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김성훈 소장(한돈미래연구소)
동물복지가 사회 각 분야에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야기 하는 동물복지는 범위가 너무 넓다. 우리가 집에서 가족과 같이 살고 있는 반려동물과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농장동물을 동일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물론 감정적으로는 반려동물이나 농장동물이 다 같은 동물로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느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에게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는 농장동물의 경제적인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례로 영국의 경우 과거에 비해 돼지사육 두수가 반으로 줄어들게 된 원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유럽에서 최초로 동물복지를 농장동물에 의무적으로 반영한 결과로 분석되기도 한다.
양돈강국 영국의 몰락
동물복지를 농장에 적용할 경우 시설비를 비롯해서 생산비가 상승하는데 시장에서는 그것을 보상받을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농장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그 결과 돼지고기 등 양돈관련 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던 양돈강국이 이제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로 전락했으며 최근에는 돼지고기를 도축/가공하는 덴마크의 공장이 영국에 설립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공장은 덴마크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만 가공한다 하니, 영국의 입장에서 보면 땅을 칠 노릇이아닐 수 없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분만사 시설을 동물복지형으로 전환할 경우 사육두수가 19.9~36.4% 감소하고, 자돈 생산비는 30%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반려-농장동물 구분을
동물복지를 반려동물과 농장동물을 구분해 접근하면 많은 것이 해결하기 용이해 질 것이다.
이미 실험동물을 일반동물과 구분하여 관리하는 사례가 있다. 농장동물(Farm Animal)에 대해서는 ‘가축복지’ 라는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돼지에게 깔짚을 깔아 주어야 한다면, 깔짚으로 사용되는 짚이나 톱밥 등을 농장으로 반입할 때 ASF나 구제역 등의 방역을 위해 소독해야 하는데, 깔짚을 효율적으로 소독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농장에 깔짚을 깔아 주는 것 보다 바닥 슬랏의 구멍 크기를 적절하게 조정, 바닥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축복지’ 에 더 가까울 것이다.
임신돈의 군사에 대해서도 실제 농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임신돈을 합사하는 경우 사회적 서열이 확립될 때까지 투쟁하고 서열이 확립된 이후에도 서열이 낮은 모돈은 필요한 만큼의 사료를 제대로 섭취할 수 없을 뿐 만 아니라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도 없어 심한 경우 유산이 증가하고 분만율이 감소하며 산자수 등 생산성적도 감소하는 것을 경험한 사례가 많이 있다.
사전준비 만전을
‘가축복지’ 를 농장에 적용 했을 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시장에서 받을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으나, 현재 시장 상황에서는 ‘가축복지’ 돼지고기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돼지고기를 사 먹을 의향은 있지만 실제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게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물론 ‘가축복지’ 관련 사안은 건드릴 수록 농가에 부담을 주는 이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가축복지’는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피할 수 없다면 대비하는 것이 정석이다. 전장에서 이미 발포를 하고, 밀고 들어 올 때는 진지를 구축하거나 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우리가 먼저 사격을 개시하자는 것이 아니다. 총격이 시작됐을 때 총알을 피할 수 있는 참호를 미리 만들어 놓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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