소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개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연변은 중국내에서 소고기소비량이 가장 높은 지역이고 소의 특성상 광활한 토지에서 생산되는 볏짚과 초지이용도에서 볼 때 금후 각광받는 단백질공급원으로 판단되어 중점육성축종으로 관심을 받고 있었으며 개의 경우에는 식견으로 자체수급이 부족하여 길림성밖에서 구입할 정도로 조선족뿐만 아니라 한족까지도 즐겨먹는 기호식이어서 3번째 육성축종으로 연변축산국이 꼽고 있었다. 젖소에 있어서는 연변내의 젖소가 200-300두에 불과한 데, 이는 중국인들이 우유를 거의 먹지 않는 습성에 기인하며 이러한 문화적인 차이는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였다. <다음호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