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정책의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

2022.01.25 09:42:06

[축산신문 김수형 기자] 수도권 지역에 많은 눈이 내렸던 지난 19일, 축산농가들은 생업을 놓은 채 세종으로 향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이하 ‘가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농식품부는 최근 ‘가전법’ 개정을 통해 양돈농가의 8대 방역시설 설치를 의무화 하고, 방역이 미흡한 농가에 대해서는 가축사육 제한은 물론 폐쇄 명령까지 내릴 수 있는 강도 높은 법 개정을 추진해 논란이 된 것이다.
농가들은 “야생멧돼지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전파되는 것을 양돈농가에 책임을 전가시키고 있으며, 농가와 합의도 없이 법 개정을 추진한 것은 명백한 축산업 말살 정책”이라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가전법’ 하위 법령개정안이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농가 수와 가축사육 두수가 줄고, 축산업 규모 축소도 우려되고 있다. 굳이 정부가 농장 폐쇄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아도 가축 사육두수가 줄어들 여지는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우선 기후 위기에 대응한 탄소중립의 실천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을 2017년 배출량 대비 24.4%를 감축하고 2050년까지 제로화한다는 강한 의지의 목표를 밝혔다.
현재 저메탄·저단백 사료의 개발이 진행되는 등 각계에서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가축 사육두수를 줄여야 한다는데 공감대도 일부 농가들 사이에서 형성되어 가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또 하나는 가격폭락의 우려다.
한우의 경우 현재 약 340만 마리가 사육 중임에도 평균 도매가격이 2020년 대비 약 6.4% 오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한우업계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장기화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사육두수 감축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2년 농업전망 대회를 통해 한우도매 가격의 하락을 예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 인구절벽도 위협 요인이다.
인구의 감소는 곧 소비자의 감소를 의미한다.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축산업 역시 적정가격 유지를 위해 인구의 감소세에 맞춰 생산량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주 소비층인 낙농산업의 경우 학생수 감소에 따른 피해를 가장 먼저 경험하고 있다.
정부가 방역 미흡에 대한 책임을 물어 농장 폐쇄에 나서는 것이 가축 사육두수도 줄이고 농가들의 평균 방역 수준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농가들의 체감은 다르다.
마치 시속 200km/h로 달리는 자동차 조수석에 안전벨트 조차 하지 않은 채 앉아있는 것처럼 급격하게 추진 중인 가축사육두수 감축 정책에 경고의 목소리와 함께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가축방역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산업의 근간을 지키는 것이다.
축산인들은 방역을 위한 방역이 아닌 산업을 위한 방역 정책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다.

축산신문, CHUKSANNEWS

김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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