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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격 하락과 앞으로의 수급전망

예고된 불황 소비위축으로 하락폭 커져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1.10.17 16: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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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부터의 돼지가격 하락은 이미 상반기부터 예견돼 왔던 것으로 여러 관련기관과 언론에서 이에 대한 경보음을 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농가들은 오히려 구제역이 청정화되고 대일 수출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사육두수를 늘리는 기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예견됐던 대로 사육두수 증가와 함께 가격 하락을 가져왔다.
이같은 가격하락에 대한 책임은 1차적으로 양돈농가에게 있지만 언론과 관련기관, 단체에서 가격하락을 예고하는 경보음을 무시한채 미온적은 정책대응을 해온 농림부 책임을 면키 어렵다. 물론 책임선상에서 소비홍보 촉진과 농가 계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양돈협회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농림부가 밝힌 돼지 사육두수 통계에 따르면 9월초 현재 총마리수는 8백76만7천두로 전분기 대비 31만7천두가, 전년동기 대비 39만6천두가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로 나간다면 올 연말에는 9월말보다는 다소 줄겠지만 그래도 여전히 8백50만4천두 선을 유지할 것으로 농업관측센터는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관측의 배경은 비육단계에 들어간 자돈이 12월 경이면 대부분 출하될 것으로 바탕으로 계산한 것이다. 여기에 과거에는 돼지가격이 상승할 경우 신규 진입농가가 있었지만 현재는 축산오폐수 등에 대한 규제가 심해 가격이 올라도 신규진입 농가가 거의 없고 농가 역시 가격등락요인과 관계없이 사육두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비육되고 있는 돼지들이 출하되는 올 연말이 되면 8백50만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산지 돼지 가격 역시 1백kg 성돈을 기준으로 올 3월 15만6천원 하던 것이 5월들어 20만3천원, 6월 20만8천원으로 상승하다가 8월 들어서는 18만5천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9월들어서서부터 급격히 하락해 17만1천원의 가격대를 보였으며 결국 이달 들어서서는 15일 현재 산지가격이 14만2천원대로 급락하고 말았다.
도매시장 가격 또한 서울지역(농협중앙회 서울공판장, 태강) 지육 1kg당 평균가격은 5월 3천25원, 6월, 3천1백29원, 7월, 2천8백13원, 8월 2천7백1원, 9월 1주 2천6백95원, 2주 2천5백54원, 3주 2천2백88원, 4주 2천88원 10월, 1주 2천1백57원, 2주 2천98원으로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표 참조>
돼지고기 수입량은 유럽의 구제역 영향으로 유럽연합 수출국에 대한 수입검역 중단 조치가 내려짐에 따라 올들어 7월까지의 돼지고기 수입량은 전년동기보다 오히려 54.2%가 감소해 국내 돼지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또 환율도 지난해 7월보다 17% 상승함에 따라 돼지고기 수입을 억제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현재의 돼지가격 하락은 내부의 요인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사전에 농가와 양돈협회, 노력과 농림부의 치밀한 정책적 대응이 있었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가장 큰 문제는 당초 예측했던 모든 예측치가 현실과 빗나갔다는 점이다. 당초 사육마리수 예측은 9월 초를 기준으로 8백50만두에서 8백60만두 정도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8백76만두를 넘어섰으며 가격 역시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10월 이후에 가서야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고 가격 폭 또한 9월말까지는 17만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현실은 미국 테러사건이후 급격히 하락했고 단기간에 18만원대에서 14만원대로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물론 현재의 시기가 계절적으로 다소 하락하는 때다. 그러나 최근들어 돼지가격이 이처럼 급격히 하락한 것은 미국 테러사건이후 경기악화를 우려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된것과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 양돈농가들의 홍수출하가 가격하락을 더욱 부채질 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여기에 가격이 하락하자 육가공업체들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육가공 원로 구매를 하지 않은 채 관망하고 있는 것도 가격 하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이는 육가공업체들의 육가공 원료 재고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 육류수출입협회가 밝힌 육가공업계의 재고는 6월 1만1백40톤, 7월 9천6백35톤, 8월 6천6백38톤으로 확인됐다. 또 비인기부위인 등심의 경우도 6월 1천15톤, 7월 1천37톤, 8월 9백80톤으로 계속 감소세를 보였고 후지의 경우도 6월 2천3백18톤, 7월 1천9백20톤, 8월 1천7백28톤으로 역시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국내 경기가 장기간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소비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돼지고기 뿐만아니라 쇠고기와 닭고기의 소비도 크게 감소하고 있는 점과 계절적으로도 10월 과 11월이 돼지고기 소비지수가 1년중 가장 낮은 시기인 점을 고려할 경우 당장 가격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돼지가격 하락에 대해 관계전문가들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할 경우 오히려 시장기능을 마비시켜 항구적인 양돈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즉 정부가 수매비축자금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림부는 지난 16일 돼지가격 안정을 위한 대책회의를 열고 3백38억원 수매비축자금을 풀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농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우선 농가 스스로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홍수 출하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점은 모든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또 무리한 입식은 또 다른 돼지가격 하락을 가져 올 수 있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충고다. 농협중앙회가 계통조직을 통해 농가방문 소집교육을 통해 홍수 출하와 입식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이와 함께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농협중앙회는 지난 17일부터 지역축협 축산물 판매장 등 계통 조직을 통해 최고 30%까지 가격을 인하해 소비를 촉진하고 있다. 대한양돈협회 또한 소비홍보를 촉진하기 위한 TV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예산상의 한계와 비 선호부위에 대한 소비자의 입맛을 어떻게 살릴 수가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단시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소비자들의 돼지고기에 대한 인식이 "맛이 없다" "콜레스테롤이 높다"등 부정적인 인식이 높다는 것이 설문조사 결과 나타났고 비 인기 부위의 소진대책도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껏 나온 요리방법이 돈가스 정도인데 비 인기 부위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요리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 할 경우 다양한 요리방법도 개발되어 할 것이다. 뿐만아니라 돼지고기 소비 성장률은 연간 6.9%에 그치는 등 쇠고기와 닭고기에 뒤지고 있어 이에 대한 소비 촉진책도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의 돼지가격 하락을 극복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양돈농가와 양돈협회, 농림부, 농협중앙회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