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낙농이 방향감각을 잃은 선박처럼 표류하고 있다. 농림부는 물론 낙농관련단체·낙농가 모두 스스로의 잘잘못을 인정하기에 앞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인상이다. 전국의 재고분유는 지난 10일 현재 전지 4천7백87톤·탈지 1만3천1백31톤 등 모두 1만7천9백18톤으로 지난 4월 20일 1만6천2백20톤에 비해 무려 1천6백98톤이나 증가했다. 우유소비성수기에 돌입했는데도 불구하고 이 같이 재고분유가 감소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젖소도태권장사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유제품생산에 분유를 사용했던 유업체가 원유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장기화되고 있는 원유수급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해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2일까지 한달간 3만두의 젖짜는 소를 도태키로 하고 도태하는 농가에게는 1두당 2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중이다. 그러나 지난 13일 현재 농가 도축증명서 접수 기준 두수는 1천3백36두로 정부와 관련단체간 약속한 계획목표두수 3만두 대비 4.4%에 불과하다. 또 4월 29일부터 지난 12일사이 도축된 젖소암소도 4천5백52두로 1일평균 3백79두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일평균 2백50두에 비해 50% 수준 증가했으나 3만두에 비하면 15%수준이다. 농림부는 이미 도축증명서 수령에 따른 농가 불편해소를 위해 도축장에서 증명서 사본을 시·군에 통보토록 시·도에 지시한바 있다. 또 축산물검사원의 “착유중”젖소확인 철저로 농가와의 마찰을 차단토록 각 시·도에 지시하고, 농협에는 농가의 도태우 출하애로 해결을 위해 계통출하방법 등으로 일괄 출하토록 협조공문도 발송한바 있다. 또한 1일평균 소 1백80두로 도축물량이 제한되어 있는 서울공판장의 도축물량 중에서 도태우는 제외시켜줄 것을 서울시에 협조 요청하는 등 농림부는 젖소도태를 통한 원유감산정책에 나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젖소도태는 지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농림부 한 고위관계자는 “낙농관련단체에서 농가 자율로 젖소도태를 적극 추진하기로 결의를 해놓고, 젖소 도태를 시행한지 3주일이 경과했는데도 실적이 극히 부진한 것은 낙농가와 관련단체들이 현재의 낙농상황에 대한 고통분담 의지가 약한 것으로 판단된다”며“특히 민간자율의 수급조절기능 강화를 위한 협조가 미온적인 낙농가와 관련단체가 도태우 기간연장 또는 정부수매를 요구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초 농림부는 한달전 장기화되고 있는 원유수급불안정 해소책의 일환으로 낙농관련단체에 원유가격인하·젖소도태권장·원유생산쿼터제 실시 등 3가지 중에서 택일해줄 것을 요청, 관련단체는 젖소도태를 하기로 결의를 한바 있다. 따라서 농림부는 최근 농가수취 원유가격과 소비자 제품가격을 조정토록 관련단체에 촉구했다. 원유가격은 지난해 생산비조사 결과 등을 감안 낙농진흥회 이사회를 통해 결정토록 적극 유도중이며, 제품가는 원유가격 조정 결과를 반영하여 유가공협회에서 결정하여 소비를 견인토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 대다수 낙농가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농림부가 진흥회로 유도중인 원유가격은 원유가격이 조정됐던 지난 97년 kg당 5백7원이었던 원유생산비가 2001년 4백46.26원으로 인하되었고, 사료가격도 지난 11일부터 오는 8월 10일까지 3개월간 3% 인하되기 때문에 내려야 하지 않느냐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국의 대다수 낙농가들은 정부가 지난해 조사한 원유생산비는 현실과 아주 거리가 멀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생산비조사도 정부기관이 아니라 농가가 납득토록 단체나 학계에서 해야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부는 낙농가들이 젖소도태를 계속 기피하고 생산량을 늘릴 경우 더 이상의 자금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어 원유가격 지급 불능사태도 가져올 수 있음을 각 단체에 통보했다. 농림부는 근년 들어 원유수급안정을 대책마련에 부심중이다. 지난 9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1천3백3억원을 지원하고, 올해는 당초예산 4백20억원이 이미 지난달 모두 소진되어 추가로 2백50억원을 긴급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부의 지원은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 관계자들사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왜냐하면 과거 축산진흥기금 재원이 과거 쇠고기·유제품등 수입축산물 판매 차익금으로 충당되던 것이 축산물수입자유화로 아예 없어지고 한국마사회 수익금으로만 충당되어 기금이 큰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또 이나마 재원이 거의 낙농분야에 투입되어 상대적으로 한우·양돈·양계농가와 관련단체로부터 원성을 듣는 것도 이유이다. 아무튼 장기화되고 있는 원유수급불안정 해소를 위해 정부는 젖소도태기간을 1개월 추가 연장, 실시하여 농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기정책과 동시에 원유생산쿼터제 등 현실과 미래에 부합할 수 있는 장기정책을 조속히 제시해야 옳다는 견해가 전문가들사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낙농가도 젖소도태권장사업에 보다 적극 호응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야 옳다. 농림부와 낙농관련단체·업체·농가는 한배를 탔기 때문이다. <조용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