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사육기간 단축, 세밀하고 신중한 접근 필요

2021.09.08 09:34:44

[축산신문 이동일 기자]


한우 사육 기간 단축이 최근 들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대략 30개월령의 현 한우의 출하월령을 최소 4~5개월 이상 단축하는 방안에 관한 연구가 농림축산식품부의 주도로 대대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육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한우를 키우는 농가라면 당연히 가지고 가야 할 과제다. 경제 가축인 한우를 굳이 오랫동안 많은 사료를 먹여 키우고 싶은 농가는 없다. 단 하루라도 출하 시기를 당기는 것이 모든 농가의 바람일 것이다. 

미심쩍은 것은 그런 당연한 과제를 굳이 왜 농식품부가 나서 목표치를 세워 가면서 고삐를 당기냐는 것이다.

현재 한우 업계에서는 농식품부의 움직임이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 저감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이 탄소 저감을 목표로 선포한 이상 행정부처마다 그 계획을 내놓아야 하고, 축산중에서도 한우 분야에서는 출하월령을 단축해 탄소 발생량을 줄인다는 계획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한 관계자는 “30개월령에서 출하월령이 단축되면 단축된 기간만큼의 탄소 발생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너무 단편적 계산법이고, 세밀하게 따져볼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우의 사육 기간 단축은 당장이라도 몇 개월이고 출하 시기를 빠르게 잡으면 가능하다. 다만 그렇게 했을 때 농가의 소득이 보장될 수 있고,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품질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우의 사육과 관련된 전체를 놓고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몇 가지 기본 원칙이 필요하다고 한우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우선은 목표체중이 반드시 설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알려진대로라면 목표 출하월령은 있어도 목표체중은 없다. ‘25개월령에 평균 도체중 430kg’같이 목표체중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또한, 육질에 대해서도 목표치를 설정해 소비자들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시키면서 가야 한다.

거센 수입육의 공세에도 한우가 지금까지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 유일한 유전자원이라는 특수성과 소비자의 기대치에 부응하는 품질에 대한 차별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만약 어떤 이유에서건 앞서 말한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는 기술이라면 절대로 상용화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절대로 상용화돼서는 안 될 것이다.

사양기술만으로는 기대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한우의 사육은 단순히 무엇을 어떻게 먹이느냐 뿐 아니라 개량과 환경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어떤 한우에 어떤 사료를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먹여 키웠느냐가 결과로 나온다.

한우의 체중이 과거와 비교해 지금처럼 커지고 육질 성적이 좋아진 것은 사양관리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개량을 통해 유전형질이 좋은 것들을 가려내고, 사육환경이 개선된 것 또한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사육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관련된 기술 전체에 대한 종합적 검토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굳이 30개월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시각에도 사육 현장에서는 나름의 기술로 출하월령을 단축하고 있는 사례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다. 다만 이런 사례가 과연 보편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것인지 세밀하게 검토해 보고, 문제점은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탄소 저감을 위한 사육 기간 단축이라는 목표에만 초점을 맞춰 다른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것은 없는지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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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일 dilee7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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