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 폐업 가속화와 국가의 의무

2023.09.13 13:22:41

[축산신문]

 

이만재 원장(한국낙농유가공기술원)

 

낙농가의 폐업 진행이 해를 거듭할수록 그 폐업율의 증가 속도가 30% 이상 가속이 기록되고 있다. 2020년 4월부터 2021년 3월의 1년 사이 전국의 낙농가수는 4천847호에서 4천718호로 2.7%가 감소하였고,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의 그 수는 4천573호에서 4천408호로 3.7%가 감소하였다. 지난번의 본 시론에서 예측한 수치보다 약간의 가속도가 붙은 결과다. 이미 예상한 대로 지속 불가능한 환경문제, 후계자 문제, 원가경쟁력의 저하 문제 등으로 이 가속도는 2~3년 후에는 감소율이 5~7%로 증폭될 소지가 여전히 잠재되어있는 것이 현재 한국 낙농의 현실이다. 이미 제기되어있는 문제로 위 속도로 낙농가의 폐업이 진행되고 향후 5~10년 뒤 낙농가 수 2천여 호, 집유량 110만 톤이 실현된다면 우리는 몇 가지 예상과 그에 따른 대응책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응책을 마련하기 전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필수 불가결한 요건이 그 반석으로 굳혀져야 한다. 그것은 바로 정부가 낙농산업을 국가의 주요 기간산업으로 간주해야 할 태도와 자세이다. 그것은 국가의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낙농산업은 모든 선진 국가들이 반드시 자국의 생산 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변함없는 철칙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에게 안전하고 위생적인 우유를 마음껏 마시도록 한다”는 간단명료한 낙농 정책이 모든 낙농 선진 국가들이 간직하고 있는 목표다. 정부가 자라나는 2세 국민들의 튼튼한 체력과 늘어나는 노령 국민들의 건강을 위하여 인류 최고의 식품인 우유를 생산하는 산업을 스스로 공급하는 생산 체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챙겨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모든 영양학자와 의사들은 아직 인류에게 우유를 대체할만한 식품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낙농산업의 자국 생산 기반을 유지한다는 것은 선진 국가의 품위와 책무로 보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의 용도별차등가격제는 한국이 시행하는 것과는 다르게 낙농가들의 소득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EU가 CAP으로 칭하는 농업제도를 집행하는 예산의 절반을 낙농산업의 유지를 위한 수급 안정 기금으로 집행하는 것도 선진 국가가 하는 일이다. 스웨덴은 한국의 이중곡가제도와 같은 낙농 정책을 구사한다. 극단적인 사례로 20여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인구 310만 명으로 세 번째 큰 지방정부인 오렌지 카운티 의회는 대형할인마트에서 우윳값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내리지 못하는 법안을 가결한 사건을 들 수 있다. 그 배경은 대형할인마트들이 서로 우윳값을 내려 소비자들을 끌기 위한 경쟁이 너무 과열되어 그 결과가 그 지역 낙농가들에게 지불하는 유대가 낮아짐으로 인한 낙농가들의 폐업이 지속되면 우유 생산 기반이 무너져 시민들에게 우유를 충분하게 자급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사례는 오렌지 카운티의 우유 소비자들이 낙농산업에 대한 이해와 우유의 가치평가와 가격제도를 이해하는 품위와 선진 국가의 국민다운 태도와 사고의 결과다. 그래서 한국 낙농가들의 폐업 속도를 늦추고 생산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기 전에 이와 같은 정부의 태도와 자세를 굳건한 기반으로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유의 자급생산 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현안의 대응책을 몇 가지 제시한다.
첫째는 후계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젊은 농민들에 대하여 낙농 목장을 경영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가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낙농 지대의 설정과 함께 후계자 없는 목장의 인수와 젊은 낙농가들에게 생산시설과 목장을 인계할 수 있는 자금과 기술지원을 한다. 뉴질랜드가 목장경영을 원하는 젊은 농민들에게 시행한 매우 성공적인 제도이다. 둘째는 환경문제로 분뇨처리 문제를 낙농 조합들이 적극적으로 자금과 기술지원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한다. 이는 낙농가들도 스스로 해결하는 노력을 실천해야 한다. 최근 스웨덴, 덴마크의 알라낙농조합이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환경개선 인센티브제도를 참조하면, 사료 효율성 제고, 분뇨저장과 활용개선, 신 재생 에너지의 이용 확대 등의 낙농가 노력에 따른 인센티브를 조합이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노력은 정부와 낙농 조합의 공동 지원으로 낙농가들이 환경문제로 폐업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셋째는 낙농가들이 자발적으로 낙농 자조금을 대폭 인상하여 현재의 규모보다 몇 배 더 많은 수백억 원의 기금을 마련하여, 소비자들이 국산 우유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함과 동시에 국산 우유가 세계 최고의 위생 수준으로 생산되므로 수입 우유를 외면하도록 하는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전개 함으로써 국산 우유 시장을 유지하도록 하는 노력을 전개한다. 이러한 노력은 낙농산업 구성원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서울우유의 “나100%” 우유가 흰 우유 매대에서 가장 비싼 값이지만 월등한 소비 신장의 성과를 보이는 이유도 제품에 대한 신뢰도와 안전성을 소비자가 인정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우유제품들이 모두 충분한 안전성에 대한 신뢰성이 있음을 소비자들에게 충분하게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상과 같은 대응책들이 모두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낙농산업의 생존을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는 점은 정부나 낙농조합이나 낙농가들은 이해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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