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LPC 정책과 사업 현주소-전문가진단(허덕 농경연 축산팀장)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0.10.30 11:17:30

기사프린트

우리나라 축산물 유통상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대부분은 유통관련 업체의 영세성에서 비롯된다. 위생의 문제, 둔갑의 문제 등도 따지고 보면 규모가 작고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식육의 안전성에 민감하다. 미국이나 카나다, 호주 등 축산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통상의 위생수준을 반드시 제고하여야 한다. 그러나, 종래의 유통체계로는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1994년부터 축산물종합처리장(LPC)사업이 추진되어 왔다. LPC 사업의 활성화를 통하여 시장개방에 대비하고 식육의 위생과 안전성을 함께 확보하며, 냉장육, 부분육에 대한 소비자 선호에 부응토록 하며, 소비자로 하여금 품질을 중심으로 생산자의 얼굴을 알 수 있게 하여 안심할 수 있는 거래관행을 정착시킴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되었던 것이다.
LPC 사업의 추진체계는 기본골격이 계열화이다. LPC의 입장에서 보면 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고 판매망을 구축함으로써 농가에게는 안정적인 소득확보를 가능케 하고, 소비자에게는 보다 좋은 고기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중요한 사업이 최근 전면적으로 실패하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LPC사업에 총 987억원이 투입되었지만, 선정된 12개소 가운데 5개소는 사업이 취소되거나 포기하였고, 건설이 완료된 4개소 가운데에서도 2개소가 부도로 3자 매각 또는 경매에 들어가 있는 처지이다. 현재 가동 중인 2개소 가운데 1개소는 가공 기능은 못하고 도축장만 겨우 가동하는 등 축산물종합처리장사업이 부진하다. 2001년 쇠고기시장 전면개방을 앞두고 축산물의 생산과 유통을 계열화하고 브랜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은 사실상 달성이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PC 건설사업이 왜 부실화된 것일까. LPC사업자가 선정되고 건설이 시작되던 1997년 12월에 외환위기를 맞게 되어, 각종 건설자재 가격이 증가하고 자금사정도 나빠졌으며, 이자부담도 커지게 되었다. 자금사정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LPC추진업체 마저도 시설은 완공하였으나, 원료 확보에 있어 기존 도축장과의 경합에서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였으며, 판매망도 제대로 구축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대규모의 고정자본이 투입된 LPC의 경우 일정수준 이상의 가동율을 넘지 못할 경우 도축 및 가공비용이 커지게 되어 상대적으로 위생수준이 낮은 일반도축장에 비해 비용 면에서 불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농협 김제가공공장과 같이 성공 케이스를 찾아볼 수 있다. 협동조합의 장점을 살려 계통출하 또는 계약생산에 의해 원료육을 확보할 수 있었고, 전국에 농축산물 판매장을 갖추고 있어 판매망 확보에서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즉, 브랜드 이미지를 전제로 원료육 확보망과 판매망을 갖춘다면 사업성은 있다는 의미이다.
LPC가 원료육을 확보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기존의 도축장과 경합 때문이다. 기존의 도축장에 대한 구조조정은 원료육 확보와 판매망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LPC 활성화의 관건이 된다. 기존의 도축장의 위생수준이 LPC의 도축시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면 문제되지 않지만, 위생 수준이 나쁜데도 불구하고 상존한다면, 안전한 축산물 유통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축산물의 위생수준을 제고하기 위하여 위해요소 중점관리체계(HACCP)가 도입되고 있다. HACCP체계가 축산물 유통 전반에 실시될 경우 일정 위생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도축장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것이다.
현재 LPC의 판매망은 대부분 일부 백화점이나 양판점에 국한되고 있다. 판매망 구축을 통한 LPC의 활성화를 위해 일부 축산기업조합과의 제휴의 길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최근 거세육 전문 브랜드인 한예들과 축산기업조합과 제휴가 좋은 예이다.
유통의 선진화를 위해서라면 부실화된 LPC를 민간이 인수하든 조합이 인수하든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업이 활성화될 때까지는 공공적 성격의 사업으로 추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축산물 유통의 선진화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추진하는 LPC 사업이 조속히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LPC의 원료육 확보체계를 갖추고 판매망 구축이 중요한 관건이 된다. LPC의 원료육 확보는 HACCP의 강력 적용을 통한 도축장 구조조정 촉진으로 달성 가능할 것이며, 판매망 형성에 있어서 소비지 유통업체와의 업무제휴 등을 통해 달성 가능하리라 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향후 LPC 사업은 원료육 확보망과 판매망 형성 면에서 유리한 농축협이 중심이 되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들과 최대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축산기업조합과의 연계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