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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자조금제도의 필요성과 추진 방향/ 2주제

박종수 충남대학교 농과대학 교수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2.02.04 11:5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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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산물의 소비촉진과 축산자조금제도
축산물의 안정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소비자의 사회·심리적 요소와 관련된 축산물에 대해 올바르고 다양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축산물의 소비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보제공활동 등은 축산발전을 위한 필연적 과제이다.
소비촉진활동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비용이며, 이 비용은 축산물의 소비촉진활동을 통해서 이익을 직접적으로 수혜하는 이해 당사자들이 공동으로 부담해야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해 당사자들이 이와 같이 특정 사업목표를 설정하고 사업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그 사업수행을 통해 혜택을 받는 자들이 공동으로 부담하여 조성하고 운용하는 특정의 목적기금이 소위 자조금이다. 이러한 자조금이 일반적인 조세와 다른 것은 조세는 국가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국민에게 납세를 의무화하는 비자율적인 비용인 반면에 자조금은 특정 산업의 구성원들이 그들 산업을 스스로 보호하고 발전을 꾀하기 위해서 민주적인 방식에 의해 자발적으로 부과·부담하여 조성하는 자율적인 자금인 것이다. 그러므로 자조금은 특정 산업에 속하는 단체의 한 구성원 또는 일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며, 그 산업전체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동으로 조성하여 운용하는 공동의 자발·자율적(voluntary and autonomous)인 자금이다. 그러므로 자조금제도는 흔히 산업 민주화의 대표적인 하나의 제도이며, 고도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축산업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익집단의 활동이고 시장경제가 성숙한 산업구조에서 생존하기 위한 자구대책의 일환이다.
국내산 축산물의 안정적인 소비촉진과 더불어 생산자가 주도하는 자율적인 수급균형을 위해서 축산자조금제도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안정된 소비촉진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최근의 우리 나라 쌀 시장을 통해서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우리 나라 쌀 공급과잉의 주범은 과잉생산이 아니라 과소 소비이며, 그 과소 소비는 궁극적으로 소비촉진정책의 부재에서 기인된 것임을 간과해서는 아니 된다. 이제서야 쌀을 소비촉진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생산하는 농민들의 참여도 없이 국민의 세금으로 정부가 주도하여 쌀의 소비촉진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지만, 이것이 흔히 이야기하는 "소 잃고 외양간고치"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격이 된 셈이다. 축산물 시장에서도 쌀 시장과 똑같은 우를 재연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의무자조금제도의 조속한 한 도입을 통한 체계적인 소비촉활동이 전개되어야 하며, 그러한 활동은 양축가인 생산자들에 의해 주도되어야 한다.
무한의 경쟁 경제체제 하에서는 양질의 위생적인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축산물이 적정가격으로 유통되고 광고·홍보되어 소비자에게 선택되어 지도록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더욱이 원유를 비롯한 쇠고기와 돼지고기등 대부분의 축산물의 생산을 위해서는 고정투자가 크고 생산을 위해서 장기간이 필요함으로 그 생산·공급이 매우 경직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별 양축가는 축산물이 초과 공급될 때에 이를 단기적으로 조절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므로 생산량을 감축하지 않고 농가의 실질소득을 꾸준히 유지·증대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증산된 축산물에 대한 추가시장을 꾸준히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 축산자조금제도의 추진 방향
- 여건 조성과 의무자조금 제도의 법제화
자조금제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해당 산업 구성원들의 상호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돼야 하는데 그 동안 축종별 생산자 단체를 중심으로 추진되어온 임의 자조금제도의 성과와 축산지도자 들의 노력, 축산 관련 신문들을 비롯한 각종 매체의 관심, 한국 자조금연구회의 세미나 등을 통해서 충분히 형성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양축가들이 자조금제도 실시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할지라도 자조금제도가 구체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요구된다. 