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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그늘의 육계업계

이일호 기자

뉴스관리자 편집장 기자  2002.05.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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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이 재발했을 당시 기자는 "표정관리를 해야할 것"이라는 장난반, 진단반의 곤란한 인사를 많이 받아야 했다. "육계업계에는 호기"라는 막연한 추측 때문에 양계담당 기자가 감수해야 할 수난(?)일 것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추측이 맞아떨어지는 듯 했다. 증권시장에서는 몇몇 육계계열화업체들의 주가가 상종가를 치기도 했으며 일부에서는 소비증가를 기대한 입식이 늘기도 했다.
그러나 오래 가지 못한채 육계업계는 오히려 구제역의 또다른 피해자가 되버렸다. 각종 질병으로 인한 폐사와 생산성 저하로 신음하고 있음에도 "구제역의 그늘"에 가려 방역 당국은 물론 관련언론까지 어느누구의 관심속에도 들지 못했던 것이다.
심지어 양계질병담당부서장 조차 구제역 방역에 투입되던 터에 육계업계가 자신들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기댈만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 사이에는 어느새인가 "어제는 돈콜레라더니 이제는 구제역인가", "구제역만 질병이냐"라는 불만과 울분이 급속히 확산돼기에 이르렀다.
물론 구제역방역이 축산업 차원을 넘어선 국가 중대사임에 이러한 육계농가들에 대해 "집단이기주의"에 의한 발상으로 치부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양계는 늘 정책의 뒷전"이라는 뿌리깊게 불신과 소외감을 지닌채 당장 내농장부터 질병으로 황폐해진 육계농가들에게 "구제역 때문에"이라는 말이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지 의문이다.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나 구제역이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때문에 지금까지 구제역 방역에 밤낮이 없었던 관계자들에게 숨돌릴 여유도 주지않은채 이러한 육계인들의 민심을 헤아리기를 기대한다면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