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이후 한국의 낙농산업은 빠른 속도로 재편되어 왔지만 2002년도는 그 절정을 이루는 일대 전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배경은 이렇다. 1970년대 이후 양적인 급성장을 거듭해 온 낙농산업이 1995/96년의 체세포와 관련된 위생적인 유질의 문제(세칭 고름우유사건으로 보도된 문제)와 우유의 항생물질 잔류문제, 그리고 우유가 닿는 프라스틱재질 용기의 프탈레이트 잔류문제 등으로 홍역을 치르게 되었다. 그 이후 우유의 안전성과 위생문제에 불신을 가지게 된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하여 중소규모의 유업체의 우유소비시장은 대형유업체의 시장으로 대거 이동되기 시작하였다. 파스퇴르를 비롯한 7개의 중소 유업체가 부도가나거나 매각되는 수모를 겪었고 시유품목에서 대부분의 중소유업체들은 우유시장의 감소 또는 정체라는 저조한 실적으로 적자 또는 매우 저조한 이익을 얻는데 그쳤다. 춘천,강원,태백,청주,임실,광주,경남,부산,대구,경북,제주,목우촌 등 유가공협동조합들도 유가공사업에서 거의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였고 많은 유가공협동조합들이 자본을 잠식하는 등 최악의 경영악화 상태에 달하게 되었다. 이들 중소유업체와 소규모 유가공협동조합들은 1995년의 사건 이전 시유시장 점유율이 약 58%였던 것이 그 이후 2001년 현재 약45%로 대폭 감축되었다. 반대로 서울우유와 매일, 남양 등 소위 빅3 대형 유업체들의 시유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중 약42%에서 약55%로 대폭 증가되었다. 빅3유업체들이 이 기간 중 우유의 위생적이고 안전성이 강조된 광고에 집중하였던 반면에 그 외의 모든 중소 유업체들과 유가공협동조합들은 홍보활동이 전무하였던 점이 그러한 소비자들의 우유구매성향을 더욱 부채질하였다. 몇개의 소규모 유가공 협동조합들은 2002년도 중 생산을 중단하거나 정리해체될 위기에 처하여 있다. 그 중 이미 2개 낙농협동조합의유가공 공장의 가동을 2001년 하반기에 중단하였고 또 다른 몇몇 유가공사업을 하고있는 낙농조합들도 2002년 유가공사업이 불투명하고 그동안의 만성적인 적자누적으로 공장가동을 유지하기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경북낙협과 청주우유협동조합은 목우촌과 생산계약 또는 공장의 양도형태로 운영하고 있지만 목우촌의 대형적자운영에 따른 동반 부실화될 처지로 목우촌과 함께 2002년도 중 중대한 사업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 -1- 현재의 상황으로는 2002년 상반기 중 목우촌과 두 낙농조합은 목우촌 우유사업에 관한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목우촌우유는 정부의 제2단계 협동조합개혁정책수행의 대상이 되는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 중 하나이다. 정부의 정책적 개혁방향과 의지는 지난 4년 간 약500억 이상의 대형 적자를 내고 현재에도 매월 약10억 이상의 적자에 허덕이는 목우촌우유를 하루빨리 정리하고 회원조합에 이양하고자하는 것이다. 유업계 대부분 전문가들의 견해로는 이미 많은 대리점들이 소형화되어 경쟁력이 취약해졌으며 2002년에도 목우촌우유의 판매조직을 그대로 둘 경우 일반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목우촌우유의 청양공장은 시유200ml 환산 하루 약120만팩의 생산시설규모이지만 실제 시유의 생산판매량은 40만개도 채 안 되는 매우 낮은 가동율로서 구조적으로 적자를 면할 길이 없는 공장이다. 경제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 공장도 2002년 상반기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구조개편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2002년도에 목우촌을 비롯한 유가공협동조합들의 시유시장 위축은 계속 진행되고 그 시장들이 크지는 않지만 앞서 지적한 빅3의 시유시장 집중화 현상도 더욱 본격적으로 가속화 될 전망이다. 더욱이 2002년도부터 시행될 제조물책임법과 유통기한의 자율화에 따라 중소규모의 유업체들은 새로운 어려움에 노출되는 경영환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대형유업체들은 그에 대한 대응을 광고와 설비투자 등으로 더욱 강화하게 된다. 