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대일 돈육 수출, 2년만의 재개에 대한 제주 양돈인의 감회는 남다르다. 대일 돈육 수출 재개는 재개 그 이상의 어려움이 뒤따랏기 때문이다. 제주의 많은 양돈인 중에서도 현우범제주도축정과장의 감회는 유별나다. 그렇게 단정한다 해도 이에 대해 이의를 다는 양돈인은 없을 것이다. 현우범과장의 제주산 돈육의 수출 재개를 위한 노력은 양돈 현장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양돈인들의 노력과 비교, 조금도 뒤쳐짐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2년전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고기 대일 수출이 중단됐을 때 너무나 분하고 억울했습니다. 육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제주도와는 사실 관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목표에서 제주까지 1백54km인데 반해 부산에서 일본 쓰시마섬까지는 56km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그해 3월12일 이전에 도축된 것조차 반송해 왔을 때는 정말 땅을 치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현과장은 마치 제주산 돈육 수출 재개를 앞둔 싯점에서 제주산 돈육 수출 중단됐을 때의 심정이 어떠했느냐는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지난 심정을 털어 놓았다. 그만큼 돈육 수출 재개에 대한 감회가 크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현과장의 지난날 회고는 이어졌다. "구제역 발생 당시 육지에서는 차상 계류 등 혼선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주도는 때마침 3월 29일 회의가 열려 크게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돼지고기 수출에 양돈업의 운명을 맡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돈육 자급률 90% 수준의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나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수출이 당장 중단된다고 하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설득했고, 양돈 농가와 수출업체들이 이를 이해해 줬기 때문이지요." 현과장은 "이후 제주도의 모든 양돈인과 관련 기관 업체 관계자들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고 강조하고, 특히 돈육 수출 업체들이 많은 어려움 가운데서도 잘 견뎌낸 것을 의미있게 평가했다. 이어 지금의 감회가 어떠냐는 질문에 "전염병에 관한한 제주도는 독립"이라는 한마디 말로 표현했다. 제주도는 가축 질병에 관한한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 그 자체가 제주 축산의 경쟁력이며, 제주 축산의 모든 것이란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아닌게 아니라 제주도의 질병 청정화를 위한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제주도가 돼지콜레라 청정화를 위해 지난 97년 백신 전두수 접종에 이어 98년 2월 백신을 전면 중단하고 돼지콜레라 청정화 선언을 눈앞에 두고 있던 98년 11월 18일 뜻하지 않게 콜레라가 발생했는데 이에 대응하는 제주도청과 양돈인들의 모습이 그랬다. 당시 돼지콜레라가 발생하자 제주도는 백신접종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백신접종으로 사태를 안전하게 해결할 것이냐 아니면 살처분이란 방법으로 위험하지만 조기 청정화로 갈것이냐는 방법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은 살처분을 선택했다. 행정을 담담하는 공무원으로서는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그 선택은 옳은 것이었다. 제주도의 그같은 선택을 더욱 빛나게 한 것은 제주도 양돈인들의 따뜻한 마음이었다. 돼지콜레라가 발생한 농장의 돼지를 모두 살처분 할 경우 살처분 보상을 80%밖에 받을수 없게 됨으로써 해당 농장이 양돈 경영을 다시할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하자 양돈인들이 십시일반 돕기에 나서 2천만원의 성금을 거둔 것이 그것이다. 제주도의 질병 청정화는 사실 이 하나의 사례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만큼 의미있는 일이었다. 제주도가 돼지고기 수출을 재개하기까지는 질병 청정화 노력,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질병 청정화와는 또다른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일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된 사이, 일본 돈육시장에서 그동안 우리가 차지했던 시장은 이미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모두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과장은 그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돈육 수출 재개는 재개가 아니라 돈육 수출시장의 새로운 개척"이라고. 현과장은 그동안 돼지고기 수출관계자와 수차례에 걸쳐 일본에 출장, 미국과 캐나다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을 다시 뺏어 오기위해 노력했는데, 단순한 노력이 아니라 과학적 논리가 뒷받침 된 노력이 결실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즉, 돼지고기의 맛을 내는 "이노신"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도축이후 20일부터 소멸되기 시작하는점에 착안, 미국산이 일본에 도착하기까지는 30일이 소요됨으로써 "이노신"이라는 물질이 이미 소멸해 버린는데 반해 한국산은 15일이면 소비자들에게 도착되기 때문에 "이노신"이 가장 많을 때 소비자들이 한국산 돈육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 등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대일 돈육 수출이 재개되기까지 PSE발생률을 줄이는등 기본적인 노력이 있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제주산 돈육 수출 재개와 관련 눈에 띠는 또 하나는 "제주도 개발 특별법"을 통해 외부 질병유입이 우려되는 가축의 제주도내 반입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것이 최근 철원의 돼지콜레라 발생에도 불구하고 대일 수출을 재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무기가 된 것이다. 이렇듯 제주산 돈육의 대일 수출이라는 결과에는 그만한 원인이 있었음을 확인하게 되는데, 거기에 또 눈길을 끄는 것은 현과장의 축산에 대한 철학이다. "짐승이 가축으로 순화된 역사가 1만2천년이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사람과 가축은 1만2천년전에 약속을 했다. 사람은 가축으로 순화된 짐승을 악천후와 더 사나운 짐승으로 보호해주고 먹여 주는 대신 가축은 사람에게 목숨을 바치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따라서 축산하는 사람은 지금도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루도 게으름이 없다"는 것. 현과장은 "그런 축산인은 일하는 곳이 어디든, 모두가 동업자"임을 강조했다. 제주 축산이 발전할 수 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장지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