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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생산 대비 저능력우 도태미뤄

낙농불황 타개책은 무엇인가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2.04.03 1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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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는데도 원유가 매일 5백톤 이상 쌓이고 있다.
한국유가공협회 집계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재고분유는 3월 20일 현재 전지 4천1백86톤·탈지 1만4백95톤 등 모두 1만4천6백81톤에 달한다. 이 물량은 지난해 12월 31일 5천8백8톤 보다 8천8백73톤이 증가한 것으로 1일 평균 1백10.9톤씩 쌓였다. 3월 10일 전국의 재고분유에 비해서는 5백18톤이 증가, 원유 환산 하루에 5백18톤씩 적체된 셈이다. 특히 문제는 3월은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이뤄져 학교우유급식이 재개되고 우유소비 비수기가 종료되는 달인데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원유 적체의 요인은 우유·유제품 수입이 늘고 낙농의 생산성 향상, 원유생산 여건의 호조를 들 수 있다. 또 일부농가들이 원유계획생산을 우려한 나머지 저능력우 도태를 기피하는 등 대내·외적인 문제에 기인된다.
관세청·관세연구소 집계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수입된 유제품은 11개품목 9만5천2백36톤3백90kg으로 집계됐다. 이중 탈지분유는 5천1백10톤3백8kg으로 2000년 3천톤9백35kg 보다 1.70배, 전지분유도 1천6백40톤4백25kg으로 2000년 6백80톤7백25kg에 비해 무려 2.41배나 많이 수입 되었다.
올 들어서도 1월 말 현재 수입된 유제품은 탈지분유 9백76톤9백kg·전지분유 1백73톤25kg·유장 4천43톤9백47kg·치이즈 5천3백92톤3백10kg·유당 1천3백43톤1백50kg·카제인 4백67톤5백50kg·요구르트 8톤2백24kg·아이스크림 2백23톤6백17kg·버터 43톤3백25kg·크림 1톤4백2kg등 모두 1만2천6백73톤4백50kg에 달한다.
유사유제품인 코코아 조제품과 우유조제품도 지난해 12월부터 급증 추세이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수입된 유사유제품은 코코아조제품 8백66톤5백79kg·우유조제품 1천4백70톤2백33kg 등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25배, 1.18배 증가했다.
우유·유제품의 수입량 증가 요인은 국내 원유로 관련 제품을 생산할 경우 가격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으로 제과·제빵·빙과업체는 물론 일부 유업체에서도 외국산 유제품과 유사유제품을 원료 또는 완제품 형태로 수입중이다.
또 낙농생산성이 향상되고 있음을 들 수 있다. 전국의 경산우 두수는 98년 12월 30만3천두에서 지난해 12월 31만2천두로 2.97% 증가한 반면 원유생산량은 98년 2백2만7천톤에서 2001년 2백33만8천톤으로 무려 15.3% 증가했다. 이는 젖소개량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농협중앙회 젖소개량부에 의하면 전국 검정참여우의 3백5일 검정종료성적은 유량 8천3백64kg으로 전년도 대비 2백78kg 향상되었다. 개체별 성적으로도 유량 1만3천kg이상 초고능력우가 지난해 1천2백9두로 2000년 6백4두 대비 2배가, 1만kg 이상 고능력우도 검정종료우의 18.5%인 2만8백43두에 달한다.
낙농육우협회는 원유생산증가 요인으로 양질의 조사료·겨울 온난화·가족 노동형 추세 등 생산여건 호조를 들고 있다.
