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특수한 예이긴 하지만 경락가격이 1천6백만원을 넘는 소까지 나왔다. 한우값이 높게 형성되면서 육우사육도 동반호황을 누리고 있다. 육우의 경우 IMF사태이후 천덕꾸러기처럼 버려지기까지 했던 초유떼기 송아지(젓소수컷)도 없어서 못팔 정도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소값이 이처럼 높게 형성되는데 소 사육농가의 걱정은 늘어만 간다. 소값이 오르면 한우인들이 그토록 반대해오던 생우수입의 불씨가 또다시 지펴지며 수입육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엔 생우수입협회가 결성되었으며, 지금 이순간에도 물밑에서는 생우수입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생우수입을 노리는 입장에서 보면 최근의 소값은 그야말로 호기가 아닐수 없다. 지금과 같이 높은 소값은 결과적으로 생우수입이나 수입육소비를 견인하는데만 그치지 않고 아직도 걸음마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고급육생산을 뿌리채 흔들어놓아 한우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가 있다. 최근 거세비육을 기피하고 속성비육에 치중하는 일부 농민들의 행태는 이러한 지적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일깨워주고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사료비가 많이 드는 장기비육보다 단기비육을 해서라도 이런 호황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일부 농민들의 심정을 이해못하는바 아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우값이 현추세를 유지할수 있거나 아니면 이번 기회에 한번 재미를 본후 소사육을 포기한다는 전제가 있을때의 일이다. 그러나 그만둘 요량이 아니라면 소값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전례없이 높은 지금의 소값이 품질이 엄격히 반영된 가격이라면 별문제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냉정히 얘기하자면 고공행진을 거듭중인 현재의 소값은 한우고기의 품질이 전혀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할수 없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외국의 광우병파동으로 인한 수입육 소비감퇴와 여기에 한우의 희소성이 작용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 한우의 1등급 출현율이 30%에도 미치지 않는 현실이 시사하는 바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우산업이 일관되게 밀고 나갈 방향은 첫째도, 둘째도 육질고급화다. 육질고급화만이 한우산업이 살아남을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답은 1980년대후반 쇠고기수입재개와 그후의 UR협상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며 얻은 결론이다. 이렇게 해서 일본 화우산업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추진해온 것이 육질고급화사업인데 최근 소값이 오르면서 IMF체제때와 마찬가지로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정말이지 냉혹하다.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면 품질이 가격을 상쇄할수 있어야 한다. 한우산업이 국내 쇠고기시장에서 퇴출되지 않는 길은 육질이 가격을 상쇄할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소사육 농민들의 대정부 주문사항중 첫 번째는 언제나 정책의 일관성이다. 하지만 단기 속성비육을 해서도 채산을 맞출수 있다는 단견 때문에 거세비육을 기피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작금의 현실은 생산자들의 일관되고 꿋꿋한 노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생산자들의 일관된 노력없이 고급육생산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때 한우정책은 백약(百藥)이 무효일 것이며 기왕의 한우정책 또한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되새겨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