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을 취재하다 보면 “협동조합은 사업을 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조직”이란 얘기를 쉽게 들을수 있다. 규정을 준수하고 감사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자세가 경직될 수밖에 없고 주인(조합원)이 많아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발빠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게 많은 조합관계자들의 인식이다. 그러나 김해축협을 들여다 보면 이같은 얘기는 설득력을 잃고 만다. 김해축협의 사업물량은 지난해 예수금순증액과 경제사업취급액을 합쳐 1천5백70억원. 예수금 및 대출금총액을 합친 전체취급량은 무려 3천7백72억원에 달한다. 흑자규모는 11억6천여만원에 달했다. 여기에다 1980년대이후 한번도 적자를 낸적 없이 승승장구를 거듭해 선진조합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김해축협은 내실면에서도 정평이 나있다. 자산건전성을 알수 있는 충당금 적립비율은 신용사업 대손충당금이 1백11%, 퇴직급여충당금이 1백26%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32억4천만원을 적립했다. 이 때문에 정진화조합장이 올해 농협중앙회의 최우수경영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업구조를 보면 경제사업이 단연 돋보인다. 지난해의 비신용분야 사업실적은 △구매 18억5천9백만원△생활물자(축산물포함) 1백98억7천4백만원△판매(계통출하) 1천23억1천7백만원△가공 2백54억9백만원△이용 3억4천9백만원등 도합 1천4백99억여원에 달했다. 예수금총액이 1천1백36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다. 이중 사료가공사업은 1993년 경영난에 시달리던 진흥사료를 인수, 시설보완을 한후 94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가 월평균 9천톤의 배합사료를 생산, 저렴한 가격으로 조합원농가에 공급하고 있다. 사료가공은 연중무휴 공급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원가절감을 위한 경영혁신에 힘써 지난해의 경우 이용조합원에게 5억원의 특별배당을 할만큼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생활물자사업은 현위치에 92년 1백평의 매장을 확보하면서 시작되어 현재 2곳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데 하루평균 6∼7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명절 대목밑에는 본소 매장에서만 하루에 1억2천여만원의 매상이 오를만큼 문전성시를 이룬다. 여기서 비롯된 구매파워는 김해지역 유통업계를 선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판매장의 축산물 매출비중은 30%선. 김해축협은 한우고기의 맛을 알리자는 차원에서 내동지소에 셀프식당을 오픈, 운영중이다. 고객이 판매장에서 고기를 사와 위층의 식당에서 양념을 구입, 시중가격의 절반도 안되는 값으로 구워 먹도록 함으로써 일석이조의 시너지효과를 보고 있다. 이 식당의 1일 매상은 2백만원선으로 고객이 매장에서 산 고기값은 여기에 계상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어느정도 붐비는지 알수 있다. 계통출하사업은 조합원농가의 실익을 위해 조합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으로서 양과 질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수수료는 소1두당 1천원, 돼지는 3백원이며 조합원들의 편의를 위해 도매시장에 직원을 상주시키다시피 하고 있다. 경영수지도 경제사업이 단연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총조수익은 58억8천9백만원으로 이중 신용사업은 23억3천8백만원에 그친데 비해 경제사업은 35억5천여만원에 달했다. 김해축협은 이를 바탕으로 △가축분뇨수거 및 톱밥보조금지원(2000년기준 6천3백만원)△조합원 PC구입 보조금지원(2000∼2001년 1백51대 1억8천8백만원)△조합원 무료건강진단사업(2001년 3백명 6천만원)△축사 노후전기시설교체 및 소화기 보급△방역약품 무상공급(2000년 5천5백만원)△가축병원운영등의 대조합원 실익사업을 의욕적으로 펼치고 있다. 김해축협이 이처럼 내실있고 경제사업이 활발히 이뤄지는데는 축산업이 비교적 일찍 발달한 지역여건이 많은 작용을 했지만 좋은 환경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측면에서 보면 분명 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경영의 투명성과 조합원실익을 우선하는 경영방침이라고 말할수 있다. 정직하며 투명한 업무를 강조하는 조합경영진의 자세는 시쳇말로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다. 이 때문에 김해축협은 사료공장과 생활물자매장에 물품운반관계자외에는 일체 방문을 사절하고 있다. 대금은 1백% 통장입금으로 이뤄진다. 결벽증에 가까울만큼 투명성을 강조하는 통에 김해축협 판매장의 구매단가는 대형유통업체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바로 이점이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지지 않는 비결인 셈이다. 이처럼 투명성을 강조하는 분위기 때문에 처음엔 업무추진이 다소 경직되고 불편했지만 정실(情實)에 의한 물품납품은 끼어들 여지가 없어 지금은 오히려 편하게 일을 할수 있다는게 실무직원들의 변(辨)이다. 이를 종합하면 김해축협의 경쟁력은 투명성을 강조하는 경영진의 노력과 직원들의 협력, 그리고 조합원들의 능동적인 참여에서 비롯된다고 할수 있다. ***인터뷰*** ----정진화 조합장 정조합장은 김해축협의 경제사업이 활발한 이유를 묻자 “자랑할게 없다”며 손사래부터 쳤다. 기자가 “어쨌든 지역조합의 경제사업치고는 양과 질면에서 내세울만 하다”며 재촉하자 정조합장은 특유의 퉁명스런 목소리로 “굳이 이유를 들라면 조합원들이 조합사업에 적극 참여해주었기 때문이지 뭐가 더 있겠느냐”고 잘라 말했다. 정조합장은 투명성을 강조하는것도 지나치면 결벽증이 되지 않겠느냐며 다소 자극적인 질문을 하자 “경영이 투명하지 못하고 직원들의 업무가 정직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외면할 것”이라는 말로 되받았다. 이렇게 무뚝뚝한 편인 정조합장이지만 직원들 얘기에 이르러서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아시다시피 우리 조합은 노조가 없습니다. 전직원이 일과시간이 끝나면 교대로 근무여건이 열악한 셀프식당에서 수당도 없이 자진해서 일을 합니다. 그리고 판매장이나 사료공장은 연중 무휴 근무체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정조합장은 경제사업에서 조합의 존재의의를 찾아야 하고 직원들이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습니다. 정조합장은 자신의 지인중에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판매장이나 사료공장에 납품을 시도했으나 직원들에 의해 거절당한 사실도 있다며 조합사업이 내외부의 압력에 의해 좌우되는 일은 결코 없다고 단언했다. 정조합장은 조합원과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상생(相生)의 원리를 실천하고 있다며 임금과 간련한 일화 한토막을 소개했다. “작년에 전국회원조합 임금을 일률적으로 4.9% 인상할 때 우리 직원들은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이유를 묻자 실무직원이 연말이면 이사회에서 다 반영해줄텐데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해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