만일 국내유업체가 계속해서 ESL우유를 선전하게 될 경우 호주와 미국 등으로부터 ESL우유 완제품이 우리나라 시장으로 대량 수입 판매 될 가능성이 높아서 저가판매의 중소규모 유업체들의 시장소멸은 2002년도에 신속하게 진행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시유시장의 판도는 2002년에도 여전히 서울우유의 대량 증가가 지속될 것이며 매일우유의 약진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유업체와 특히 낙농조합들의 우유시장의 계속적인 위축과 정체로 서울우유, 매일, 남양, 롯데 등의 시장 확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해태유업의 경북 경산공장을 인수한 이후 영남지역의 거대한 우유시장을 공략하는 좋은 교두보를 마련하였고 실제 이 지역에서의 약진이 되고 있어 2002년도에 기존의 빅3 시장의 대열에 참여하게 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남양은 2001년도에 빅3 중 저조한 시유판매로 다소 위축된 상태지만 최근 지속적인 저가판매행사를 거듭하여 판매신장을 꾀하고 있으나 현재로는 2002년 상반기에 준공될 충남 목천의 새 공장에서 새 제품이 나올 때 전략적인 신제품이나 광고홍보로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 매일우유는 2001년에 출시한 ESL우유를 대량 광고선전하여 시유시장의 헤게모니를 잡으려는 시도를 2002년도에도 지속할 것이다. 매일은 2001년에 칼슘을 강조한 제품이 선전함으로서 새 시유상품의 출시와 홍보에 상당한 자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장거리 수출용이나 수송이 어려운 벽지 소비자용으로 개발된 ESL우유가 우리나라와 같은 전국 1일 생활권에서 신선도가 중요시되는 시유의 장기보존이 과연 필요한 것인가? 또 과산화수소의 우유에 대한 사용이 바람직한가? 과다한 투자 등으로 시유의 제조원가를 높이지나 않는가? 우리나라 시유시장을 호주나 미국의 시유제품에 빼앗기는 촉진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라는 등에 대한 논란이 학계를 비롯하여 소비자단체 등으로부터 일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시유의 위생적인 면을 강조한다는 긍정적인 주장도 있어 2002년에는 그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우유는 그 동안 급격한 우유시장의 증가로 기존 생산시설의 증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졌지만 근본적으로 생산능력의 한계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에 2001년 여름에 결정된 경남 거창의 신설공장을 2002년 봄에 착공을 하기로 예정되어있고 조기준공을 위하여 2002년도 중에 활발한 공장건설활동을 하게 될 것이다. 지난3년 동안 이렇다할 신제품 출시를 하지 못하여 빅3 중 신제품과 가공제품의 영업실적이 다소 저조했던 서울우유는 2002년도에 새로운 제품을 다수 선보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우유는 2002년도에 세계최대의 발효유가공업체인 프랑스의 다농사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어 발효유시장의 새로운 변화가 예고된다. 유가공업계는 지난5-6년 동안 이상과 같은 지각변동이 진행되는 동안 제품가격을 상호 견제하면서 억제하여 왔다. 1997년 IMF사태 직후 제품가격이 인상된 이후로 시유가격은 동결되어 왔다. 어떤 의미에서는 오히려 인하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축협우유와 목우촌우유가 주도해온 시유의 저가판매와 덤핑판매는 유업체시장 전체 가격을 깍아 내려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2001년하반기부터 경영난에 허덕이는 유업체들이 시유가격의 인상을 거론하기 시작하였고 2002년 초에 시행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많은 중소 유업체들의 시장이 위축되고 있으며 저가제품들이 아직도 상당한 량을 차지하고 있어 가격인상의 환경은 좋지 못하다. 