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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축산인에 듣는다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1.12.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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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이 급격한 환경 변화속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축산업계는 새로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새로운 것이라는 것은 어느날 갑자기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로 축산인들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한해를 시작하기에 앞서 원로축산인들의 고견과 경험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김남용 회장(한국낙농육우협회)=축산을 새로 하기가 너무 어렵다. 민원이 많기 때문인데 사실 국내 여건에 비해 환경단체가 너무 앞서가는 느낌이다. 환경단체가 많다보니 자기 목소리를 냄으로써 인정을 받기 위해서 그러는게 아닌가 싶다.
▲김강식 회장(한국육류유통수출입협회)=구라파나 특히 대만은 지하수를 이용해 식수로 이용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축분뇨가 지하수로 스며들 것을 우려해 가축 사육규제가 심하다. 모돈 5마리 이상 사육을 규제할 정도니 말이다. 그런것에 비하면 한국의 사육 조건은 매우 행복하다고 이들 국가 관계자들은 부러워하고 있다.
사실 양돈농가에 가장 큰 골칫거리는 분뇨문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시행착오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분뇨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가 적극 나서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축산농민이나 경작농민에게 맡겨만 놓으면 분뇨해결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정영채 교수(중앙대)=최근 쌀 문제가 불거져 나오니 휴경을 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휴경지에 사료작물과 같은 대체작물을 심도록 계획적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국토를 쌀과 축산으로 크게 정비하면서 이럴 때 농림부의 행정시스템도 과감히 개편해야 한다. 그동안은 경종분야 위주로 행정을 기울여 왔다. 1차 산업분야 중 가장 유망하고 경쟁력있는 축산분야에 그에 걸맞는 행정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환경문제를 보면 사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가축분뇨 처리 문제가 많이 발전했다. 아직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가축분뇨의 액비라든가 퇴비가 양질의 비료로 평가받고 있다. 유통질서가 확립되지 못한 것은 농림부 당국에서 적극성을 띠고 추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축분뇨환경협회 회장 역할을 수행하면서 가축분뇨자원화법을 제정하려고 애써봤지만 화학비료와 관련된 조직 때문에 국회에 법률안조차 상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협에서부터 축분비료를 쓰도록 권장해야 됨에도 어떤 이유로 적극적이지 못하고 있다.화학비료에 밀려 축분비료를 정당하게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농림부 등 정책당국의 체제부터 과감히 바꿔나가야 한다. 예를 들면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을 적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이다.
앞으로는 가축분뇨의 해양투기도 허용하지 않을 듯한 분위기로 가고 있다. 적조현상이 바로 이에 따른 원인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상백 전회장(대한양돈협회)=해양투기를 하는데는 가축분뇨만을 하는게 아니라 각종 공업용 폐수도 버리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공업용 폐수에 가축분뇨를 섞어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가축분뇨를 섞음으로써 희석이 잘되기 때문이란다. 그렇게 때문에 마치 해양오염의 주범이 가축분뇨인 것으로 오해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구제역이 청정국으로 복귀됐고, 돼지콜레라 예방 접종을 중단함으로써 청정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할 만한 사항이다. 그런데 돼지오제스키병이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발생두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오제스키병에 감염되면 생산성이 매우 저하돼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질병에 대해서도 강력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전동용 전회장(대한양돈협회)=지난 1월에 눈이 너무 많이 오는 바람에 어떻게 할 수가 없어서 가축분뇨를 정화하고 남은 찌꺼기를 눈이 쌓인 논에 그냥 버리다시피 뿌렸다. 그런데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완전히 발효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톱밥을 이용하여 가축분뇨를 처리하고 있는데 톱밥값이 만만치 않아 가축분뇨 처리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내외적으로 국내 축산여건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나마 축산이 뒤로 밀리고 있는 것 같다. 백전노장인 여기 모인 원로들이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알린다는 차원에서 정기적이지는 않더라도 오늘과 같이 축산을 함께 걱정하는 회합을 가졌으면 한다.
▲정영채 교수(중앙대)=축산이 아무리 어렵다하더라도 축산을 안 할 수는 없다. 나라가 있는 한 축산은 해야 될 산업이다. 축산업이 어려운 것은 그동안 유축농업시대의 개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강성원대표(성원유업)=UR협상이 타결된지 어느덧 10년이다. 그동안 정부가 무엇을 했는가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지난 10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정부가 이제 불과 3년남은 뉴라운드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걱정이다.
