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육 수출길이 막힌 이래 모돈감축이 양돈농가의 시급한 현안문제로 대두된 상황이지만 도축장들은 모돈도축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모돈반입을 반기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축산물 공판장이나 도매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모돈이 반입되면 현실적으로 후순위 도축, 익일 도축등의 상황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모돈은 규격돈보다 지육기준으로 보통 30∼40%, 많게는 배 이상 중량이나 크기가 더 나가기 때문에 기계이용에 한계가 있고 수작업으로 진행하더라고 시간과 인력이 상당히 필요해 전체적인 경매흐름까지 방해할 수 있어 작업장 상황에 따라 작업순서가 밀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대구축산물도매시장 신흥산업 박재욱 과장에 따르면 『작업장에 설치돼 있는 탕박·박피기계의 경우 설계상으로는 지육기준으로 1백kg 이상은 올리지 못하도록 내부규정에 정해져 있으나 현재 1백50kg까지 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박 과장은 『2백kg 이상은 어쩔수 없이 수작업으로 진행, 작업자들의 불만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계를 무리하게 사용함으로 인한 수명단축도 문제지만 어찌보면 직접 도축을 실행하는 작업자들의 불만을 무시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박 과장은 『더욱이 하루 도축목표량은 정해져 있는데 모돈반입이 많은 날이면 작업시간이 늘어나 신속 도축·경매에 차질을 빚게되고 이로 인해 낙찰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모돈을 후순위로 밀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부가 이달초 각 시·도로 보낸 「축산물 공판장 및 도매시장의 돼지 모돈감축 협조요청」공문을 통해 후순위 도축, 익일 도축방지를 당부한 것에 대해서 박 과장은 아직 직접 공문을 받은바 없는 상태이며 그같은 내용의 공문이 내려오면 협조를 해야겠지만 현실여건은 상당히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신흥산업은 현재 일평균 돼지 반입량은 연초보다 2백∼3백두 늘어난 9백50∼1천두 정도지만 모돈비율은 13%대를 그대로 유지, 모돈출하비율은 크게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모돈 도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농협 축산물공판장들도 마찬가지이다. 가락공판장의 경우 모돈처리 라인이 별도 설치돼 있지만 반입량이 많은 날이면 아무래도 작업이 순탄치 않다. 김동윤 과장은 『가락공판장의 경우 모돈도축 순서를 임의로 미루거나 하지는 않지만 모돈이 몰려서, 특히 오전 도축물량에 모돈이 많이 포함되면 경매가격이 상당히 불안정해진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오전에 모돈도축이 많다보면 아무래도 오전 경매량이 적어들어 가격이 약간 오르고, 일 목표량을 채우다보면 오후경매에 물량이 몰려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김 과장은 또 모돈도축이 많다보면 처리물량 감소에 따른 매출감소도 일반 도축장들로 하여금 모돈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천공판장의 경우도 모돈이 반입되면 반입순서에 따라 처리하지만 작업시간과 기계무리 부분이 걸리기는 마찬가지이다. 아직 처리용량에 못미치는 물량만이 반입되고 있어 여유있게 모돈을 도축하는 편이지만 언제까지 그럴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공판장 모돈출하비율은 가락의 경우 연초 7∼8%대에서 10%로, 부천은 변동없이 3%대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도축장 관계자들은 자연도태 이상의 모돈감축 기류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