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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내수기반을 다지자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0.11.04 1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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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양돈 불황은 결국 일찍이 내수기반을 다지지 못했기 때문에 겪는 아픔이다. 우리는 그동안 돼지고기 수출이 본격화 되면서 돼지 사육규모를 지속적으로 늘려왔고, 그러면서도 사육두수 증가에 따른 불황을 모르고, 호황에 호황을 거듭해왔다. 적어도 구제역으로 수출만 중단되지 않았다면 지금도 돼지 사육두수를 더욱 늘려야할 상황이다.
그러나 구제역 발생으로 수출이 중단되자 소위 "양돈대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돼지고기 하면 삼겹살과 목살이 아니면 거의 입에 대지도 않았을 만큼 돼지고기 소비에 있어서 삼겹살과 목살 편중 현상이 심했다. 그러나 이같은 소비구조가 수출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는 문제 없었다.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는 삼겹살과 목살은 국내에서 소비하고 우리 국민들이 싫어하는 부위인 안심과 등심 등은 외국에 수출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수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때는 이같은 소비구조가 다행스럽게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수출길이 끊기자, 그러한 삼겹살과 목살 편중 소비구조는 우리에게 심한 타격을 주고 있다. 미리 삼겹살과 목살 편중 소비구조를 개선하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돼지를 한 마리 잡으면 삼겹살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내외이며, 목살은 9%내외라고 한다. 그러니까 삼결살과 목살을 합쳐야 전체의 4분의1에 불과하다. 우리가 단순히 삼겹살과 목살만 소비한다면 돼지 사육두수가 1천만두를 넘어도 모자랄 상황이다. 반면 안심 등심 등만 소비한다면 3백만두도 많다고 할 정도다.
소비 구조가 이렇다보니 정육점에서는 삼겹살이나 목살의 가격을 내리려 하지 않는다. 삼겹살이나 목살은 그렇게 남아돌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브랜드 돈육이 평균 돼지 가격 하락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내리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우리 양돈산업의 앞날을 조금이라도 내다본다면 이같은 돼지고기 소비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대책을 찾아야 한다. 물론 지금 당장 양돈인들이 죽느냐 사느냐하는 판에 장래를 생각할 겨를이 어디있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먼 장래를 생각하는 대책을 빨리 강구해나가야 한다.
지금 양돈불황 극복을 위해 전국적으로 돼지고기 시식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시식회의 대부분은 아직도 돼지고기를 구워먹으며 돼지고기 소비 홍보를 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해야 돼지고기 소비를 늘려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일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금 불황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 모든 국민들이 너도 나도 삼겹살과 목살을 구워먹는 식습관에 기인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시식회도 목살이나 삼결살을 구워먹을 것이 아니라 등심이나 안심으로 가공된 돈까스 등을 먹는 시식회가 돼야 할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돼지고기 소비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양돈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돼지고기 소비 구조를 개선하는 일은 결국 등심 안심 소비 대책일 수 있는데 이는 등심과 안심 등의 부위를 이용한 요리의 개발과 보급밖에 없다. 등심이나 안심을 구워서 먹기좋게 우리 입맛에 맞는 소스를 개발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같은 일을 어디서 얼마나 체계적으로 추진하느냐는 것이다. 단순히 요리학원에서 등심과 안심을 이용한 요리를 소개하는 수준으로는 안된다. 연령별 계층별로 어떤 요리를 선호하고 있는지등 기초조사를 충분히 실시한 다음 요리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돼지고기 요리 개발 전문 연구원 등의 설립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 것이다. 굳이 전문 연구원이 아니더라도 돼지고기 요리를 개발하는 전문 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차제에 정부에서도 돼지고기 소비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책, 특히 과감한 예산 투자가 뒷받침 될 수 있는 대책이 나와줘야 할 것이다.
지금 급한 불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에서는 급한 불을 끄면서 또 다른 한편에서는 급한 불을 끈 이후의 일에도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긴요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