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제로 시대, 축산 진흥 시대로>관세제로 시대를 앞둔 축산업계의 대응전략

2022.01.12 16:18:22

<2022년 신년특집>식량안보 관점 자급률 확보…최소한의 농가경영 안전망 필요


전상곤 교수(경상국립대학교)


ICT 스마트팜 등 ‘정밀 축산’ 통한 경쟁력 강화

친환경 축산 R&D 확대…사회적 공감 이끌어야


세계화에 따른 득과 실의 동조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제 8차 다자간 무역협상인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이 1986년 9월 우루과이에서 개최된 이후 최종적으로 1994년 4월 모로코에서 UR 협상이 최종 타결되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등에서 수출확대 가능성을 높였지만, 쌀과 축산물을 비롯한 국내 농축산물 시장을 외국 농축산물에 내주게 되었다. 

자유무역을 통해 사회 전체의 후생은 증가했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득과 실이 있는 법. 세계화와 자유화의 이면에는 그에 따른 대가도 따른다. 세계가 하나로 동조화되어 갈수록 편리함은 더해지지만, 분담해야 할 고통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단적인 예다. 세계 어느 한 지역에서 발병한 질병이 전 세계를 순식간에 혼란에 빠트린 것을 지난 2년간 목격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인구 이동 제한과 그에 따른 노동 시장 불균형, 물류와 세계 공급망의 혼란, 요소수 대란 등 한 나라의 문제가 전 세계의 문제로 빠르게 확산되며 동일시 되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나날이 그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지구 온난화 문제도 축산업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상 기후로 농작물이 영향을 받으면 사료산업이 영향을 받고 축산업계도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제 곡물 시장의 불안정성 증가는 축산농가를 포함한 축산업계의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된다. 한 산업 혹은 한 지역의 수급불안정은 특정 산업과 특정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언제든 전 산업과 전 세계로 파급될 수 있다. 


완전 시장 개방에 놓인 축산업 

1994년 UR협상이 타결되면서 국내 축산물 시장이 1차로 개방되었고, 이후 DDA 협상이 2008년 사실상 협상에 실패했으나, 이후 다자간 협상이 아닌 양자간 협상이 주를 이루며 여러 국가들과의 FTA 협정이 순차적으로 타결되었다. 한국에 축산물을 수출하는 주요국들과의 FTA 추진현황을 보면, 한·칠레가 2004년, 한·EU가 2011년, 한·미가 2012년, 한·호주가 2014년, 한·캐나다와 한·뉴질랜드가 2015년에 발효되는 등 수많은 국가들과 FTA 협정이 추진되고 있다. 쇠고기, 돼지고기, 낙농품 등 주요 축산물의 수입관세가 향후 5년 이내로 무관세화된다. 값싼 수입 축산물이 더 싸게 국내로 들어오게 된다. 

국내에서 축산물을 생산하는 것은 생산비도 많이 들고 환경 오염 등의 문제가 있으니 해외에서 값싸게 수입하자는 의견도 있다. 일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런데,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공급망 불안정, 이상 기후에 따른 국제 곡물시장의 불안정성 증대, 자국 우선주의로의 회귀 등의 상황에서 수출국가들이 값싸고 안전한 축산물을 항상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공해 줄 수 있을까?  

시장개방 이후 국내 주요 축산물의 자급률 변화를 보자. 2020년 기준 쇠고기는 37%, 낙농(유제품)은 47%, 돼지고기는 75%, 닭고기는 82%로 대가축을 중심으로 자급률이 보다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축산물 시장개방 확대로 싼 가격에 보다 많은 양을 다양한 상품의 형태로 소비할 수 있어 소비자 만족도는 일면 증가했을 것이다. 그러나, BSE(소해면상뇌증 일명 광우병)과 같은 가축질병 및 유통과정상의 안전성 문제 등 식품 위생과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걱정과 근심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국제 곡물시장 불안정에 따른 가격급등락과 그에 따른 피해도 소비자의 몫이다. 축산업의 전후방 효과(사료, 수의·의약품, 기자재, 가공·제조·유통 등)를 고려한다면, 국내 축산업계가 시장자유화로 인해 받은 피해는 실제로는 훨씬 더 컸을 것이다. 향후 시장의 완전한 개방은 이러한 잠재적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축산업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나 

국민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인 동시에 지역경제를 견인하는 축산업을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만으로 해외 수출국에만 의존하기에는 불안요소가 많다. 관세화 제로 시대를 맞이해 국내 축산업은 어디로, 그리고 어떻게 가야할까?  