그러나 현재의 시유가격이 국민일상생활소비수준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고 또 시유의 성수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 월드컵의 특수도 예상되어 밝은 면도 없지 않다. -3- 우유의 적정한 시민소비자가격에 대한 바로미터인 시내버스 1구간요금(600원)이나 일간신문 1부의 값(400원)보다 우유 한잔의 값(250-300원)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아무튼 우유의 소비자가격 조정은 저가판매전략이나 경영이 어려운 유업체들의 가격 덤핑율이 낮아지는 시점에서 이루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편 정책적인 측면에서 용도별차등가격제도의 본격적인 도입여건들이 성숙되어왔고 정책당국에서 이 제도에 대한 논리적 정리와 자신감이 제고되어 2002년 중 전반적인 도입가능성도 예상된다. 그 여건들이란 집유일원화 비율의 증가, 국제유제품가격의 상승과 공급부족현상의 전개, 낙농가들의 긍정적 반응과 이해, 유가공업체들의 적극적 참여 등으로 2002년도에 이러한 여건들이 더욱 성숙될 전망이다. 2001년도 세계유가공시장은 유럽의 구제역과 광우병파동으로 세계유제품무역량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던 유럽산 유제품의 발이 묶이면서 국제거래가격의 상승과 오세아니아와 북미산의 유제품이 국제시장을 휩쓸고 다녔다. 그러한 상황에서 세계최대의 유제품무역국인 뉴질랜드의 뉴질랜드데어리보드는 키위데어리 그리고 호주의 본락과 피엔비 등 오세아니아의 초대형 유업체들의 합병은 물론 유럽과 미국의 초대형 유가공업체들과 전략적 제휴 등으로 2001년 여름에 대통합을 단행함으로서 세계유제품무역량의 40%를 차지하는 세계최대의 거대한 유제품수출사인 폰테라(Fonterra)라는 유제품기업으로 변신하였다. 이 거대한 유가공 협동조합체는 전통적으로 아시아시장을 지배해 왔다. 따라서 폰테라의 탄생과 우리나라 가공유제품시장의 관계가 불가분하며 그 영향이 2002년도 중에 미치기 시작할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전 뉴질랜드데어리보드는 우리나라의 치즈시장을 확보하기 위하여 매일유업과 제휴하여 치즈판매회사를 설립하여 약30%의 치즈시장을 점유하였고 지난 여름 폰테라의 탄생 이후 새로운 시장진출을 위하여 매일유업과 2002년도에는 결별될 예정으로 있다. 이러한 상황은 2002년도 치즈시장의 재편도 예상할 수 있다. 세계유업계와 낙농업계는 지금 중국으로 최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최근 급속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젊은이들의 우유소비가 급증함으로서 13억 인구가 아시아의 주변국의 소비수준으로 -4- 증가한다고 예상해 볼 때 원유환산으로 약1억톤의 연간 우유소비시장으로 성장하게되어 전세계의 유가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000년현재 전세계의 우유 총생산량이 약4억8천만톤으로 FAO가 집계하고 있는데 추가로 20%이상인 약1억톤의 우유수요가 더 필요하다면 세계의 낙농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유발하게 되기 때문이다. 약1,500만두의 젖소가 더 필요하며 전세계우유생산량의 약5%만 국제무역이 이루어지고 있는 현재 수요와 공급의 큰 차이로 가공유제품의 국제시세도 널뛰듯 변동될 것이 자명한 일이어서 2002년도의 귀추가 매우 주목되는 대목이다. 또 그러한 현상은 당분간 한국의 낙농가에게는 보다 안정된 낙농경영을 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강하다. 2002년도의 국내원유수급은 현재의 경제상황이 지속된다면 2001년도와 같이 다소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기적으로는 2001년도의 늦여름까지 우유의 생산이 전년대비 오히려 감소되는 양상을 보였지만 가을부터 다시 꾸준한 회복, 증가세를 보임으로서 2002년 봄까지 증가되고 비수기인 이 기간 동안 재고가 다소 쌓이겠지만 5-6월의 월드컵 특수와 가을의 대선 특수 등으로 소비의 증가가 예상되므로 연중 전반적인 수급은 안정적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2001년의 4/4분기의 우유소비가 주춤거리는 현상을 보였지만 그렇게 위험한 감소세는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쇠고기와 낙농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국제뉴스보도가 자주 오르내리는 최근의 상황과 2001년 일본의 광우병 발생 등으로 유제품수요가 감소되고 있는 상황들이 2002년 한국의 낙농상황을 뒤바꾸어 놓을 예측불허의 사태도 우리 낙농인들은 상정해 두고 이에 따른 대비를 단단히 해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