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가 나란히 양돈현장을 찾았다.
정화방류 수질기준이 대폭 강화되는 시점(2019년 1월 1일)을 10여일 앞둔 지난 20일 충남 홍성 소재 비전농장을 찾아 가축분뇨 처리 현황을 살펴보고 즉석 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여론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다./ 관련기사 6면
대한한돈협회장을 지내기도 한 비전농장 김건태 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작년부터 별짓을 다해 봤지만 새로운 방류수질 기준을 맞출 수 없었다”며 “정부는 일방적으로 규제를 정하고, 안따르면 처벌한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농장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현장이 없는 각종 환경규제 속에 축산농가들이 신음하고 있다.
당장 며칠후면 양돈농가들을 무더기 범법자로 몰아넣을 정화방류 수질기준만 해도 그렇다.
내년부터 정화방류 허용수질이 총 질소 기준으로 지금의 500mg/ℓ에서 250mg/ℓ(신고대상 600→400mg/ℓ)으로 강화되지만 이를 충족할 수 있는 양돈농가들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
김건태 대표는 “정부가 방법이라도 제시해 주면 좋겠다. 대다수 농가들이(수질기준을 충족할) 방법을 몰라 못하고 있다”며 “정부로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농업명인’ 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나도 안된다. 양돈농가도 국민인데,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이렇듯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그러나 수년간의 유예기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준 적용을 며칠 앞둔 지금에 와서야 못하겠다는 축산농가들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환경부 관계자 역시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돈협회 환경대책위원회 이기홍 위원장은 “정화방류 수질 기준을 정할 때부터(현장에선) 수용이 힘들다고 했다. 이후 관련회의가 있을 때 마다 현장의 상황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축산단체의 한 관계자는 “비단 정화방류 수질기준 뿐 만이 아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축산업계와 협의에 나설 때면 이미 규제의 방향과 주요 내용은 정해진 상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예상되는 축산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협상 수준’의 협의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범축산업계의 생존투쟁을 불러일으킨 무허가축사 규제의 탄생 과정도 이러한 비난에서 피해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해당사자가 분명한 가축분뇨 관련 규제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여러 산업 분야에 적용될 냄새 정책이나 규제의 경우 사실상 축산을 타깃으로 한 것임에도 그 수립과정에서 축산업계는 협의대상에서 조차 배제되고 있다.
농장 폐쇄까지 가능한 정부 주도하의 악취방지법 개정 사실을 한참 지나서야 축산단체가 인지할 정도다.
이처럼 축산현장은 알지도 못한 채 일반 산업계의 시각에서 획일적으로 접근한 정책이나 규제가 성공할리 만무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불만은 높아만 가고, 식량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농촌경제의 중추산업은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
김건태 대표는 “일본처럼 현장을 살펴가며 정부와 농가가 손, 발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 실험실 데이터가 전부인냥 주장하는 일부 학자들도 문제다. 정부와 농가간의 간극만을 벌려놓았다. 진정 환경을 개선하고, 축산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