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가 넘쳐서 남아도는 원유 수급 불균형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 예년 같으면 원유 성수기로서 쌓였던 분유마저 소진되는 시기에 분유 적체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어 낙농가는 낙농가대로, 유업체는 유업체대로, 또 정부는 정부대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하는 문제를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분유 재고량은 전지 4천4백47백톤, 탈지 1만1천7백69톤등 모두 1만6천2백16톤이나 된다. 지난해 이맘때 분유 재고량이 1만1천2백47톤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5천톤이나 초과된 상태다. 이처럼 분유 적체 현상이 심화된 것은 원유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우유 소비는 줄어든데다 유제품 수입마저 늘어난데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선 원유 생산 증가는 지속적인 젖소 개량 노력으로 원유 생산성이 향상됐고 양질의 조사료 확보, 겨울 온난화 등 원유 생산여건이 좋아진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서 "합리적인 낙농 경영을 위해 노·폐우등 저능력 젖소를 도태시키는 것이 정석이나, 최근들어 원유 계획 생산제에 대비해 원유 생산쿼터를 조금이라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저능력우 도태를 기피한 것"도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같은 원유 생산증가에 비해 원유 소비는 크게 늘지 않아 원유 적체를 심화시키고 있는데, 이는 국산 원유 자체 소비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데도 원인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값싼 유제품이나 유사 유제품 수입이 늘어나 국산 우유 시장을 잠식한 것이 더욱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해 유제품 수입 실적을 보면 탈지분유의 경우 5천1백10톤이 수입, 전년도의 3천톤과 비교 1.7배나 늘어났으며, 전지분유도 1천6백40톤이 수입돼 전년도의 6백80톤과 비교 무려 2.4배나 늘어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이 원유 적체가 심화되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곳은 원유를 집유하고 이를 가공하는 집유업체와 유가공업체다. 원유집유업무를 맡고 있는 낙농진흥회나 집유조합등은 원유가 소비되지 않고 적체되는만큼 분유로 가공하는등으로 대응해야하는데 문제는 자금이다. 낙농가에게 원유대금을 지불하고 분유를 팔아서 자금을 회전시켜야 하는데 재고 누적으로 자금 회전이 안되는데다 나중에 공매 처분할 경우 수입유제품과 비슷한 가격인 kg당 3천9백원(탈지분유 기준)정도에 판매할 수 밖에 없어, 이로 인한 차액 손실이 kg당 3천원이 넘는다. 물론 낙농진흥회를 통해 집유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이같은 차액을 정부에서 보조해 주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해주지만 그것도 한계에 부닥쳐 있다. 그 한예로 정부가 원유수매차액보전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40억원에 불과하다. 그동안 이미 33억4천6백만원이 투입됐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추경을 통해 예산 증액을 요구하고 있으나 재경부에서는 이에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정부의 추가적인 지원이 없다면 자금부담을 당장엔 원유집유조합이나 유가공업체가 떠안야 한다. 그리고 그 또한 한계에 부닥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낙농가에게 지워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적어도 낙농가에게 이같은 부담이 지워지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원유 수요 기반 확충에 중점을 둔 원유수급대책을 제시하는등 나름대로 묘안을 짜고 있지만 적절한 대책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수요기반 확충으로는 작금의 문제를 푸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유소비촉진을 위한 대책을 백방으로 강구한다고하더라도 늘어나는 원유 생산증가량을 따라잡을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현재의 원유 과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유 생산을 줄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단기적으로 원유 생산을 줄이는 방법은 저능력우의 도태이며, 장기적으로는 원유의 계획생산 체제 확립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런데 이 단기적 대책과 장기적인 대책이 서로 상충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다시말해 낙농가들이 계획생산체제 도입에 대비해서 저능력우 도태를 기피하고 있고, 또 낙농가들이 저능력우 도태를 기피하고 있으니 계획생산체제 도입 여부를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고민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낙농업계는 무엇이 문제인지는 인식하고 있으나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쯤에서 진정한 낙농지도자가 나서서 이문제를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낙농지도자 역할론"이 나오고 있다. 이대로가다가는 결국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은 낙농가들 자신이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자금을 무한정으로 지원해주는 특단의 대책을 기대할 수 없다면, 낙농가들이 스스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