따라서 의무적으로 납부할 수 있는 자조금에 대한 농업인의 공감대가 형성된 품목, 즉 축산물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실시될 수 있는 의무자조금제도의 법제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자조금을 징수하는 방법에는 관련산업 구성원의 결의와 동의를 바탕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자조금제도를 법제화하여 모든 구성원이 의무적으로 납부토록하는 의무 자조금제도(mandatory check-off system)와 법적인 규정이 없이 구성원들이 스스로 납부하는 임의 자조금제도(voluantary check-off system)로 구분된다. 그런데 임의납부제도 하에서는 자칫 이해 당사자들의 소극적 참여와 무임편승 문제로 인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는 것을 우리 나라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이미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우리 나라 낙농자조금의 경우도 1999년부터 임의자조금제도를 실시하여 세 해에 걸쳐 80%이상의 낙농가가 참여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거출금액이 극히 소액일 뿐 아니라 그 지속성이 보장되지 못함으로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홍보프로그램을 수립하기에는 아직도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또한 무임편승자(free-rider)를 방치할 경우 기존의 참여자도 점차 이탈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래서 많은 양축가들이 법제화를 통한 안정적인 의무자조금제도의 추진을 위한 법제화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 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
(1) 자조금의 조성
자조금은 각 축산물 단위로 조성하되, 양축가와 축산물 가공업체, 정부가 공동으로 부담하여 조성함으로써 양축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그 효과를 실증적으로 입증시켜줄 필요가 있다. 특히 원유의 전량이 가공과정을 거쳐야 하는 낙농산업의 경우 유가공업체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또한 자조금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도 필수적이다. WTO의 출범에 따른 UR농업협정문(부속서 2, 국내보조부문)에서도 유통 및 판매촉진(marketing and promotion services)에 대한 정부의 보조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할 뿐 아니라, 특히 수출시장에 대한 정보조사 및 시장개척활동에는 전면적으로 보조금을 허용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정부의 자조금사업에 대한 보조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2) 자조금의 징수 수준
자조금의 징수 수준은 이론적으로는 기초 소비촉진 활동과 관련된 광고·홍보·조사·연구 등 다양한 활동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수준, 즉 한계비용(marginal cost)과 한계수익(marginal revenue)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선험적 사례가 없기 때문에 이의 정확한 적정수준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양축가로부터 징수하는 자조금은 축산물 생산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소비촉진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고 판단되는 최소액의 수준(0.5-1.0%의 범위)에서 결정되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서 정부가 부담하는 금액은 양축가가 부담하는 수준 이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3) 자조금의 징수 및 운용주체
양축가로 부터 징수하는 자조금은 낙농산업의 경우 원유대금의 결제자인 유업체가 징수하여 운영주체에게 송금하며, 한우와 양돈산업의 경우는 도축장, 육계산업의 경우는 도계장, 그리고 채란산업의 경우는 유통체계가 정비될 때까지는 채란계용사료를 공급하는 사료공장이나 부화장에서 징수하여 각 운영주체에 송금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라도 자조금의 운영주체는 각 축산물의 품목별로 단일 창구화 되어야 한다.
(4) 자금의 운용범위
양축가들의 의사에 의한 민주적 관리와 사업활동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며 국내산 축산물의 소비촉진활동(소비홍보 및 광고, 소비자 영양교육, 조사연구, 제품개발, 수출촉진 등)과 자조금의 운영관리 및 평가에 필요한 경비 등으로 제한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자조금사업의 활성화를 위해서 지원하는 보조금 범위 내에서는 생산비절감을 위한 기술·정보제공사업과 유통개선사업 부문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경우 각 축산물의 실질적인 소비촉진활동에는 사실상 동 활동의 직접 수혜자인 양축가가 부담하는 자금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셈이 된다.

- 사업의 평가와 정부의 지도 감독
사업의 성과에 대하여는 매년 전문가에 의해 철저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하며, 자금의 조달 및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 등에 대한 정부의 간섭은 배제하되, 이는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공익에 관계되는 제도이므로 제도의 법제화, 자금의 본래 목적대로의 사용, 사업의 공정한 평가 등에 대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도·감독 및 협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