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천마리를 기르는 사람은 통상 삼억원의 빚이 있다고 한다. 나도 삼천두 규모인데 사료 값을 포함한 부채가 십억 가까이 되니 빗장이 범주에서 벗어날 수 가 없다. 이렇게 빗장이가 된 원인은 과욕을 부리고 착실한 경영을 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일년을 지속시키지 못하는 졸속 정책에도 책임은 있다. "70년대 후반에 돼지 값이 치솟자 갑자기 대 일본 돈육수출을 중단하여 일본 바이어들은 당혹하게 만들고 막대한 자금을 풀어 사육두수를 늘리도록 하면서 생산원가 이하로 내려갈 때에는 보상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그 바람에 육돈으로 나가야 할 암돼지들이 모두 번식돈으로 전락하여 공급부족을 가중시켰고 급기야는 "79 양돈 대 불황을 초래하고야 말았다. 사료 값은 80%나 뛰고 비육돈 값은 26,000원까지 떨어져서 생산원가의 3분지 일도 건지지 못하던 그해 11월부터 약속대로 수매는 해주었으나 수량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그나마도 대군업자와 중간상인에 의하여 주도되어 돼지를 차에 싣고 일주일이상 대기하거나 방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진행되던 90년대에 경쟁력제고사업 자금이 풀려서 이 자금을 수령한 농가들 대부분 사육규모를 배로 늘렸다. 자금의 조건이 낡은 시설을 개조하기보다는 축사 증축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자기자본을 100%이상 부담하지 않으면 이행조건을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며 이로 인하여 이율이 높은 일반대출, 사채 등으로 새로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본인도 IMF가 터지던 "97년도에 5%짜리 2억9천여만원에 13%짜리 일반대출 3억 원으로도 모자라서 사료 외상 매입금이 배로 늘어났고 정책자금 금리가 6.5%로 인상되더니 예수금리가 4%대로 떨어지고 일반대출금리도 7.5%까지 떨어진 현재도 아직 6.5%를 고수하고 있어 이자부담이 여간 고통스럽지 못한 실정이다. "98년도에는 남은 음식물 사료화 운동이 전개되면서 전국에서 11개 농장이 선정되어 수억 원씩의 자금이 배정되었다. 대부분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은 발효기계 업자들에게 농락 당하여 더 큰 빚더미에 올라 앉거나 자금을 수령하지 못해서 공사중도에 포기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해당 자치구에서 "타 지역 남은 음식물 반입불가" 방침에 처리비용 보조까지도 외면 당하여 시험가동조차 못한 농가도 있어 정상 가동중인 곳은 두세 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본인은 남은 음식물을 이용하는 농가와 자치구에서 직접 혹은 위탁 처리하는 처리장, 세미나 등을 6개월여 조사 취합한 결과 영양가치와 처리비용(kg당 천여원)이 축분을 이용하는 것만 못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배정된 자금을 포기하고 4천여만원의 자기자본으로 건식발효시설을 설치하고 현재는 식품공장 부산물로 사료를 생산하여 비육돈 두당 2만여원의 사료비 절감효과를 거두고 있다. 95년도부터 돼지콜레라 박멸계획이 수립되어 일본과 비슷한 시기에 백신접종 중단과 함께 국제수역국으로부터 비발생국 승인을 받아 수출중단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였다. 처음 3년간은 추진상황이 지지부진하다가 적극적인 홍보와 예방접종증명, 혈청검사 등으로 항체 양성 율이 80%를 넘어섰고 99년 3월 이후 아직 발병사실이 공식적으로는 없다. 문제는 예방접종 중단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운 좋게도 백신 중단이후 발병이 종식되면 수출이 정상으로 회복되고 양축가의 불안과 수고가 덜어지며 양돈후진국이라는 오명까지 벗을 수가 있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선진국에서 10년 이상 막대한 투자와 인력을 동원한 박멸정책이 불과 2-3년 내에 성공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이 병은 100% 감염에 100% 폐사하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한번 발생하면 이웃 농장까지도 순간적으로 망할 수가 있기 때문에 완벽한 확인조사와 철저한 위생관리 및 검역이 수반되지 않으면 대단히 위험하므로 백신접종 중단시기를 결단 내린다는 것은 어렵다 아니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문제들은 치밀한 연구로 작성된 장기적인 시나리오와 부분적인 수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임기웅변적이고 졸속적이며 책임 질 줄을 모르는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었으며 장관이나 담당공무원이 바뀔 때마다 없었던 것으로 덮어버리거나 대폭 수정되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