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정부의 수입제한 정책이라는 보호아래 편안한 시절을 보내던 국내 농업이 최근 세계적인 농산물 수입개방 추세에 밀려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축산업도 국제적인 개방경제의 소용돌이 속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관점을 좁혀 들어간다면 축산업 속에서 다시 사료산업, 유가공산업, 식육산업, 계란산업 등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고, 유가공산업은 낙농과 유가공으로, 식육산업은 양돈, 양계, 도축, 도계, 그리고 육가공 산업으로 더욱 세분화되어지면서 이들은 축산업 속의 개별 산업들로서 그 속에서 활동하는 개인이나 법인이 서로 모여 나름대로의 단체를 만들어 분야별로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 오고 있지만 WTO 체제에 의하여 경험하는 어려움은 분야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진국 축산업의 구조 변천 모름지기 농업의 1차적 기능이 식량생산이라면 축산업의 1차적 기능도 소비자들에게 축산물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일 것이다. 축산물의 공급이라는 기능 측면에서 축산업의 발전을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과거에 한 국가에서 공급되는 축산물의 절대량이 부족하여 축산업자들은 생산만 하면 되던 시기를 우리는 "생산위주의 축산업"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는 축산물 공급 사슬내의 각 단계별 주체들이 독립적인 집단을 이루어 개별 집단들은 자기들만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고 좀 더 큰 시장에 대한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개별 집단의 이익은 타 집단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서로 간에 불신이 존재한다. 그러나 소비자 시장은 커지고 더욱 큰 부가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각 단계별 주체들이 협력을 할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렇게 여러 집단들이 협력을 하게 되면 힘을 갖게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개발에 투입할 자원도 여유가 생기게 된다. 이러한 시기를 "산업위주의 축산업"이라고 부른다. 비록 "생산위주의 축산업"에서 단계별 주체들간의 불신이 산업계 전체의 발전에는 걸림돌이 되어 왔지만 산업 자체가 국제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의 측면에서는 이러한 구조로 변할 수 밖에 없다. 이 단계의 좋은 예가 덴마크 돈육산업계의 조합(Danske Slagterier)이다. 이 구조는 양돈, 사료, 도축, 가공 단계가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전체는 대외적으로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인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 일반화되면서 더 이상 축산물의 공급량은 제한적이지 않게 되었다. 따라서 국가는 생산을 독려하기 위하여 장려금을 지급하지도 않을 뿐더러, 나라에 따라서는 오히려 생산을 줄이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고, 이러한 노력은 앞으로 환경과 사회문제와 결부되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축산물을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구성원들에게 지속적인 이윤을 보장하려면 "시장위주의 축산업"으로 변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생산 구조는 시장의 소비자를 겨냥하여 조정되어져야 하고, 생산물은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을 공급하는 체제로 변해야 한다. 이것의 실예는 뉴질랜드의 낙농조합(New Zealand Dairy Board)이다. **국내의 축산업 구조 우리나라의 축산업 구조는 아직도 "생산위주의 축산업"이 대부분이고 분위기는 "산업위주의 축산업"으로 이행되어져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다른 단계를 잘 이용하여야, 나쁘게 말하면 단계별 주체들이 다른 주체를 착취하여야 이익을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축산업은 가축을 키우는 산업이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축산물을 생산 공급하는 산업이라는 의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종자(병아리, 종돈, 송아지 등)업계 따로, 사료업계 따로, 양계업, 양돈업, 육우업, 낙농업 따로, 도축(계)업계 따로, 가공업계 따로, 모두가 따로 따로 이다. 비록 인티그레이션(계열화)이라는 체제로 움직이는 회사들이 있지만 이것은 개별회사의 구조이지 산업계 전체의 구조는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유럽이나 일본의 광우병 사태로 발생한 고기 소비의 급격한 감소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이와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때에 국내 식육 산업계는 더 심한 충격을 받을 것이고 연관 산업계가 연쇄적으로 받을 충격은 상상하기조차 싫은 것이 될 것이다. 또한 최근의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 하나로 축산물 소비가 심하게 위축되어 가는 상황을 보면서 국내 축산업계가 자신들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한다면 이것은 무책임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변화의 방향 교역의 세계화와 소비자 경제수준의 향상, 전자 상거래와 같은 새로운 마케팅 경로는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 주지만 또한 많은 위협을 가져와 각 축산물별 산업계에 더욱 다양한 제품과 우수한 품질과 가격적으로 유리한 제품을 공급하도록 요구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각 산업집단들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우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국내의 소규모 시장에서 현재 상태로 생존해 가거나, 진취적인 주자들의 요구에 맞춰 적응하거나 혹은 집단 전체가 적극적으로 미래지향적인 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이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던 그것은 그 산업계의 구성원들의 선택이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급변하는 시장에 적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변화 의욕을 가지는 것이다. 시장 역학의 변화는 각 축산물 산업계의 구성원의 크기와 숫자에 대해 충격을 주게되고 따라서 경영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크기와 숫자로 변해야만 할 것이다. 한 산업의 구조는 일반적으로 생산물의 80%를 20%의 생산자 즉, 기업적 생산자가 공급하고 나머지는 생활방편으로 생산하는 사람들이 담당한다. 따라서 이들이 함께 집단을 이루면 대규모 생산자들의 투자로 새로운 기술도입과 시장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으나, 문제점은 대규모는 더욱 커지고 소규모는 더욱 작아지게 되며, 대규모 생산자들은 가공 판매까지 관계하게 되기 때문에 기술과 제품 향상을 위하여 집단 전체에 대한 자신들의 지속적인 투자가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 것에 회의를 느끼게 되어 결국 대규모 생산자들은 그 집단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에 소규모 생산자들이 대규모 생산자들과는 별개로 존재하면 구성원들은 산업계가 확보한 이익을 직접 챙길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투자자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시장의 변화에도 둔감하고, 발전과 변화의 의지를 버린 채 현상유지에 만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산업 집단이 장래의 성공을 위해 산업구조상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가는 구성원들이 특정 전략의 장점을 인식하는 능력에 달렸다. 덴마크의 돈육산업 조합이 결국 전국의 도축장을 2개로 통합한 배경도 이러한 이유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 축산업이 "시장위주의 축산업"으로 구조가 조정되지 않고 여전히 전 근대적인 "생산위주의 축산업"으로 존재하여 개별 산업별로 자기만이 살아남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동안 선진국의 축산물 수출국들은 발빠르게 구조조정을 이룩하고 가격이나 품질면에서 경쟁력있는 제품으로 우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아래에서 각 산업계내 구성원간의 이해 관계에서의 갈등으로 인해 변화하지 못하면 그 산업은 도태될 것이고 그에 따라 그 산업과 연관되어 있는 산업도 자연스럽게 어려움을 겪게 되고 나아가서는 함께 도태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급변하는 국제 시장환경에서 국내 축산물 업계가 살아남으려면 해당 축산물 업계의 각 단계별 주체들이 하나의 사슬로 연결되는 체계를 구성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모든 돌발사태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지 않고서는 유럽이나 일본에서처럼 큰 낭패를 보는 사태를 당면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