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을 겪고 있는 일선축협의 시름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의 조합에서 결산철을 앞두고 경영수지를 맞추느라 전전긍긍하던 지난해의 풍경이 올해도 적지 않은 조합에서 여지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모습은 일선축협이 안고 있는 경영난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지금 일선축협이 안고 있는 문제는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사안으로 만성화할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자본잠식조합이 속출하고 중앙회의 특별관리대상으로 선정된 조합중 상당수가 합병에 나서고 있을만큼 심각한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은 각종 충당금적립을 소홀히 한데서 보듯 타성에 젖은 경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과거의 타성을 버리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면 의식개혁만으로 극복이 가능하겠지만 오늘의 상황은 냉정히 이야기해서 무서운 속도로 급변한 경영환경에 제대로 대응치 못했거나 변화 자체를 읽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일선축협이 당면한 경영환경은 변해도 너무 변했다. 신용사업(상호금융)은 예금만 유치하면 수익이 나던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지만 지금은 적지 않은 조합에서 황금알은커녕 경영의 숨통을 죄는 요인으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2금융권이란 프리미엄을 누리며 도시금융에 치중하던 1금융권의 틈새에서 나름의 영역을 확보했던 상호금융이 이처럼 위기를 맞게 된 근본적인 요인은 금융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신용사업의 환경은 이제 더 이상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게 엄연한 현실이다. 경제사업은 어떤가. 간판사업인 배합사료 구매사업의 경우 사료시장이 주문사료체제로 전환되고 있으며 축산물을 비롯한 생활물자판매 역시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일선축협이 처한 환경은 이처럼 앞뒤가 꽉 막힌 것 같은 위기상황이지만 노력여하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헤쳐 나갈수 있다. 그것은 바로 임직원 모두의 새로운 각오와 환골탈태에서 찾아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안이했던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남으로써 조직내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조합원의 손과 발이 되어야 한다. 임직원들의 피나는 노력에 감동한 조합원들의 동참으로 합병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벗어난 사례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새로운 각오가 조직차원의 실천적 에너지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중앙회통합이란 혼란과 노사문제의 와중에서 무너져 내린 리더십을 바로세우며 노사신뢰를 복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한 일이다. 조직내의 리더십이 복원되지 않으면 새로운 기풍은 진작될수 없는 것이다. 리더십이 바로 서지 않으면 설령 새로운 기풍의 조짐이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은채 조직내에 패배주의 내지는 냉소주의적 사고만 팽배해질 뿐이다. 조합의 리더십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의 분발과 사명감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여기에 임직원들의 새로운 의식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며칠전 몇몇 조합관계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노사신뢰의 복원 필요성을 역설했더니 모두가 공감하는듯 하면서도 표정으로는 마치 “뻔한 얘기를 새삼스럽게 한다”는 반응을 보여 머쓱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한’얘기를 지면을 빌어서까지 다시 하는 것은 사(使)는 사(使)대로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노(勞)는 노(勞)대로 환경변화를 읽지 못한채 우왕좌왕하는 가운데 주인인 조합원들이 조합의 필요성을 잊어가는 조합이 적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주인인 조합원이 조합을 잊어간다는게 무얼 의미하는것인지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본지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