불안정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식량안보를 위해 일정 정도의 자급률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값싸고 안전한 축산물의 자유로운 거래를 위한 노력은 선행되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자급 기반 확보를 위해 농가 경영 안정망을 확보하는 것도 병행되어야 한다. 일본은 축산 농가의 경영안정 대책마련을 위해 해마다 약 2조원 정도의 예산을 수립하고 있다. EU도 다양한 형태의 직불금을 농가에 지급하고 있다. 미국은 대농 위주이다 보니, 민간 보험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도 축산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안정장치는 마련해야 한다. 농가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일본과 EU의 제도와 정책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국제무역 규범을 보면, 특정 품목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시장을 왜곡시키기 때문에 감축대상 보조에 해당된다. 최근에는 시장을 왜곡시키는 가격보조의 형태가 아닌 직접적 소득보조의 형태로 농가 소득 보전이 이루어지는 추세이다. 쌀의 공익형 직불제가 대표적인 예다. 축산업도 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소규모 농가를 대상으로 최소한의 경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다만 공급과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급안정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경쟁력 향상을 담보로 하지 않는 과도한 보호는 오히려 축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최소한의 안정장치는 마련하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경쟁력은 넓게 보면 품질과 가격 측면으로 나뉜다.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을 만들기 위한 노력, 그리고 값싼 수입육과의 경쟁을 위한 생산비 절감 노력이 필요하다. ICT(정보통신기술), AI(인공지능), 빅데이터 활용 등의 기술에 힘입어 생산, 유통, 소비측면에서 정밀한 축산이 가능해졌다. 축산업에 이용되는 유무형의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이런 기술 이용 없이는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사회로 변화해가고 있다. 산학연이 협동해 정밀 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상호 노력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위해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다해야 한다. 

작년 한해 코로나19와 더불어 탄소제로가 주요 이슈였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순간 생긴 것도 어느 한 순간 없어질 수도 없는 장기과제이다. 그 간 축산업은 환경론자들로부터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써야만 했다. 농산부산물이나 생활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측면을 고려하면 일면 억울한 면도 없지 않다. 그 동안 축산업계에서는 가축분뇨 해양투기 금지, 축산업 허가제, 방류수 수질기준 강화, 퇴·액비화의 부숙도 기준 강화 등 환경 부담 저감을 위해 다양한 제약을 감내하며 성장해왔다. 지금까지 잘 해 온 것처럼, 향후에도 환경부담 절감을 위한 사회적 노력에 더욱 성실히 동참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경축순환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축분을 경종농업과 연계해 최대한 농업 시스템 내에서 순환시키는 것이다. 축산에서 나오는 퇴·액비가 경종분야에서 선택받을 수 있도록 경제성 향상을 위한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저메탄사료, 환경친화적 사양관리기술 등 환경오염 저감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다음은 축산농가가 이러한 노력에 동참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가 마련되어야 한다.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환경직불금과 같은 보조를 통해 축산농가의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나아가, 저탄소인증제도의 활성화를 통해 소비자들도 환경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 


갈등해결 위한 사회적 공감대·신뢰 구축 필요   

정치는 협상과 타협의 산물이다. 그 과정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축산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도 마찬가지이다. 시장에 참가한 경제주체들은 서로 이해관계가 다를지라도 자기만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산자, 가공/유통업자, 수입업자, 소비자, 정부 등 어느 한 쪽의 희생만을 강요해서도 안 된다. 좀 더 소통하고 양보해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다양한 축산 문제해결을 지켜보자면 공감대와 신뢰가 많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서로 적이 아니다. 한 쪽 바퀴만으로는 잘 구를 수 없다. 사회적 합의와 신뢰를 통해 둥근 바퀴를 만들어 잘 굴러가는 한국 축산이 되길 기대해 본다. 


축산신문, CHUKSANNEWS

전상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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