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중국산가금육에 대한 금수조치 해제 방침이 알려지자 국내 양계업계는 『중국측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은 주권국가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더욱이 금수조치 이후 한달만에 전격적으로 다시 수입이 허용된데 대해서는 우리의 대내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반면 이번 중국산 가금육의 금수조치와 수입허용에 이르기까지 직접적인 이해 관계를 가진 양계관련 단체들은 침묵과 미온적 태도로 일관, 이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함께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입장 일단 정부는 이번 중국산가금육에 대한 금수조치 해제가 중국측의 통상문제와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동안의 금수조치나 이번 수입재개도 국내 수입위생조건에 따른 절차였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지난해 가축전염병예방법 제23조 및 동법시행규칙 제16조의 규정에 의거, 지난해 5월2일 고시된 「중국산가금육의 수입위생조건」 제 15조다. 이 조항에는 「한국정부 수의당국이…가금인플루엔자 혈청형(HPAI)이 발견되는 경우, 당해 수출가금육을 반송 또는 폐기처분 할 수 있으며 해당 수출가금육의 생산작업장에 대해 한국으로의 수출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따라 장기적인 전면금수조치는 불가능,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승인한 현지 11개 작업장 가운데 한달간의 정밀검사 결과 일단 가금인플루엔자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은 2개 작업장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수입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처음 문제가된 작업장과 금수조치 후 정밀검사 결과 바이러스가 검출된 또하나의 작업장은 계속 수입을 금지시키고 나머지 7개작업장도 검사결과에 따라 조치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점은 없나 우선 중국산가금육의 수입위생조건에는 정부가 이번 수입허용에 대해 내세우는 15조외에 제1조에 「중국에서는 지난 3년간 고병원성 가금인푸루엔자의 발생이 없어야 하며 다만 중국내에서의 고병원성 가금인푸루엔자에 대한 살처분 정책이 효과적으로 시행되고 있다고 한국농림부장관이 인정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6개월로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발생 사실을 부인, 이 조항을 결부시키지 말 것을 우리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농림부의 한 관계자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믿을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중국은 현재 OIE에 전혀 참여치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어떠한 근거자료도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수의전문가들은 2개소의 작업장에서 수출된 가금육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다는 것은 결국 중국측에서 질병발생이 없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입육위생조건의 제1조에 적용할 수 있음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검역을 담당하고 있는 수의검역원에서도 이같은 점을 들어 마지막까지 수입허용을 반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지난 6월4일 금수조치에 따른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수입보관중인 물량과 이미 통관이 이뤄진 중국산 가금육에 대해서는 모두 반송조치 또는 폐기처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힌바 있다. 더욱이 이미 유통된 물량에 대한 회수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부는 이들물량까지 회수, 반송 또는 폐기하겠다고 밝힌 반면 추가 정밀조사 방침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그당시에는 회수자체도 자율리콜이었으며 수입허용된 작업장 물량에 대해서는 이전에 수입된 물량도 다시 유통시킬 수 있다며 입장이 돌변했다. 이는 결국 『정부가 중국산가금육에 대한 정부방침의 변화를 시사하는 증거가 아니냐』는 게 전반적인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따라서 반송 또는 폐기방침이었던 중국산 가금육은 수입허용 작업장 물량부터 다시 국내 시장에 유통되게 됨으로써 가금업계는 물론 소비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게됐다. 금수조치 이후 한달만에 전격 이뤄진 수입허용시기도 주요 논란의 대상이다. 실제로 우리보다 입장이 더욱 불리한 것으로 알려진 일본도 지난 6일 현재 중국측의 압력에도 아직까지 금수조치를 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가금육의 수입개방 이후 지난 97년 12월30일 처음 이뤄진 중국산가금육에 대한 금수조치의 경우 국내에서 발생이 아닌 홍콩에서의 고병원성 인푸루엔자발생만을 이유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간도 2년이 넘게 지속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양계업계 및 소비자단체의 반발 금수조치 해제사실이 지난 5일 알려지자 육계농가 및 관련업계는 허탈감과 함께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육계업계는 『OIE(국제수역사무국)에서 List A로 분류, 구제역과 같은 무서운 질병의 수출입에 관한 건은 국내 업계의 생존은 물론 국민보건문제 까지 연결, 어떠한 외교적 정치적 협상의 구실도 될 수 없으며 이는 국제적인 추세』라고 전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법을 억지로 피해가면서 까지 수입을 허용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중국측의 억지 주장을 받아들인 정부의 굴욕적인 태도는 국내 업계와 국민건강을 볼모로 한 통상마찰 피해가기로 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대해 수의업계와 소비자단체도 동조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앞으로 중국산가금육의 수입허용은 사회적 논란으로 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문제는 국민보건과 함께 질병전파라는 중대사안을 포함하고 있어 중국산마늘과는 또다른 시각에서의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전격적인 수입허용 조치에 이르기까지 보여온 국내 양계관련단체들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서도 비난의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오리협회를 제외한 양계협회 계육협회는 중국산 가금육의 수입중단 이후 중국측의 압력이 심화되고 있음이 언론지상을 통해 공공연히 알려지고 있음에도 어떠한 공식반응도 하지 않아 왔다. 다만 일부단체장이 농민단체협의회 간담회시 이문제를 지적, 뒤늦게 지난달 30일에서야 농민단체협의회 이름으로 정부가 중국측의 압력에 굴하지 말것으로 촉구하는 성명서만이 발표됐을 뿐이다. 더군다나 농림부 고위관계자가 5일 이전에 이미 각 관련단체장들에게 이같은 사실을 개별적으로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6일 현재 아무런 반응이 없자 생산자들은 더욱 분노하고 있다. 이와관련 양계협회의 한 임원은 『사태가 이지경에 이르기까지 생산자단체인 양계협회는 물론 닭고기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계육협회도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며 『이러한 상황에 과연 어느 누가 계육협회와의 생산자단체 인정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이해할지 부끄럽기만 하다』고 통탄하기도 했다. 한편 육계업계와 수의전문가들은 『중국과의 대규모 국책사업이 걸려있는 등 정부의 입장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산가금육의 수입허용 문제는 어떠한 정치적 외교적 협상도 될 수 없다』며 『지금이라도 국민보건을 위협하는 정부의 방침은 반드시 재고돼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따라서 중국측에 대한 과학적 입증자료 요구와 함께 국내 업계 차원에서 현지 조사단을 구성, 현재 실태조사 실시후 수입허용문제를 재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일호L21ho@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