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을 한 고비 넘기고 돼지콜레라 박멸에도 모두 함께 힘쓰고 있는 지금, 우리는 중단되었던 일본 수출이 다시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막상 수출을 하려고 하니 원료돈의 품질이 크게 떨어져서 일본 시장에서 우리 돈육이 설 땅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수출원료돈의 품질은 일시적인 캠페인으로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품질향상을 위해서는 업계 전반에 걸쳐 체계적이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겠지만, 우선은 다음의 몇가지 만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를 기대한다. 첫째, 수출원료돈의 품질향상은 종돈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원료돈의 품질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종자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애초에 품질개선이 불가능하다. 다른나라와 달리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육질에 대한 중요성이 크므로 좋은 육질의 돼지를 생산해낼 수 있는 종돈을 잘 가려서 써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어떤 종돈이 그러한 능력을 지녔는지를 연구하고 평가하는데에 너무 소홀하다. 나라에서 정하는 돼지 개량목표에도 육량에 대한 기준만 있지, 육질에 대해서는 기준조차 없다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종돈이 가진 육질에 대한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개량의 목표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유전적으로 물퇘지를 만드는 PSS인자의 경우 편리한 검사방법이 개발되어 어렵지 않게 PSS인자를 가진 돼지를 선별해 낼 수 있다. 이미 여러 종돈장에서 검사를 통해서 PSS인자를 제거하였지만 아직도 PSS인자를 가진 돈군이 있을 것이므로, 이를 하지 않은 종돈장은 모두 이를 색출할 수 있도록 할 일이다. 둘째, 농가 품질인증제도를 해야한다. 돈육의 품질은 종돈뿐만 아니라 생산과정에 의해서 크게 좌우된다. 농가 품질인증제도는 원료돈의 생산과 취급에 대한 표준을 정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일로서, 돈육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치고 이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이미 시행되고 있는 양돈선진국의 농가 품질인증제도를 참고하여 우리도 이를 제도화 해야한다. 당장에 다양하고 세밀한 규정을 설정하기가 어렵다면 최소한의 규격이라도 정해서 시작하고 점차 보완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인증된 농가에 대해서 품질개선장려금 등의 인센티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여 이를 정착시키는데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한다. 셋째, 육질등급제를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원료돈의 품질을 제대로 평가하는 체계가 있어서 좋은 돼지를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어야 좋은 돼지를 만들게 된다. 현재 체중과 등지방을 척도로 한 육량 중심의 도체등급제도는 돈육의 품질에 대한 평가라는 측면에서는 보완할 필요가 있다. A등급을 받은 돼지보다는 B등급을 받은 돼지가 수출용으로는 더 적합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있다. 기술적인 문제로 당장에 본격적인 시행이 어렵다면 이에 대한 기초연구라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