일본낙농종합연구소에서 지난 98년 3월 발표한 「원유의 품질관리」책자에 의하면 원유1m당 평균 체세포수가 스위스 10만4천·노르웨이 14만3천·호주 16만·핀랜드 18만6천·캐나다 19만·스웨덴 23만1천·일본 28만이다. 이처럼 선진외국의 경우 국가 전체 원유의 평균 체세포수가 20만 전후이다. 이와관련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문진산연구사는“유방염 방제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하고 운영한 결과이다. 또 국가 전체의 원유의 품질 향상을 위해 체세포수 75만 또는 1백만 이상의 농가에 대해 집유정지를 실시하는등 체세포수 관리를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물론 국내 낙농업의 현실이 전업화·규모화되면서 농가별 평균사육두수의 증가로 개체별 관리의 한계를 보이고, 제한된 공간에서 농후사료 위주의 열악한 사육환경과 예방적인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유방염 관리 프로그램의 적극적인 도입의 부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한국 낙농산업이 국제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서는 품질이 우수한 원유생산에 의한 생우유로 맞서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가격 경쟁은 안되더라도 품질경쟁에서 우위를 점유할 수 있는 품목은 백색시유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림부 자료에 의하면 원유 1ml당 25만인 체세포수 1등급 비율은 원유등급제에 체세포수가 적용되던 97년 24.4%에서 98년 18.7%로 개선되는 듯 싶었으나 2000년 20.0%·2001년 21.0%로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1년 체세포수 50만 이상 3등급 농가 분포율은 전체의 30%에 달한다. 일부 농가들은 저능력우를 도태하고 싶지만 정부가 언제 원유생산조절에 나설지 몰라 생산량이 낮은 개체라도 껴안아 생산량을 유지 또는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낙농가들이 체세포수·세균수가 낮은 품질이 우수한 원유생산에 보다 적극 나서고, 능력이 낮거나 체세포수가 높은 개체는 과감히 도태토록 현실과 미래에 부응토록 원유가격산정체계는 개선·보완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가입된 낙농가들이 수취한 kg당 평균 원유가격은 지난해 12월 6백32원94전에서 지난 1월 6백32원10전·2월 6백27원62전으로 나타났다.
이 가격은 체세포수 등급이 조정되던 97년 평균가격 4백55원에 비해 약 1백72원이 높은 셈이다. 당시(97년) 주요국의 원유가격을 살펴보면 원화로 환산할 경우 일본(9백17원)·스위스(8백11원)·이탈리아(5백74원)·그리스(5백33원)·캐나다(5백12원)·덴마크(4백92원)등은 한국에 비해 높았으며, 미국(3백64원)·호주(2백92원)·뉴질랜드(2백58원) 등 우유·유제품 수출국은 한국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어쨌든 우유소비증가율에 비해 우유·유제품 수입량과 원유생산량이 증가, 원유수급은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낙농진흥회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지난해 탈지분유 1천1백13톤(kg당 4천6백34원)·전지분유 45톤(kg당 4천1백5원)·생크림 3백54톤(kg당 9백72원)에 이어 올해도 매달 잉여분유를 수입분유 가격 수준 내외에서 공매 처분중이다. 3월말 현재 공매 물량은 탈지분유 6백40톤·전비분유 1백25톤 등 모두 7백65톤. 공매 평균가격은 kg당 각각 3천9백40원·3천5백32원으로 순수원유대와 임가공에 따른 비용과의 차액은 정부가 보조중이다. 최근에는 양로원·고아원 등 불우이웃시설에 3백25톤·군부대에 2백60톤의 우유를 무상 공급했다. 그 소요비용은 순수원유대 2억8백만원·임가공비 1억3천8백만원등 모두 33억4천6백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이 영원히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관련전문가와 뜻 있는 낙농가들의 관측이다.
따라서 낙농진흥회는 원유수급안정방안 마련을 위해 내달 중 용역을 의뢰할 방침이다. 방법은 지난해 원유생산비 조사 용역과 같이 입찰에 붙일 것인지는 이달중 열릴 이사회와 총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원유수급안정방안 용역도 지식용역인데 의뢰 금액을 정해놓고 제안서 내용을 검토후 결정하는 입찰 형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아무튼 장·단기 우유수급안정대책은 정부차원에서 조속히 제시되어야 하겠다. 학교우유 급식을 확대하고 군급식 용량을 늘리는 동시에 분유생산시설 설치에 따른 장기상환 융자지원책과 우유포장에 국산임을 표기, 우리우유의 우수성을 높이는 등 현실과 미래에 부합되도록 행정적·제도적인 개선책이 요망된다. 아울러 관련업체는 신제품개발과 우유소비홍보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현재 한국 낙농산업이 나아가야 할 좌표가 잘못 그어져 있다면 바르게 긋고 질주해야 노도와 같이 밀려오고 있는 국제화·개방화의 물결을 헤쳐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조용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