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이동일·서동휘 기자]
축산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축산물 시장 전반에 걸친 소비 부진 추세는 여전히 호전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 여름에도 계절적 영향 등에 따른 생산량 감소 요인만이 산지 가격을 간신히 지탱해 주는 시장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그나마 일부 축종의 경우 잔뜩 기대했던 ‘휴가특수’ 마저 올해는 실종됐다. 따라서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올 후반기 축산물 시장에 대한 경고음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오를대로 오른 생산비와 이로 인한 경영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축산현장의 긴장감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 한우
요즘 한우 농가들 사이에서는 판정등급을 평균 1+을 받아야 손해를 안 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1++ 중에서도 도체중이 크고, 등심단면적이 큰 개체들은 도매시장에서 지육kg당 3만원 이상에 낙찰된다. 반면 2등급 아래로 떨어지면 잔인할 만큼 가격이 급락하는 양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등급별 가격차가 3배 가까이 벌어진다. 경제형질이 좋은 개체는 지금도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농가들은 1등급 이하 출하 개체수를 최소화 하는데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올 후반기로 갈수록 한우 출하와 함께 도축 물량이 증가, 추석 이후에는 예상을 넘어서는 가격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양돈
유독 무더운 날씨와 해외여행객 증가, 긴 장마, 태풍 등의 영향에 따라 올해 휴가 시즌 시장 흐름이 예년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실제로 휴가 시즌 막바지에 이른 시점의 돼지 가격이 지난달 중순과 비교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전국 도매시장에서 거래된 돼지 평균 가격이 kg당 5천436원에 머물며 전년동기 대비 300원 이상 낮은 수준에 형성되기도 했다. 예년의 가격 동향을 감안할 때 일시적이나마 휴가 시즌 직후 공급량 감소에 따른 돼지 가격 상승세가 점쳐지고 있다. 다만 특별한 소비 호재가 받쳐주지 않는 한 큰 폭의 가격변동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 더구나 출하량이 늘어나면 곧바로 하락세로 반전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육계
초복 직후 급락했던 육계 산지시세(축산물품질평가원 생계유통시세)는 이달 초 반등하며 지난 14일 현재 kg당 2천500원선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가격추세는 소비가 아닌 기상 악화로 인한 폐사, 생산성 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공급량 감소에도 불구, 육계 산지시세가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생산성과 함께 공급량이 정상화될 경우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물가안정을 명분으로 무관세 수입과 함께 생산량 확대를 종용, 육계 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계란
각급학교의 방학과 휴가 등으로 수요 자체가 감소했지만 여름철 폭염과 함께 수해까지 발생, 공급량이 줄면서 가까스로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할인행사에도 재고가 남을 정도로 소비부진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추후 생산성 회복 시 계란 가격 폭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축산물 시장 전반에 암운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가격안정 대책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오히려 계절적 영향 등에 따른 일시적인 가격 상승 시 무관세 수입을 반복해 온 만큼 후반기 가격 하락 우려가 현실화 될 경우 축산현장의 동요와 반발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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