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농업개발학회는 지난 1일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원 대강당에서 금년도 춘계 학술발표회를 성황리 개최했다. 특히 이번 학술발표회는 서울대 김동암명예교수가 발표한 「북한의 초지연구현황과 초지개량방향」과제가 돋보였다. 이에 본지는 그 내용을 요약하여 독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편집자 주> 김동암교수는 이날 발표과제를 통해 북한의 초지연구 현황을 논하기에 충분하지는 않으나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우연한 기회에 또는 외국 초지관련학자들과의 초지관련국제학회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근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초지는 인공을 가미하여 개량한 개량초지가 아닌 자연야초지가 중심이라고 분석한 김교수는 지난해 FAO 지원으로 뉴질랜드에서 연수중이던 북한농업기술자들과의 대화중에서도 북한의 개량초지가 미미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 그들은 산지초지개량기술을 배우기 위해 왔었으나 연수의 주목적은 개간과 다락밭을 조성, 침식된 밭과 산지토양을 복원하는데 지력증진과 토양침식방지 효과가 있는 콩과·화본과 목초에 의한 불경운 초지개량 방법을 배워 가려 했다는 것이다. 북한의 목초적응성평가 및 초지개량을 위한 연구는 1960년을 기점으로 황해북도 사리원소재 축산시험소에서 젖소중심으로, 그리고 함경북도 화대 및 새별지역 종축장에서 면양중심으로 수행되어 왔다. 북한의 국토면적은 한국보다 조금 넓은 22만1천3백36㎢이나 농경지가 국토면적의 20%를 차지하고 있어 초지의 개량은 산지에서 이룩될 수밖에 없다. 북한 중부지역의 1월달 최저 평균기온은 -5∼-10℃이고 북동부지역은 -13℃. 중국과의 국경지대인 북부 내륙지역은 무려 -30℃. 그러나 6∼8월과 9월 초순의 여름철 한낮 최고기온은 25℃ 이상이고 북동부지역의 연 강우량은 6백mm. 중서부지역 연 강우량은 1천mm 이상이나 이들 강우량의 60%가 7∼8월중 내리는 관계로 봄과 가을은 건조하다. 북부내륙지역에서 작물의 생육기간은 약 1백30일로 짧다. 경작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남서부지역은 약 2백10일이 된다 한다. 그러나 초지개량과 관련, 해당지역의 기후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강우량은 상대적으로 낮다. 초지의 토양비옥도 증진에 필요하며 초식가축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인 콩과 목초에 대하여 봄과 가을은 가물고 겨울철 추위는 너무 심하다. 따라서 북방형 목초를 중심으로 한 초지개량은 불리하며 긴 겨울동안의 가축사육을 위하여 과다한 양의 조사료저장이 필요하다. 북한의 자연초지 토양의 산도는 3∼6. 불량한 곳은 pH가 3∼5 정도의 강산성이다. 여기에 인산함량이 극히 부족하여 목초생장에 있어 제한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목초가 생장하는데 필요한 양분중 질소와 미량요소는 지역에 따라 기복이 있으나 칼륨함량은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자연초지 약 50만ha는 양강도와 함경북도를 중심으로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여기에는 주로 면양이 사육되며 약 2백여종의 자연초종이 분포되어 있다. Brougham이 방문한 화대지역은 면양이 10만여두 이상 사육됐었으며 이 지역에 위치한 시험기관도 5천ha의 자연초지를 가지고 있었다 한다. 그런데 북한의 자연초지에 있어 문제점은 계속된 과방목으로 가축이 채식을 기피하는 스크령(Pennisetum) 초종의 침입과 유해초종인 수영(Rumex acetosa), 그리고 지하경으로 퍼져나가는 쑥 종류의 침입이다. 북한의 초지개량은 현재 면양중심에서 점진적으로 면양과 동시 조선소(한우)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고 젖소사육은 현재의 사료작물 및 초지중심으로 계속되어야 한다. 북한의 초지개발은 경사가 심한 다락밭과 산림내에서 착수되어야 하기 때문에 개간작업을 수반하는 경운초지보다는 불경운을 전제로한 겉뿌림 또는 임간초지 개량방법이 우선 되어야 한다. 초지개량에 앞서 토양개량을 위하여 가축분의 시용, 석회 및 인산비료의 토양개량제로서의 시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해야 한다. 기후와 토양의 특성을 고려할 때 목초의 선정에 있어서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목초종자의 수입국은 북미 및 캐나다로 한정하는 것이 옳다. 한국의 고산지대인 강원도 대관령소재 삼양축산 대관령목장의 해발 표고 1천2백∼1천4백m의 초지개량에서 터득한 초지개량과 관리기술을 이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초지개량을 위한 목초의 적응성 평가시에는 내한성이 강한 목초의 품종선발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콩과목초중 내한성이 강한 Caucasian clover의 도입이 권장되어야 한다. FAO·UNDP등 국제기구가 초지전문가를 북한에 파견할 때는 필히 한국의 해당전문가와 함께 자문토록 북한당국은 이를 허용해야 할 것이다. <조용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