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한돈협회, 중점방역관리지구 접근방법 적절한가

2022.02.16 10:00:52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가축전염병예방법(이하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둘러싼 정부와 양돈업계의 대립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에서 방역위반시 사육제한과 농장폐쇄는 과도하다며 압박하고 나선데 부담을 느껴서인지 일단 ‘가전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한발자국 물러나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8대방역시설’의 전국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가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여전히 양돈업계와의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이제 국무총리실까지 중재에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대한한돈협회는 ‘가전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농식품부에 공식 제출했다. ‘가전법’ 시행령은 전면 철회하되, 시행규칙 개정안의 경우 한돈협회와 협의를 통해 조정, 재입법예고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가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 즉 양돈농가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인 만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 그 배경이 됐다. 

더구나 방역의 경우 ‘공공의 이익’의 대상이 외부가 아닌 양돈산업 자체이기에 양돈산업 주체인 양돈농가의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양돈현장에는 8대방역시설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도 존재하지만 이들 역시 농식품부에 대한 거부감은 다르지 않다. 하면 좋지만, 어디까지나 농가들의 선택에 맡겨져야 할 부분까지 ‘선진축산’이라는 포장 아래 법률로 의무화 하려는 최근의 정책 기조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해져 있는 것이다.

과잉규제 논란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축산물 안전성이나 가축분뇨 관련 법률에는 철저히 신중한 행보를 보여왔던 국회가 이번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선 주저없이 한 목소리로 양돈농가와 합의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 부분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 낸 한돈협회의 설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생각이다.   

다만 ASF 중점방역관리지구에 대한 한돈협회의 접근방법은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가전법’ 시행규칙 개정안과 관련, 농식품부에 제출한 의견을 통해 ‘8대방역시설은 ASF 중점방역관리지구에만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고 밝힌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충북을 넘어 경북에서도 ASF가 발생하며 야생멧돼지를 중심으로 전국 확산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만약 한돈협회의 요구가 반영돼 중점방역관리지구 외에 다른 지역은 3개 방역시설만이 의무화 된 상태에서 중점방역관리지구가 확대될 경우 해당지역 농가들은 추가로 나머지 5개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처음부터 8대방역시설을 모두 설치하는 것 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3개 시설을 해놓고도 양돈을 포기해야 하는 농가까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치 못한다.

때문에 전문가들이 방역의 효율성은 차치하고라도 지금의 ASF 확산추세를 봐서라도 중점방역관리지구와 그 외지역의 시설 기준은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 아닌가.  

이를 모를리 없는 한돈협회는 중점방역관리지구외 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가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었던 만큼 중점방역관리지구의 8대방역시설 기준 개선은 별도로 다룰 예정이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선뜻 와닿지 않는다.

정부는 물론 국회 입장에서도 추후 중점방역관리지구의 8대방역시설에 대한 한돈협회의 문제제기는 ‘입장 번복’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에 관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 질 수밖에 없다.

설령 중점방역관리지구에 대한 정부 방침의 변화가 예상되더라도 한돈협회는 현행 규정에 근거한 입장 정리가 바람직했다는 생각이다. 

이제 ASF 전국 확산이라는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토대로 방역정책과 양돈현장의 대응체계에 일대 전환 방안이 모색돼야 할 시점이다. ASF 방역에 대해 혹여 정부나 양돈업계 모두 당장 눈앞의 현실이나 여론에 몰린 접근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할 듯 하다.


축산신문, CHUKSANNEWS

이일호 yol21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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