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현장> 경기 여주 요한목장

2023.03.22 09:26:10

“소가 편안한 환경 조성…환기·바닥·음수가 관건”

[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도내 저지소 최다 보유…경쟁력 제고 위한 발빠른 선택

“현장 중심 지원사업 돼야”…저지밀크 브랜드화 최종 목표


익숙함을 버리고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목장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에 나서고 있는 목장이 있다. 바로 경기 여주에 위치한 요한목장(대표 최돈형)이다.

35년 전 물려받은 것 하나 없이 젖소 한 마리로 시작한 요한목장은 외부인력 없이도 최 대표 부부 두 사람의 열정과 애정으로현재 전체 사육두수 160두 중 착유우 60두, 서울우유 쿼터 1천600kg의 규모로 성장했다.

‘소가 편하면 그 이상의 것을 되돌려준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는 요한목장 최돈형 대표는 바닥, 환기, 음수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운동장 한켠에 자리잡은 방목장이다. 

2m 두께의 흙으로 바닥을 쌓아 만든 곳으로 소가 넘어져 크게 다치는 일이나 싸움이 발생하는 등 사고사가 일어날 걱정이 없고, 넓은 공간에서 뛰놀고 쉴 수 있어, 소들의 건강상태뿐만 아니라 수태율도 좋아졌다.

또한 이스라엘의 환기 방식을 벤치마킹해 바람의 방향을 축사바닥이 아니라 목장 구조를 고려해 ‘ㄱ’자로 통하도록 선풍기를 설치함으로써 외부의 공기가 축사로 들어와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끔 만드는 등 환기와 열배출에 중점을 둔 설계로 젖소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2만평의 조사료포에서 재배하는 옥수수와 3년 전부터 해남에서 공수해 오는 갈대덕에 몸은 힘들지만 사료가격이 폭등한 시기에도 최소한 젖소들이 굶는 일은 만들지 않을 수 있었다고

최 대표는 말한다.

요한목장은 국내 목장 중 제주도의 다인목장을 제외하고 저지종을 가장 많이 보유한 목장이기도 하다.

최근, 정부와 경기도, 제주도 등에서 친환경적이고 고부가가치의 유제품을 생산하는데 적합한 저지종 육성사업에 본격 착수했는데, 최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이 같은 저지종의 특성을 일찍이 눈여겨 보고 유가공을 통해 경기도 내 요한목장만의 브랜드를 만들고자 저지종을 도입해왔다.

현재 요한목장은 저지소 45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말부턴 12두가 착유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지금이야 저지소 사양관리 가이드도 발간되고, 수정란 이식지원사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밟은 최 대표는 농가들이 신중히 판단 후 사업에 참여하기를 당부했었다고 전한다.

최 대표는 “본격적으로 저지종 도입을 한지 6~7년 됐는데, 5~6년은 키워봐야 소가 좀 보인다. 장기적으로 내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군을 늘리면서 시험삼아 착유를 해봤는데 우유는 꾸준히 나오지만 실제 착유량이 홀스타인종의 1/3 수준이라 경제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저지종 수소의 경우 다 자라도 중송아지 크기 밖에 안되다 보니 가져가려 하지도 않는다”며 “낙농선진국의 경우 전문적으로 저지소를 키우는 목장에선 하루에 최소 7~8톤씩 짠다. 우리나라와는 여건이 다르긴 하지만 이도저도 아닌 규모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 목장에 견학을 오는 사람들에겐 목장에 여유가 있고, 아예 전문적으로 저지를 키울 생각이 아니면 섣불리 뛰어들어선 안된다고 말한다”고 귀띔했다.

저지종 육성에 먼저 뛰어든 요한목장도 급변하는 환경에 활로 찾기에 고심 중이다.

최 대표가 저지종 우군 확대를 위해 그 동안 투자한 금액만 3억5천만원이다. 지난해엔 8억원을 들여 착유실과 유가공장도 새로 지었다. 

그는 저지 유제품, 수정란, 육성우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지만 지난해 사료가격 폭등과 목장 규모확대에 대한 제약 등으로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

최 대표는 “맨땅에서 시작한 목장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으나, 그만큼 빚도 많다. 게다가 지난해 최악으로 치닫은 생산여건에 젖소들을 먹여 살리기도 급급했고, 자금력이 부족해지면서 유가공 설비를 들여놓지 못하게 됐다. 목장 크기에도 한계가 있다보니 지금 규모로는 유가공도 힘들다. 원래 예상대로라면 지금쯤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서울우유가 저지밀크를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농가집유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 하고, 지자체도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물론, 스스로 선택한 길인 만큼 책임은 자신이 져야 한다. 힘든 상황인 것은 맞지만 목표했던 대로 품종교체를 통한 저지 유제품 생산으로 요한목장만의 브랜드를 안착시킬 것”이

라며 “그렇지만 각종 규제와 생산비 상승 등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숨통이라도 트일 수 있도록 나아갈 방향이라도 제시해줬으면 좋겠다. 정부와 지자체는 농가가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농가현장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끌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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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진 alstlt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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