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국금융연구원의 농협중앙회 신·경분리 연구용역은 농협법에 따라 수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농림부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지난달 29일 국회에 제출하고 2년내에 농협법을 개정, 이를 시행해야 한다. 이 보고서에는 신·경분리를 추진하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단계별로 구분, 추진하는 방안이 기술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우선 1단계로 현체제 내에서 신·경분리로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고, 그 다음 2단계로 경제·신용사업 연합회 설립을 통한 중앙회의 신·경분리를 추진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다만, 분리시기는 자본금 충당 등과 같은 일정한 전제조건을 충족할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3단계로 제시한 회원조합의 신·경분리는 농협의 장기비젼을 담은 것으로 참고 사항 정도로 터치되고 있다. 그러니까 이번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 연구용역 보고서는 협동조합 개혁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신·경분리 안은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사실상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다시 말하면 "신·경분리"라는 당초의 목적과는 달리 축산부문만 축소시키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려의 근거로 통합 이후 축산사업장을 아예 없애거나 축소시킴에 따라 갈수록 축산경제부문이 농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결국 축산경제의 존재 가치마저 상실함으로써 "축산경제 존치 불가론"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1단계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신·경분리보다는 농협 전체의 구조조정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런데다 2단계 신·경분리의 전제 조건 중 가장 큰 난제로 자본금 충당이 꼽히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자본금 충당을 위한 방안으로 조합을 통해 자본출자가 아니면 농협중앙회 자체 수익금으로 충당하는 방법, 또는 정부의 우선 출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사실상 어느 것 하나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자본금 충당 등과 같은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이로써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는 결국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또한 일각에서는 1단계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농협법을 개정하고, 그 다음 2단계 추진을 위해 또 다시 농협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사실상 1단계 개정으로만 고착되는게 아니냐는 진단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농림부는 1단계에서 회계 및 자본을 분리하고, 별도의 지도사업운영기금을 신설, 각 사업부문간 자금 흐름에 차단벽을 설치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신·경분리는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축산전문가들이나 회원축협은 농협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축산부문이 살아있는 가축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다 보니 매우 복잡한데다 축산만이 갖고 있는 특수성을 수용할 수 있는 농협의 체질이 아니기 때문에 축산사업에 대해 매력을 갖지 않고 인력과 사업을 축소지향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즉, 한냉같은 공기업 인수도 포기한 것과 함께 청양유가공공장의 매각, 축산유통의 농협자회사 흡수 등 축산사업장의 무자비한 정리와 같은 일련의 사태를 보는 축산인들의 시각은 농협은 믿을 수 없는 공룡과 같은 조직으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신·경분리 용역의 1단계안에 축산경제가 독립사업부로 존치한다하더라도 축산이 차지하는 농협전체사업비중을 감안할 때 계속 독립된 조직으로 존립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중앙회에 축산사업과 기구가 지속적으로 축소되는 등 축산경제 위상이 손상되면 그 영향이 곧바로 회원 축협과 축산전반으로 이어지는 것은 불을 보는 것과 같다는 것이 축협측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므로 축산업계와 회원축협의 이같은 우려의 시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농협의 축산사업데 대한 체계적이고도 장단기적인 대응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 이와 함께 회원축협의 관리도 전문 부서와 인력에 의해 보다 시대적 추세에 부응할 수 있는 발전적인 방향제시가 정책차원에서 마련되지 않는 한 불협화음은 날이 갈수록 심화될 수 밖에 없다는 견해가 만만찮다. 아무튼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어 1년여 동안에 걸쳐 마련된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안은 실현 불가능한 한계적 상황에 밀린 미완의 작품이라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신·경분리안을 만들면서 신·경분리만이 다른 영역까지 다룬 것은 무리이며, 결국 신·경분리를 전제로 한 협동조합 개혁은 중앙회 통합이외에는 사실상 완성되지 않은 작품이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