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변하고 있다. 소비자가 변하고 있다. 돼지도 변하고 있다. 양돈사업도 이 변화에 대응하는 변화가 없으면 생산자는 살아남기 어렵다. 세계의 돈육시장이 WTO협정에 따라 개방되고 각국의 수출입 장벽이 무너지고 하나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 추세에서 승자가 되는길은 철저한 현지 최적화 제품생산이다. 즉, 철저한 한국적 로칼라이제션(localization)이된 돈육과 돈육제품 생산이 승자의 길이다. 한국시장에 가장 알맞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인 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인 주부의 70%가 돈육 구입시 구매하는 삼겹살에 대한 표준규격이 없다. 일본인과 서양인들이 선호하고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지 않는 부위의 하나인 등심에 대한 규격과 연구는 많다. 부끄러운 일이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 수출위주 양돈 산업 정책은 내수 위주 양돈산업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세계화 부작용의 하나가 해외 질병의 국내 침투이다. 우리는 지난 2000년 봄에 구제역 사태의 쓴맛을 경험한바 있다. 매년 약 1백만명이 구제역 감염국인 중국을 관광하고 있다. 불법으로 유입되어 적발된 육류만 연간 2톤을 넘고 있다. 국민들의 해외질병이 우리경제에 미치는 손실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최근 영국은 구제역 사태로 국가 경제성장율이 1%나 감소하였다고 발표하고 있다. 경제적 손실은 우리돈으로 1조원대를 넘고 있다. 호주의 경우 공항은 물론 시내곳곳에 해외질병 유입차단을 위한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있다. 구제역의 계절인 겨울이 오기전에 TV, 신문등에 국민들을 대상으로 구제역 감염 방지를 위한 대대적인 홍보가 절실하다. 인천 등 공항과 항만의 검역도 겨울을 맞이하여 재정비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세계화에 이기는 또 하나의 길은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최소화 산업구조이다. 먼저 우리의 종돈개량 구조가 원시적이다. 종돈능력검정이 아직도 표현형가로이루어지고 있다. 농장검정도 원래 기본취지인 농장간 비교가 불가능한 유전적 평가시스템이다. 중앙능력검정소에서 선발된 최고능력 종돈은 반드시 GGP돈군에서 이용되어야하는데 주로 비육농장으로 팔려나간다. 이러한 시스템이 이론적으로 국가적 유전적 개량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모처럼 약 350억원을 투자하여 완성된 GGP돈군, 기존의 개량기관과 기구등 물리적인 하드웨어적 시스템은 갖추어졌다. 지금부터 이들을 잘 연결하고 각 기관의 기능을 살리는 국가적 유전적 평가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시급하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카나다에게는 15년, 미국에게는 10년 뒤지는 국가적 유전적 평가시스템이다. 생산성 향상과 생산비 절감,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중의 하나가 전문화, 계열화 시스템이다. 실제로 경기도 이천지역을 중심으로 여러 양돈농장이 시설을 보수하여 자돈만 생산하는 농장, 비육돈만 사육하는 농장으로 전환하면서 전문화와 수평 및 수직적 계열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요구하는 돈육, 소비자가 친근감을 느끼는 양돈산업이 살길이다. 안심할 수 있는 무잔류, 무항생제, 위생적인 돈육 생산시스템은 사료에서부터 식탁까지의 단계별 품질관리 할 수 있는 HACCP시스템의 도입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소비자가 친근감을 갖는 양돈산업은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오히려 남은음식물과 퇴비를 리싸이클 시킬 수 있는 산업이다. 이 리사이클은 첨단기술을 도입한 방법이어야 한다. 남은 음식물의 영양성분은 물론 위생수준까지 체크하여 사료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돼지가 변하고 있다. 유전적 개량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100kg 도달일령이 10년에 13일씩 당겨지고 있다. 모돈이 새끼 낳는 숫자도 1년에 0.2두씩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돼지가 식욕을 잃고 있다. 돼지처럼 먹는다는 이야기는 옛날이야기이다. 고도로 개량된 돼지는 20년전 돼지에 비해 식욕이 20∼30% 떨어지고 있다. 변화하는 돼지에 걸맞는 사료영양수준의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 일반농가가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협회, 조합, 수직계열업체, 등을 통한 새로운 변화와 지식과 기술이 단시간에 전달 될 수 있는 컨설팅 지원정책 확대가 필요하다. 지난 2년간 실시된 정부의 농가컨설팅 지원정책은 극히 적은 예산임에도 불구하고 농가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양돈산업은 생산자단체의 개편으로 바뀐 새임직원들의 사심없는 자세가 생산자들과 관련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정계, 행정부, 학계 등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을 때 세계경기의 저조로 불투명한 한국 양돈산업의 앞날을 헤쳐나갈 수 있는 추진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