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과 자주농협건설이라는 기치를 내건채 회장실을 힘으로 점거하며 파업마저 불사할것처럼 독(?)하게 나왔던 농협노조와 농협중앙회의 줄다리기가 농협인들의 ‘밥그릇채우기’로 결론이 난 것은 희극적인 요소와 비극적인 요소를 동시에 띠고 있다. 언필칭 개혁과 농민을 앞세웠던 노조가 최대 24개월의 호봉인상과 2백%에 달하는 특별인센티브지급, 그것도 모자라 직원임차보증금과 피복비 지원확대까지 보장받고 구렁이 담넘어가듯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을 시대적 희극이라고 한다면 자주농협건설이라는 카드를 내보이며 뒷전으로는 자신들의 밥그릇을 챙긴채 꿀먹은 벙어리처럼 오불관언(吾不關焉)하는 태도는 농협의 주인인 농민 입장에서 볼 때 비극중의 비극이다. 이를 두고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잠자던 소도 웃을만한 희극이자 더위에 고개숙인 벼포기도 일어서서 눈물을 흘릴만한 비극”이라고 말했다. 하기야 농협노조가 자주농협이니 개혁이니 구호를 내걸었을 때 이를 곧이 곧대로 믿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농협 노사가 설마 그렇게까지 무지막지하게 밥그릇이나 챙길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자주농협’이라는 그럴듯한 장막을 쳐놓고 이처럼 무지막지하게 밥그릇챙기기를 감행했고 외견상 성공한것처럼 보인다. 농협중앙회 노사가 전국민이 더위에 지쳐 있는 사이에 ‘밥그릇챙기기’를 전격적으로 해치웠지만 그들이 이번에 챙긴 ‘밥’은 아무리 생각해도 소화가 쉬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한농연과 농단협을 비롯한 농민단체들이 농협중앙회 노사의 이번 합의를 ‘농협의 주인인 농민을 기만하는 파렴치한 행태’로 규정하며 일제히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에 발린 구호를 내걸고 밥그릇챙기기를 전격 해치웠듯이 농민단체의 반발은 어떻게 돌파한다해도 넘어야할 산은 많다. 중앙회직원들보다 모든면에서 대우가 나을게 없는 일선조합 직원, 그리고 그들 곁에서 자연재해와 부채의 악순환으로 고통을 겪는 농민이란 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인지 농협 노사는 합의내용 공개를 꺼리다 1주일이 지나서야 그것도 농민단체의 줄기찬 요구에 마지못해 응했으며 이면합의는 절대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농협이 공개한 노사합의서와 부속합의서외에 실무합의서가 있었음이 농민단체에 의해 공개되고 말았다. “농민의 이름을 팔아 밥그릇을 챙긴데 대해 이루말할수 없는 배신감이 들지만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한 농민단체 관계자의 말처럼 이번 농협사태는 달리 할말이 필요치 않을 것 같다. 있다면 농협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조직이냐는 준열한 물음뿐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