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지하철역 방독면 같은 우리나라 식량 자급

2022.12.14 11:18:51

윤요한 교수(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축산신문]

윤요한 교수(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1995년 3월 20일 아침 출근 시간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 옴진리교라는 사이비 종교집단에 의한 독가스 살포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죄 없는 수많은 사람이 희생당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하철에 화재가 발생했고,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우리나라 지하철역에는 잘 보이는 장소에 방독면을 비치하게 되었다.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많은 사람이 주요 교통수단으로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출퇴근 시에는 지하철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하철 1량의 적정탑승 인원은 160명이다. 지하철이 보통 10량 정도가 운행되므로 1차량의 적정탑승 인원은 대략 1천600명인 셈이다. 적정탑승 인원만 탑승한 상태에서 지하철에 화재 사고가 발생한다면 지하철역에 비치된 방독면은 몇 명이나 쓸 수 있을까? 
만약 지하터널 중간과 같이 지하철역이 아닌 곳에서 지하철에 불이 나면 승객들은 그 방독면을 사용할 수 있을까? 지하철 화재를 대비해 비치된 방독면 과연 누가 사용할 수 있을까?
한국전쟁 이후 우리나라 국민은 굶주릴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람이 가난과 배고픔에 고통을 겪었고 외국에서 원조식량을 받을 정도로 우리 국민은 배가 고팠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과거 배고팠던 시절이 다시 오지 않게 하려고 농업, 축산업, 수산업 등 모든 먹거리 생산 산업에서 생산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제 우리나라에서 배고픔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은 1966년에 94.7%였던 것이 2020년 20.2%까지 감소하였다. 가난했던 시절에 오히려 곡물 자급률이 높았다. 
우리나라의 전체 식량자급률은 2020년 45.8%이다. 축산물의 경우 곡물 자급률보다 높기는 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쇠고기의 자급률은 2019년 36.5%였으며, 대한한돈협회 자료에 따른 돼지고기 자급률은 2017년 70.7%였다. 낙농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원유자급률은 52.9%였다.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식량자급률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깨닫고 있다. 
지하철역에 방독면은 있으나 유사시 단순한 계산을 해보아도 많은 사람을 구조할 수는 없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식량자급률을 지하철 화재에 빗대어 이와 같은 일이 우리나라 또는 우리나라 주변에 발생하면 식량을 생산하는 기술과 식량 생산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환란을 다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들어 패권주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살펴보면 식량은 언제든지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보았다. 
식량을 무기화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과연 우리는 그 무기에 대항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확률은 낮아 보인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을 높이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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