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병역 의무 다하는 장병에게 수입육을?

2021.10.27 10:49:16

[축산신문 신정훈 기자] 군 급식 부실 문제가 결과적으로 장병 식탁에 수입산 재료를 올리는 쪽으로 정리됐다. 국방부가 발표한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에 따르면 51년간 협동조합을 통해 식재료를 조달해온 군은 앞으로 매년 단계적으로 계약 물량을 줄여나가 2025년부터는 완전 경쟁입찰로 전환하게 된다.
국방부는 1970년 1월부터 ‘군 급식 품목 계획생산 및 조달에 관한 협정’에 따라 장병 급식에 사용되는 농수축산물을 51년 동안 협동조합과 맺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조달해왔다. 축산물의 경우 계획생산품목과 비계획생산품을 구분하고 여러 가지 합의된 방식을 통해 산정된 가격을 놓고 협상으로 정한 품목별 단가를 1년 동안 유지하는 방식이다. 한 번 가격이 정해지면 시중 가격이 올라도 축산농가는 손해를 무릅쓰고 1년 내내 같은 계약 단가에 납품하기도 했다.
군이 50년 넘게 수의계약 방식으로 농수축산물을 공급받은 배경에는 유사시 안정적인 조달이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었다. 그런 만큼 이번 국방부의 결정에 대해 축산물 군납농가들은 부실 급식 문제에 대한 책임을 경쟁입찰로 풀겠다는 접근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방부는 ‘군 급식 개선 종합대책’을 통해 장병 중심의 급식 조달체계 구축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 경쟁입찰을 시행하고 있는 시범부대들은 국내산을 먹던 장병들에게 지금 수입육을 공급하고 있다. 시범부대들은 경쟁입찰 현품설명서에 공개적으로 수입산을 명시해 입찰 참여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국내산을 먹던 장병에게 수입산을 먹이는 것은 품질 확보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군납축산물의 경우 축협 직원에 의한 책임생산감독은 물론 별도 수의전문가로 구성된 품질보증활동으로 원료부터 가공장까지 위생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반기업에 수입육으로 입찰참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과연 군이 현재 수준의 품질보증 수단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경쟁입찰 과정에서 농수축산물은 물론 가공품까지 망라된 입찰로 직접 생산자가 아닌 전문 중간 유통업체 위주로 조달받고 있는 것이 시범부대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과연 경쟁입찰이 부실 급식 문제를 해결하고 장병 급식의 질을 높이는 방법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군의 종합대책에는 질 좋은 식재료를 공급받고, 지역과 함께하는 민·군 상생에도 기여하기 위해 조달과정에서 농수축산물은 국내산 원칙과 지역산 우선 구매를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이 또한 완전 경쟁입찰 방식에서 적용 가능할지 미지수다.
특히 흰 우유의 급식기준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가공우유, 유제품, 두유 등 다양한 제품을 장병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은 아예 흰 우유 급식을 배제시키겠다는 발상으로 군이 나가도 너무 한참 나갔다는 지적이다. 장병 선호도를 이유로 수입 콩으로 만든 두유 급식을 포함시키고 흰 우유를 급식 품목에서 없애려는 의도가 읽힌다.
축산물을 군에 공급해온 축산농가와 축협 조합장들은 이미 시범사업을 통해 국방부가 군 급식 개선 대책의 핵심으로 내세운 경쟁입찰 전환방식의 실체와 폐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한다. 
우리 축산농가들은 그동안 국방부의 군 급식 경쟁입찰 전환의 폐단으로 저가 경쟁에 따른 장병 급식 질 저하 우려와 성실히 군납을 해온 축산농가와 축산업의 피해, 특히 전시·평시 안정적인 군 급식 조달체계 유지 및 사전 대응 곤란 등에 문제점을 제기해 왔다.
군 급식 부실의 주요 원인은 군 조리시스템과 배식 관리라는 문제의 핵심은 비켜 가고 마치 경쟁입찰 전환이 장병을 위한 제도 개선인 것처럼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국방부는 51년간 우리나라 축산물을 군에 성실하게 납품해온 축산농가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며 축산물 수입업자를 위한 제도 개악에 집중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경쟁입찰 방식을 철회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경쟁입찰 전환의 문제점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군 장병과 농가의 입장에서 개선안을 재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특히 장병의 선호를 반영하되 전시 대비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기본 명제를 유념해야 한다.

축산신문, CHUKSANNEWS

신정훈 jw3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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