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스스로 화를 자초했다". 최근 생산비 이하의 계란가격이 한달가까이 지속되면서 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채란업계에서는 이러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3일 현재 생산자수취계란가격은 수도권지역이 특란을 기준으로 개당 83원. 일단 생산자들이 발표하는 가격만으로는 정부가 발표하는 생산비(68원, 2001년 기준)를 넘어서 있다. 하지만 D/C폭이 지역이나 농장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전국적으로 개당 25원을 상회는 게 전반적인 견해인 것을 감안하면 실제 출하가격은 6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농가들이나 업계의 분석이다. 한 유통전문가는 "근래들어 D/C폭이 평상시에 20원대에 형성되면서 계란가격이 하향세 일 경우 그폭은 더욱 커진다"고 밝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같은 계산대로라면 생산비 이하의 계란가격은 농장에서의 채화현상이 심화되며 생산자발표 계란수취가격이 91원으로 인하된 이달 1일부터 시작됐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로인해 부활절 특수를 앞두고 다소 무리한 계란가격 인상이 이뤄지긴 했으나 일선 농장들의 체화증가가 더욱 심화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여기에 많은 농장들이 각종 질병으로 인한 생산성과 품질저하 현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채란장들은 이래저래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관계자들은 이러한 불황은 계란소비나 입식증가, 또는 생산성 향상에 따른 생산량의 자연증가가 아닌 농가들의 노계도태 지연에서 기인됨으로써 국내 채란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드러냈다는 점에 그 심각성을 더 해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적정주령에서의 도태와 실용계 입식 등 정상적인 농장경영만 이뤄졌을 경우 상반기까지 계란가격은 그런대로 만족할 수준에서 형성됐을 뿐 아니라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산란실용계 판매량이 대폭 감소, 생산잠재력이 결코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설직후(2월12일)부터 이러한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높은 계란가격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농가들의 노계도태지연 추세가 만연한데다 최근에는 강제환우계군까지 생산에 가담, 큰알을 중심으로 계란생산량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한양계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란실용계 판매량은 총 3천63만2천수로 전년대비 14.2%가 감소했으며 육추사료 생산실적도 32만6천톤으로 3%가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도 산란종계 입식량이 48만6천수로 대폭 줄어든데 따른 영향이었다. 그러나 실제 계란생산량을 짐작할 수 있는 지난해 산란사료생산실적은 1백78만톤으로 전년대비 0.3% 감소에 그쳤으며 오히려 12월과 올해 1월의 생산량이 16만1천톤과 16만3천톤으로 전년동기 보다 오히려 3.8%, 3%가 각각 증가하는 등 실용계 입식추세와는 반비례적인 추세가 나타냈다. 이에따라 농림부의 지난 3월 가축통계에서도 6개월 이상의 산란실용계 사육수수가 전년동기 대비 2.3%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한 때 산란노계 가격이 9백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계정육업체들은 그나마 물량 확보를 못해 작업시간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가들의 극심한 노계도태 지연추세를 그대로 반영한 대목이다. 더욱이 설연휴 직후에 일시적으로 노계처리가 지연되면서 농가들의 강제환우가 상당수 이뤄지면서 이들 계군이 이달부터 본격 생산에 가담, 큰알을 중심으로 한 유통상황 악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같은 노계도태 지연은 또 종계부화업계와 중추구입 시기의 지연으로 이어지면서 병아리의 덤핑판매가 성행, 결국 채란업계 전반에 걸친 불황을 가져온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불황이 단기간내에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생산비이하의 계란가격이 형성되면서 노계출하가 일시에 집중, 이제는 계정육업체에서 그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노계도태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현재 양계협회가 조사한 산란노계가격은 수당 4백∼5백원, 그러나 실제 거래가격은 3백원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노계처리물량의 체화를 반증해주는 것이다. 더욱이 농가들로서는 후보계군과 신계입식을 감안할 때 더 이상 환우도 불가능, 노계도태지연이 어려운 반면 일부 계정육업체들이 곧 HACCP인증을 위한 대대적인 시설 개보수 작업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노계 출하를 서두르고 있는 농가들에게 더욱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불황을 계기로 농가들의 노계도태 지연과 강제환우 추세는 반드시 지양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럴 경우 보다 정확한 수급전망에 따른 사전대처로 불황의 위협을 최소화 할수 있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원리를 몰랐던 농가들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심지어 계정육업계에서는 채란농가들이 계란이 아닌 노계장사를 하고 있다는 불만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일부 강경론자는 "이 기회에 농가들이 확실히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채란업계 불황이 더욱 오래 지속돼야 한다"고 밝힐 정도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계란시세만을 고려, 눈앞의 이익만을 겨냥한 구멍가게식 농장경영이 결국 채란업계의 장기불황을 유발한다는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호황 이후 반드시 장기불황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릴 수 없으며 이로인해 자멸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뜻있는 농가들 사이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노계원료육의 극심한 가격변동 해소와 원활한 물량확보 체계를 다짐으로써 계정육업체들의 안정적 경영을 유도, 노계출하가 적시에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도 채란업계가 생각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 이와함께 원론적인 지적이긴 하나 실용계 입식시에도 적정수수와 시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통계자료를 활용한 경기전망과 이에따른 신중한 판단이 병행되는 체계가 하루빨리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운영되고 있는 양계수급안정위원회의 제역할론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종자돈 지원이 예정보다는 대폭 줄긴했으나 적정시기에 수매비축과 노계도태 지원이 이뤄질 경우 당초 기대를 넘어선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논리가 그것이다. 이와관련 업계의 한관계자는 "수입자유화의 여파로부터 가장 피해가 적은 축산물이 바로 계란이라고 할 수 있다"며 "따라서 정부의 지속적인관심과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농가 스스로 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그 어느 축종보다 성장가능과 안정적 경영이 가능한 것이 바로 채란업이라는 점을 명심,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