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찬 법률칼럼> 근로기준법 ‘축산업 적용 제외 규정’의 헌법재판소 결정

2023.08.03 11:08:25

[축산신문]

재판관 과반 이상 ‘제외 규정' 헌법불합치 의견
합헌 결정 났지만, 다음엔 위헌 판단 가능성도
근로기준법 개정, 축산 현실 반영토록 노력 필요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고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발전을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근로기준법은 제4장에서 ‘근로시간과 휴식’, 제5장에서 ‘여성과 소년’의 근로기준에 대하여 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또한 사용자는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에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63조는 위 제4장과 제5장 중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은 ‘동물의 사육, 수산 동식물의 채취·포획·양식 사업, 그 밖의 축산, 양잠, 수산 사업’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하여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이는 ‘축산업’이 가축의 수정, 분만, 양육, 출하 등을 주요 사업형태로 하고 있어 가축의 생애 및 성장주기에 구속되고, 기상·기후 등 자연조건에 크게 영향을 받으므로, 근로시간과 휴식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적용 제외규정으로 인해 축산업 근로자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 소정근로시간의 제한, 연장근로 제한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휴일 규정 역시 적용되지 않아 1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휴일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주휴일 규정이나 공휴일 규정도 적용되지 않는다. 즉, 연장근로 및 휴일근로라는 개념 자체를 상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만 위 적용제외 규정은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 사용자가 별도 취업규칙에서 근로시간이나 휴일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고 가산임금을 지급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이러한 근로기준법 축산업 적용 제외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선고되었는데 그 결정의 의미에 대하여 축산업계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위 결정에서 헌법재판관 9인 중 5인 즉 과반 이상이 근로기준법상 축산업 적용 제외 규정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과반이 넘는 헌법재판관이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한 규정을 축산업 근로자에 적용하지 않는 근로기준법 조항을 ‘헌법불합치(위헌)’라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위헌 여부를 결정할 때 9인의 헌법재판관 중 6인이 위헌 의견을 냈을 때 위헌 결정을 한다. 위 축산업 적용 제외 규정은 과반이 넘는 5인의 재판관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음에도, 6인의 심판정족수에 1인이 부족하였기에 합헌 결정이 선고된 것이다.
그런데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 보면, ‘합헌’결정이 났다고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헌법불합치 의견을 낸 5인 이외 4인의 헌법재판관 중 3인은 각하(却下, 청구기한을 지키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각하) 의견을 냈고 단 1인 만이 합헌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즉, 다른 사건에서 청구인이 청구기한을 지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면 각하 결정을 한 헌법재판관은 본안 판단을 할 것인데, 각하결정을 하였던 3인의 헌법재판관 중 1인만 위헌 의견을 낸다면 위 근로기준법 축산업 적용 제외 규정은 ‘위헌’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렇다면 축산업계는 어떻게 다음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준비해야 할까. 축산업의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이 축산업에 전면 적용된다면 축산업계는 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먼저 축산업계는 기계화·산업화 등의 진전 상황에 따라 근로기준법 적용제외의 대상이 되는 축산업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축산업 내부에 존재하는 다양한 업무의 내용을 분류하여 실내작업이나 제조·서비스·사무 등 계절과 무관하게 수행 가능한 작업에 대하여는 타 사업 종사자와 동일하게 근로기준법의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축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탄력적인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보완규정을 마련하는 방안,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입법례와 같이 원칙적으로는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되,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규정을 법이 정하는 하한선 내에서 단축하여 적용하려는 경우 그 내용과 범위를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으로 정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위 결정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헌법재판관들은 위와 같은 방안을 고려하여 입법자인 국회가 근로기준법상 축산업 적용 제외 규정의 위헌성을 제거하도록 개선입법을 제안한바 있다.
일본, 유럽연합, 스위스 등 많은 국가들과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축산업 근로자에 대하여는 근로시간 및 휴일에 관한 법령의 전면 또는 일부 적용 제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축산업계는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축산업의 특성이 국회의 근로기준법 개정 과정에서 반영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 일선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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