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다사다난했던 2001년도 지나고 무오년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우선 지난 한 해 구제역을 비롯한 가축질병 예방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모든 축산관계자 여러분께 지면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한국은 예상보다 빠른 작년 9월 국제수역사무국으로부터 구제역 청정국 승인을 받았으며, 또한 12월 1일을 기해 전국적인 돼지콜레라 예방접종 중단 및 청정화를 선언하였다. 이는 우리 축산업이 다시 도약할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앞으로도 이러한 가축질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역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한편 작년 11월 9일부터 13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뉴라운드 선언문이 채택되었다. 이 선언문에는 농산물 분야의 경우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과 농산물 수출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경우 수입축산물의 관세인하 및 시장접근물량의 확대, 각종 정부 보조금 축소 등의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어지며 결국은 우리 축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렇지 않아도 위축되어만 가는 축산업계에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구제역 및 돼지콜레라 방역에서 보여준 것처럼 모든 축산업 관련 종사자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 대처해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1. 업계현황 올해 동물약품 업계는 국내 축산업의 위축, 사료첨가제 시장 축소 등으로 인한 판매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내년부터 시행될 KVGMP지정의무화, 제조물책임법 등을 준비하며 새로운 재편을 준비하고 있다. 가. 시장의 변화 2000년도 기준으로 한국 동물약품산업은 제조업체 86개, 수입업체 150개에 약 4,6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나타내고 있는데 90년대 후반 이후 양적 성장은 한자리수에 머물러 동물약품 시장이 일정한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01년부터는 동물약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사료첨가제 중에서 비타민, 아미노산, 생균제, 효소제, 미량광물질 등이 사료업계에서도 취급할 수 있게됨에 따라 동물약품 시장은 그 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사료첨가제 시장은 또 다른 제약을 받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장촉진 및 질병예방의 목적으로 대단위로 사용되는 항생·항균제에 대한 사용규제이다. 국제적으로 이들 항생·항균 사료첨가제의 사용이 여러 가지 이유로 금지되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사용금지 조치가 내려지고 있고 또 사용규제에 대한 활발한 검토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료첨가제 시장의 축소는 이미 몇 해전부터 예견되어 왔으며 올해 들어 큰 문제로 현실화되었고 이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사료첨가제를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의 고민이 집중되고 있다. 또 다른 측면은 다양한 업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다국적기업의 경우 생물학적제제와 전문치료제 등 몇몇 품목을 중심으로 영업을 해 왔으나 이제는 애완용제제에서부터 사료첨가제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국적기업의 장점을 살려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특정 제품 한 두 개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여 일정한 영역을 확보하는 작은 업체들의 진출도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렇게 변화하는 시장상황에서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업체들의 설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 제도의 변화 정부에서는 2000년말 항생물질에 대한 국가검정을 폐지하여 업체로 하여금 품질관리에 전적인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으며, 또한 올해까지 산제를 제외하고 KVGMP지정을 완료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동물약품 산업의 질적인 성장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미 15개 업체가 KVGMP지정을 받았으며 나머지 업체들도 현재 준비중에 있다. 업체들은 장비·시설구축 및 직원 교육을 통해 상당부분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정부에서도 자금지원, 교육 및 지도, 약사감시강화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내년부터 제조물책임법이 시행되는데 이에 철저히 대비하지 못한다면 업체로서는 큰 손실을 입을 우려가 있다. 우리 협회에서는 이에 대비하여 회원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제조물책임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였고, 향후 각종 제도적 장치 마련 및 교육프로그램을 구상중에 있으며 각 업체에서는 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분을 철저히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이와같은 정부의 약사감시 강화, 제조물책임법의 시행을 앞두고 자체 품질관리에 있어서 제조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수입업체들은 공동으로 검사시설을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다. 2. 당면 과제 가. 안전하고 우수한 동물약품을 생산 안전하고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면 더 이상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것은 이제 기본이 되어야 하는 것으로 그래야만 축산농가로부터 정당한 평가를 받고 다국적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 있으며, 나아가 수출시장을 개척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동물약품업계의 질적인 상승을 이끌어 내는데 있어 주요하게 고려해야할 부분이 있는데, 과유불급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 추진되는 KVGMP지정 등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시설과 장비를 도입하기 보다는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나. 사료첨가제의 차별화 사료업계의 사료첨가제 시장 참여, 대단위 사료공장에서의 사료첨가제 사용제한 등에 대응하여 사료첨가제를 주력으로 하는 동물약품업체는 차별화된 사료첨가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우리 나라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은 약첨사료의 개발 및 판매, 생균제·효소제 등에 있어서 보조사료와의 차별화를 이루어내야 할 것이다. 다. 새로운 시장개척 사료첨가제 시장의 축소, 내수시장의 한계, 동물약품 사용에 대한 규제 등으로 시장은 점차 축소되어 가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수출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수출시장 개척에 노력한 업체들의 많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으로 수출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결코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이다. 라. 새로운 경영체제로의 전환 다소 폐쇄적이었던 동물약품업계의 경영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러 업체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기업을 공개하고 있으며, 2세들의 경영참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다국적기업들이 매우 활발하게 국내시장에 참여하고 있고 벤처기업을 주축으로 소규모업체들이 대거 동물약품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응하는 기존 업체들의 발걸음은 너무 느린 것이 사실이다. 현재의 자리를 지키기에 연연하기보다 전향적인 자세로 다양한 방식의 경영혁신을 꾀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현재 동물약품의 공급이 시장수요에 비해 많이 초과한다는 현실을 놓고 볼 때, 업체간 전략적 업무제휴, 공동경영, 인수, 매각 등 모든 부분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두고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필요하다면 전문 경영인체제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