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양돈장 특별점검 도대체 목적이 뭔가

2021.12.15 09:28:47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충남과 충북, 경북 등 3개지역에서 우선 실시되고 있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양돈장 특별점검으로 인해 양돈현장이 들썩이고 있다.
본지가 입수한 현장점검표에는 축산법과 가축분뇨법, 이력제법, 악취방지법, 가축전염병예방법 등 5개 법률에 근거한 점검항목만 40개에 달했다. 
사실을 뒷받침할 증빙 서류까지 요구되다 보니 방대한 분량의 자료 확보가 불가피한 게 현실. 
웬만한 농가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수준이다.
경북 칠곡의 한 양돈농가는“ 점검반의 서류 확인에만 두시간 가까이 걸렸다. 몇 년치 퇴비 관리장부에서부터 자돈 이동, 동물약품 사용기록까지 다 확인했다”며 “이력제 신고내용에 대해선 그 자리에서 전화 확인까지 했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아직 점검을 받지 않은 양돈농가들은 SNS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며 준비에 나서고 있지만 막상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해 하는 모습이다. 평소 자료 관리가 어려운 고령층 양돈농가나, 양돈에 대한 지자체의 부정적 인식이 강한 지역일 수록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수백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거나 ‘확인서만 20장을 썼다’는 등 다양한 사례의 행정처벌 소식이 속속 전해지면서 양돈현장은 크게 동요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지만 서류에 의존하다 보니 점검작업이나 행정처벌 모두 방역과는 무관한 곳에 집중되고 있는 현실은 논란을 증폭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ASF 방역강화 차원’이라는 농식품부의 설명을 무색케 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양돈현장의 여론은 특별점검 소식과 함께 제기돼 온 ‘보복행정론’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 
충남의 한 양돈농가는 “동원 가능한 모든 법률을 적용해 (양돈장을) 털고 있다. 아무리 잘하는 농장이라도 무사히 지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농식품부가 작정을 한 것 같다는 게 양돈현장의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비단 양돈현장 뿐 만이 아니다.
일부 지자체 관계자는 이번 특별점검에 대해 “시키니까 나가기는 하지만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아무런 지적 사항 없이 점검을 마친 공무원들이 모든 자료를 다 준비한 농가가 있을지 몰랐다며 의아해 했다”는 한 양돈농가의 전언은 이번 특별점검을 바라보는 지자체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한 사례다.
정말로 정부의 무서움을 알리기 위한 손보기가 목적이었다면 일단 소기의 목적은 충분히 달성하고도 남은 셈이지만 필자 입장에서는 농식품부의 최근 행보에 ‘보복행정’ 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그지 없다.  
양돈농가들의 말마따나 불특정 농가들을 대상으로 한 강압 행정은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일 아닌가. 하물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 마다 ‘정부는 국민이나 산업위에 군림해선 안된다’는 정책기조가 절대 불변의 진리 처럼 강조돼 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양돈업계는 공공질서를 위협하지도,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다. 
단지 걸리는 게 있다면 현장과 산업은 염두에 두지 않은 일방통행식 행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농식품부 정책에 반대한 게 전부다. 대등한 위치에서의 소통, 그리고 행정과 산업이 균형을 희망해 온 것이다.
그나마도 양돈만이 아닌 축산업계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에 양돈업계에 대해서만 정부의 권위가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이 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농식품부의 입장을 곧이, 곧대로 믿는 이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축산신문, CHUKSANNEWS

이일호 yol2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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