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김주수 축산국장 주재로 열린 "돼지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한 관계자 회의"는 회의 시작 벽두부터 분위기가 매우 냉각됐다. 그도 그럴 것이 모돈을 감축하라고 했더니 줄이기는 커녕 모돈 도축율이 늘어나야 됨에도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 모돈 도축율이 9월과 10월들어 감소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자 김주수 축산국장이 화를 낼만도 하다. 농림부에서는 자금까지 지원해 주면서 수매비축이다 소비홍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다 찾아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모든 시책을 추진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당사자인 양돈농가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김국장은 모돈감축시 두당 일정액을 지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한마디로 딱 잘라 거절했다. 축종간의 불균형과 도덕적 해이 현상을 부채질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 수매도 WTO 규정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이날 있었던 논의 내용. ▲이종열 서울경기양돈조합장직무대리=지난 9월 24일부터 돈까스를 판매하고 있는데 하루2백만원정도 팔리고 있다. 앞으로 소비촉진을 위한 방안으로 가공식품을 만들어야 된다. 그러므로 가공공장 시설비 지원이 요구된다. 모돈 감축은 목표대비 30%에 불과한 실정이다. ▲한영섭 부산경남양돈축협장=모돈 감축율이 36%인데 모돈 교체율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러므로 정부 지원을 통한 가임모돈 감축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김강식 육류수출입협회장=지난해 돼지고기 수출물량이 8만톤이다. 이중 5만톤은 후지이고 3만톤이 안등심이다. 수출이 중단됨에 따라 국내산 후지 5만톤이 육가공원료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국내 돼지값이 16만7천원이상으로 올라갈 경우 국내산 후지가격이 kg당 2200원 이상 될 것이기 때문에 이보다 싼 후지를 외국으로부터 수입하여 육가공원료로 사용될 수 있다. 국내에서 인기부위인 삼겹살이나 목살, 갈비는 운명적으로 수입해야 될 처지이다. 왜냐면 내수를 부족분 없이 공급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돼지사육마리수가 1천만두 이상은 돼야하기 때문이다. 후지 처리는 이같은 방법으로 한다하더라도 안등심 3만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가 문제다. 도축두수의 40%를 34개 수출가공업체가 도축하고 있는데 도축업체 90개중 이들 업체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돼지고기 수매 비축업체 51개업체 가운데 9개 업체를 매일 점검해 본 결과 9천49두를 수매, 수매 목표대비 96% 추진 실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가공업체가 목표량을 달성하게 되면 돼지가격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런데 가공업체가 수매비축을 꺼리는 이유는 돼지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목표량을 달성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수매촉진책을 강구해야 한다. 10월들어 돼지가격이 불안하기 때문에 출하두수는 늘어나는데 소비가 뒷받침이 안되고 있다. 내년 4, 5, 6월이후부터는 돼지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16만7천원이상으로 돼지가격이 형성될 경우 후지는 들어올 것이다. ▲오경욱 제주양돈축협장=구제역이 발생되면서 어려운 작업 해왔다. 사실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 수매 비축 한계에 다다랐다. 따라서 민간수매는 그만 중단하고 정부 수매로 해야 한다. 수출업체에 대해서는 물류비와 포장비 지원이 있어야 된다. 정부지원자금의 이자와 원금 상환을 연기해 주길 바란다. 아울러 수매 비축보다는 대북지원사업으로 물량을 빼냈으면 한다. ▲최상백 대한양돈협회장=현재 상태로 가다가는 도산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 같다. 내년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과 같은 조치를 하게 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 첫째 모돈 자율감축에서 사육두수에 비례, 강제감축토록 하여 누구나 동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두 번째는 소비자가격이 인하되지 않으므로 연동제를 다시 부활해야 한다. 셋째 모돈 감축시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며, 네 번째 신규로 축사를 짓는 데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을 동결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는 정책자금 이자 감면이 이뤄져야 한다. ▲송건섭 대전충남양돈축협장=학교급식에 돈까스 확대 계획을 갖고 있다. 이에 따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조합에서는 자체자금 4천만원을 마련하여 모돈을 감축할 시에는 무조건 두당 3만원을 보조해 주고 있다. 그래도 감축이 잘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무조건 감축정책보다는 돼지값이 급등했을 경우에 대비한 대책도 있어야 된다. 자칫 수입고기가 자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돈 감축 보조금 지원과 함께 사료비지원도 해주고 있다. 자체자금 6.5%짜리로 자금을 지원해 주면서 앞으로는 현금으로 사료를 쓸 것을 당부하고 있다. 생산비를 낮출 수 있어 결국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부에서는 단기자금으로라도 사료외상값을 갚을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 줬으면 한다. ▲김광진 전북양돈축협장=조합원(양돈농가)의 부채비율이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건실한 조합원이 30%이고 나머지 70%가 부채를 지고 있다. 폐기처분하지 않고 수매비축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 물량은 언제나와도 또 시장에 나올테니까 이 상태로가면 건전한 농 가도 도산될 우려가 있다. 전체농가를 끌고 갈 것인가 구조조정을 할 것인가의 정책 결정이 중요하다. ▲이종석 강원양돈축협장=생산조절 통해 일정한 가격보장제도가 필요하며 선진국과 같이 음식문화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자조금제도가 정착돼야 하며, 특히 폐업농가에 대한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김주수 축산국장=양돈산업이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주체들의 역할이 제대로 돼야 한다. 돼지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해 죄송하다. 이 난국을 극복하는 일에 다같이 참여하자. 김영란 yrkim@chuksan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