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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이전 신설 설땅없는데 폐업보상 마땅하지 않은가

기고/ 김일량씨(경북 안산양계장)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1.07.09 14: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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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억울한 일이 많지만, 수십년간 쌓아온 생업을 하루아침에 빼앗기는 것만큼 억울한 것이 있을까.
나는 지난 40년 동안 산란계를 사육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4남매의 맏이로서 노모를 모시고 동생들을 공부시키며, 그런대로 행복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이같은 행복은 하루 아침에 깨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국가 정책사업으로 일방적인 피해를 입고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생업으로 여겨왔던 축산을 계속하고 싶어도 축산할 곳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의 국가 정책사업으로 인해 생업의 기반을 잃었다는 것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진다.
많은 축산인들이 나와같은 피해를 다시는 입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글을 쓴다.
나는 경북 칠곡군 왜관읍 아곡리 656-1번지에서 산란계 10만수 규모의 안산농장을 운영해왔다. 그런데 지난 1996년 양계장 부지 7천평중 5천평과 건물 2천평이 한국고속전철 철도 부지로 편입되고 이어 보상이 논의돼 왔는데 그 과정에서의 억울한 심정은 이루말할 수 없다.
양계장에 대한 국가의 보상이 너무나 잘못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잘못된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첫째 양계장을 평가하고 감정하는 사람이 양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둘째, 그렇게 양계에 대해 잘모르는 사람이 평가한 결과에 따른 보상이 3개월간의 피해 보상이었다. 3개월이라니, 병아리가 21일만에 부화해서 6개월부터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이후 강제 환우해서 20개월동안 계란을 생산하는데 3개월만 보상받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라고 하니 이것은 말그대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전문가인 축산기술연구소 이상진박사에 따르면 양계업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 즉 부지가 확보되었어도 적어도 14개월 정도는 소요돼야 계란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참고로 덧붙인다.
어디 그뿐인가. 양계장을 새로 건축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3개월 보상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양계장을 신축하는데 따른 어려움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른다.
가축사육금지구역, 도시계획 구역, 행위제한 구역, 개발제한구역 등이 있어서 축산입지를 찾기조차 어려우며 어렵게 입지를 구했다고 하더라도 양계장을 건축하는 행정절차 또한 간단하지 않다. 농지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임야인 경우 산림 훼손 허가를 받아야 하며, 또 축산 폐수배출시설을 신고해야 한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양계장을 건축하고 양계업을 영위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축산입지로서 법적 제한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근 주민이 반대하고 나서면 정말이지 축산부지를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실제 나는 양계할만한 곳을 찾아 11곳을 찾아 계약하고 5곳을 매입해 보았지만 결국 아직도 나의 생업인 양계업을 계속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셋째, 그나마 보상 가격 산정 또한 엉터리다. 양계장 부지 5천평에 산란계 10만수 규모에 대한 피해 보상 책정금액은 3억3천7백만원이다. 닭 10만수 규모의 시설비만 해도 10억원은 족히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 피해 보상이 3억3천7백만원이라는 것은 "양계업"의 "양"자도 모르는 사람이 감정하고 평가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마치 의사도 아닌 사람에게 수술을 맡긴 꼴이다.
이에따라 나는 한국고속전철공단을 상대로 소송에 들어갔고, 서울고법은 다행이 나의 이같은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양계장 등을 국가가 수용할 경우 토지 보상금 외에 영업 폐지에 따른 보상금을 별도로 더 줘야 한다"는 원고 승소 판결을 했고,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중에 있다.
대법원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문제는 그동안 천직으로 알고 생업으로 영위해 왔던 양계업을 계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고속전철공단에서 폐업보상을 충분히 해 주든지, 아니면 아예 한국고속전철공단에서 양계업을 할 수 있을만한 장소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한다. 또 한국고속전철공단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무튼 나와 같은 축산인들이 다시는 없도록 해야겠다. 국가에서 목장이나 농장을 수용할 때는 현실성있는 보상이 받드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법을 고칠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아울러 제발, 국가에서 축산인들의 이같은 어려운 사정을 알아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