최근 쌀 문제를 갖고 고민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쌀 수매가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쌀 수매가격을 내려도 문제가 없도록 왜 그동안 미리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각 품목마다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구책을 강구하는 방법밖에 달리 길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개인적으로 "강성원우유"라는 브랜드로 최고의 우유를 만들고 있다.
최근 양돈조합연합회가 발족했는데 매우 바람직한 일로 보인다. 그렇게 해당 품목 농민들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을 무엇이든 강구해 나가야 한다.
▲명의식회장(낙농진흥회)=요즘 들리는 이야기로는 농협중앙회 축산경제대표가 없어지고 부회장제도를 도입한다는 소리가 있다. 이렇게 되면 농협에는 축산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러다간 옛날처럼 축산이 특수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황영구고문(한국종축개량협회)=축산 홀대는 행정기구를 봐도 알 수 있다. 농림부 축산관련 과가 적어도 5개는 있어야 한다. 정책, 경영, 사료, 유통, 위생등은 반드시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현재 4개과 밖에 없다. 이는 일본이 7개과를 두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농진청도 그렇다. 농진청이 축산기술연구소를 산하 기관으로 두고 있지만 축산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같은 현상은 행정기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도 그렇다. 지금 여러 축산관련 대학이 생명과학대학이나, 동물자원과학대학으로 학교 명칭을 바꿨는데 이는 축산을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슨 일이든지 자연의 섭리에 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천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태원회장(흥성사료)=행정기관은 기업을 도와주고, 정책을 개발해주고, 지원해주고, 협조해주는 곳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행정기관이 잘못하면 혼이나 내고, 무엇이든지 묶어 놓고 관리하려 하고 있다.
30년전부터 행정기관과 부닥쳐 왔는데, 요즘이 더 빡빡한 것 같다. 경제는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지시로 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여건 등에 따라 물 흐르듯이 흘러야 한다.
개방시대에 서로가 처한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각자 살아날 방도를 찾아야 한다. 정부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애쓰는 업계에 지원해주고, 도와줘야 한다.
▲윤효직회장(한국유가공협회)=환경 문제와 관련, 많은 이야기가 나왔는데 유럽등에서는 가축분뇨처리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옛날의 소농 체제로 가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그리고 식품업계 현안과 관련, 얼마전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강의를 듣는 시간을 가진바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무엇이든지 업계 자율적인 해결을 강조했다. 그래서 업계는 자율기구를 만들어 현안을 해결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굳이 식품업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축산업계도 자율적으로 현안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런 것을 전문언론에서 주도해줬으면 좋겠다.
▲김동암명예교수(서울대)=가축분뇨 처리 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는데, 산에 분뇨를 뿌리는 것도 어렵고, 물이 있는 논에 분뇨를 뿌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 축분을 꼭 논에 뿌리기 원한다면 논의 배수관리를 철저히 해서 마른논에 축분을 뿌리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휴경논 직불제를 이용, 휴경답에 사료 작물을 재배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최근 IT산업이다, BT산업이다 해서 전통적인 산업을 홀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큰 착각이다. 생명공학이나 유전공학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 생명공학을 이용, 많은 돈을 들여 약품을 개발해 투자비도 건지지 못하고 망한 경우가 많다.
농업이라는 것은 농민에게 뭔가 실용적 가치를 줘야 하는데, 그것을 잊고 그저 IT, BT를 외치고 있는데, 그런 착각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권오걸대표(삼보목장)=지난 65년부터 낙농업에 종사해오고 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한다. 정부가 축산을 살리고 육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축산업은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핵무기가 무섭다고 하지만 핵무기보다 무서운 것은 식량의 무기화이다. 그런측면에서 식량산업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또 발전해야 한다. 더욱이 국민에게 고급 영양을 공급하고 있는 축산업은 더욱 정책적 의지를 갖고 발전시켜야 한다.
▲신광순부회장(대한수의사회)=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이런 대화의 자리가 일과성에 그치지 말고 정례화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책포럼이라도 좋고, 꼭 원로가 중심이 되지 않아도 좋다. 그런 정례화된 모임을 통해 여러 가지 그때 그때 현안을 자연스럽게 대화하면서 풀어나갈수 있었으면 한다. 그역할을 축산신문에서 맡아주면 어떨까 싶다.
▲김남용회장(한국낙농육우협회)=WTO뉴라운드가 출범했다. 우리는 지난번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일단 막았지만 앞으로 해야할 일이 많다. 일본의 관세화 대응 등을 교훈 삼아 우리도 새로운 뉴라운드 협상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를 충분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