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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품질 차별화로 승부를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2.01.09 12: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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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육이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상황인 세계무역기구(WTO) 체제하에서 한우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우고기를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한우소비층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쇠고기 시장은 94년 우르과이라운드(UR)협상 이후 2001년 생우와 쇠고기 수입의 완전자유화라는 파고를 넘으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90년대 초 수입 쇠고기가 저관세로 들어왔을 때 쿼터량을 제한하지 않으면 수입육이 무제한 들어와 한우산업이 붕괴될 것으로 대부분의 한우농가들이 보고 불안해 했으며 이로 인해 사육포기와 사육두수 감소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는 달이 96년부터는 쿼터량에도 못 미치는 수입육만이 들어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한우농가들이 미리부터 지나치게 불안해 할 필요는 없었다고도 볼 수 있다. 불안해하기에 앞서 시장변화를 예측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지금처럼 한우사육두수가 감소하지 않고 농가들의 소득원이 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그럼 여기서 뉴라우드시대를 맞아 한우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들어보면서 한우농가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한우산업발전을 위해 수년간 연구해 오고 있는 영남대학교 조석진 교수는 "뉴라운드 협상 결과 관세율이 2004년 40%보다 훨씬 큰 폭의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뉴라운드시대를 맞아 한우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우의 가격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우의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1백50만두 수준으로 감소된 사육두수를 늘리는 것과 번식기반 확보를 위해 50%를 상회하는 암소도축율을 40%이하로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육두수의 감소로 출하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자연히 소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사육두수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번식기반이 확보돼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암소도축율이 50%를 상회하고 있어 단기간내의 사육두수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최근 한우가격이 높다보니 수입육의 시장점율이 급증하고 있으며 생우수입을 위해 "생우수입협회"가 창립되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한우의 가격과 직접 관계되는 생산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는 일관경영을 통해 밑소 구입비를 절감하는 방안과 일관경영이 어려울 경우에는 지역내의 일관경영을 함께 고려는 것이 필요하며 여기에 노동력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가노동으로 사육가능한 규모까지 사육두수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국한우협회 이규석 회장은 앞으로 초이스급 이상 수입 냉장육의 시장 점유율이 계속 높아진다고 보면 이들과 품질 차별화 할 수 있도록 거세를 반드시 실시해야 하며 또한 1등급 이상 고급육의 출현율을 높일 수 있도록 개량과 함께 사양기술을 높여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거세우와 비거세우의 값이 가격차이를 좁혀진다고 해서 한우사육농가들이 거세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해 앞으로 비거세우는 수입냉장육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지금이야말로 거세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2001년 9월부터 한우와 수입육의 구분판매제도가 폐지되어 수입육의 둔갑판매가 우려되고 있으며 앞으로 수입 냉동육이 냉장육으로 점차 전환된다고 보았을 때 비거세우가 출하되는 1년후에는 이의 영향을 더 크게 받아 한우 3등급이하와 육우 등은 가격하락 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1988년부터 2001년까지의 가격변화를 보면 화우 A5등급(최상등급)은 kg당 2천4백22엔에서 2천3백63엔으로 불과 69엔 하락한 반면 B2등급(저등급)은 1천1백44엔에서 7백7엔으로 무려 4백37엔이 하락해 40%가까지 큰 하락폭을 보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어 이는 수입 냉장육 등과의 경쟁에서 품질차별화가 않된 저등육일수록 가격하락 폭이 커질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송아지값이 요즘처럼 높은 상황에서 거세를 하지 않을 경우 큰소값이 하락하게 되면 큰 손실을 볼 위험성이 훨씬 높아지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가격을 받을 수 있는 거세 고급육 생산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최고로 비싸게 소고기를 판매하고 있는 "벽제갈비"의 김영환대표는 "소비자들에게 한우 고급육만을 10년 넘게 판매하며 신용을 쌓아온 결과 생갈비 1인분(160g)에 4만원씩 비싸게 판매하면서도 20만명 이상의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소비자들에게 맛과 서비스로 만족감을 주게되면 높은 가격이라도 소비자들이 찾아오게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이 한우고기를 먹을 때는 지불하는 가격과 한우고기의 맛, 안전성, 신뢰성 등을 종합적으로 수입육과 면밀히 비교 검토한 후에 만족감을 더 얻을 수 있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가격만 싸다고 해서 수입육을 구매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서 한우가 맛과 품질의 차별화를 이뤄나간다면 뉴라운드협상 이후에도 저가의 수입육과는 품질의 차별화로 경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한우농가들에게 입증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과거 가격 우선의 시대에서 맛과 만족감 중심으로 변화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 즉 과거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격이 맛보다 우선시 되는 경향이 많았으나 90년 후반부터는 맛과 서비스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만 있다면 가격이 높더라도 소비자들은 찾아온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한우의 가격이 너무 비싸게 되면 품질차별화가 이뤄지더라도 소비자들이 찾아오는 데 제한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어느정도 한우의 가격을 낮추는데도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으로 보여진다.

쇠고기 수입개방에 따른 관세율은 지난 95년 43.6%에서 매년 0.4%씩 낮아지고 오는 2004년에는 40%까지 낮아지게 된다. 또한 뉴라운드 협상에서 관세율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와 현지의 소값이 어떻게 변화되느냐에 따라 2005년 이후의 수입육값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국내의 높은 소값에도 불구하고 수입냉장육의 공급이 급증하지 않았던 이유로는 영국에서 발생한 BSE(소 해면상뇌증)로 인해 유럽의 쇠고기 생산이 크게 감소한 것과 국내 수입육의 냉장시스템의 미비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 큰소값이 4백만원 이상으로 오르고 송아지값도 2백만원을 상회하는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은 수입냉장육의 수요가 늘 수밖에 없으며 이미 2001년 하반기부터 수입냉장육의 시장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뉴라운드시대를 맞아 한우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한우의 품질차별화와 함께 생산비를 줄여 한우의 가격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데 의견이 집약되고 있어 앞으로 한우사육농가들은 이를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곽동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